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유쾌한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 이야기
사이토 미치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삼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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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보면서 “이대로도 멋진 걸!”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유달리 잘 보이는 잡티와 기름기가 흐르는 팅팅 부은 얼굴은 참아내기가 힘들 만큼 마음에 들지 않기 일쑤이다. 그러나 비단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막 자고 일어난 얼굴 뿐은 아니다. 살면서 순간순간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하곤 한다. 어이가 없을 만큼 단순한 실수를 저지를 때나 치매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건망증 때문이라면 오히려 다행이다.


  정작 가장 절망스러운 것은 결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와도 같은 연약함이나 부족함이다. 그러한 치부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가면을 뒤집어쓰고 살거나 어울리지도 않는 배역의 연기를 하기도 한다. 또한 열심히 노력해서 연약한 부분을 강하게 만들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한 노력이 바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노력들에 지치는 것 또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즉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한 구석 자리잡고 있다.


  몇 년 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CCM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사랑받았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말은 큰 위안을 준다. 그러나 그 노래에서 받았던 위안은 치열한 현실 세계로 접어들면서 다시금 자리를 잃고 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서열 경쟁을 하는 사이에 그야말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의 자리는 초라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존재라고 이야기해 주기는커녕 존재 자체의 가치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게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가난한 서민층의 삶이다.


  그런데 이 책,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는 어쩌면 치열한 서열 경쟁에서 도태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정신장애인’의 공동체(베델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의 노동력으로 자본을 창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실은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하고 더 건강해져야 하기 때문에 차마 들을 가치도 없을 것 같은 ‘정신장애인’의 이야기는 내가 내팽겨치고 싶은 내면 안의 연약함과 같은 종류의 이야기였다. 그들과 나의 차이점은 단지 내가 스스로의 연약함을 부끄러워하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자신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베델의 집’의 표어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견.차별 대환영, 결코 규탄하지 않습니다, 고생 되찾기, 약함을 유대로’ 이다. 연약함을 인정하면 성장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와는 다르게 이들의 공동체는 건강하다.

 

 “그대로도 괜찮다는 것은 결코 그 사람을 내버려둔다거나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사람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며, 또한 그 사람의 문제나 말썽거리, 사귀기 힘든 그 사람의 성격 등을 남김없이 모두 받아들인다는 의미다.(226p)”“문제를 막고 말썽의 싹을 잘라버리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성과 복잡함까지도 함께 하겠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한 사람이라도 소외당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베델의 집’에서 일군 공동체의 모습이야말로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연약함은 연약함 자체일 뿐 우월한 것도 열등한 것도 아니다. 충분히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모습에 절망하고 자책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할 때에 오히려 삶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정신분열증 때문에 한평생 약을 먹어야 해도 의사소통 훈련을 받아야 할 만큼 타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심지어는 동료를 폭행해도 그대로 둘 수 있다.

 

삶은 그렇게 “문제투성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든 문제를 일상으로 받아들일 때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 일상의 한 부분이 될 뿐이다.


  당신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강요하는 경쟁적인 ‘노력’에 지쳐있다면 이 책,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를 통해서 위로를 받아도 좋을 일이다. ‘베델의 집’에 살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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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1 - 1부 대망
야마오카 소하치 원작, 요코야마 미쯔데루 극화,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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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소설이 유명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긴 소설을 읽을 자신이 없었기에 차마 읽지는 못했었다. 그러던 차에 만화로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반가운 마음을 가지고 읽은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아마 그 이유는 일본사에 무지한 편이기 때문일 거다.

일본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만큼이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동시대를 살았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후에 정권을 잡았던 만큼 말이다. 그래서 일본사에 대한 상식이나 이해가 없다면 이 책은 조금 지루할 것 같다. 16세기 일본에 대한 어떤 설명같은 것들이 딸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만화이기 때문에 그림으로 보여지는 정황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만 역사적인 맥락에서의 이해가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성주끼리의 알력 다툼이라든지 정략결혼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읽으면서 만화를 통한 인물의 묘사나 이야기의 서술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권의 내용이 보다 친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나 맥락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면 보다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설명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일본사에 밝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나마 설명이 있었으면 했다.

 

1권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출생에 관한 부분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유약함에 비해 강인한 어머니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일부러 그렇게 묘사한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역사적인 자료에 근거한 묘사이리라. 아버지의 유약함은 차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닥칠 시련을 암시하는 것과도 같아서 더 의미가 있었다.

어쨌든 만화로 그려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소설보다 더욱 원작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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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시절 나는 참 무료했었나 보다. 강렬하게 사랑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마침 그때 '감우성'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막 데뷔했던 그를 무작정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그를 보았을 때, 최진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매혹'이라는 드라마에서 최진실을 짝사랑하는 한 남자였다. 짝사랑의 감정에 아파하며 밤에 잠을 이루기 위해 '소주 한 컵을 단숨에 마셔버리고 잠을 이룬다'는 식의 고백을 하던 그였다. 그 순수함에 반해버렸다.

 중학교 3학년 시절, 그를 향한 열정을 숨기지 못해 그의 프로필을 외우고 다녔고 아이들에게 그가 나오는 드라마를 홍보했다. (아직도 키가 174이며 발크기가 260이었다는 그리고 그의 아버지 이름이 '감복수'이며 그가 '도봉구 번동 417-번지수는 정확하지 않다. 기억이 흐릿해졌다.' 번지에 살았다는 기억이 난다. 물론 그의 연인에 대한 기사도 기억한다. 스캔들 기사에서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연인 사이가 맞다고. 하지만 결혼할지 안 할지는 모른다고 말이다. 바로 그 사람과 올해 결혼을 한다는 걸 보면 그의 연인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당시 그를 인터뷰한 한 잡지에서 그를 이렇게 표현했었다. '그는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애써 자신을 주장하지 않으면서 결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모습이...' 이제사 말이지만 이 표현이 정말 그에게 걸맞는다. (13년 전 이 말이 너무 인상깊어 외워버렸다.)

그를 사모해마지 않는 나머지, 내 생애 유일한 팬레터도 보내보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사실 그의 성격상 보내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서투른 글씨에 서투른 내용들이 가득한 그 팬레터를 그는 기억이나 할까. (언젠가 그를 만나게 될 기회가 생기면 물어봐야겠다. 과연 그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그도 나이를 먹고, 나도 나이를 먹는 사이 그에 대한 많은 열정도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를 부를 땐 '우리 우성씨'라는 표현을 버리지 못한다. 그게 바로 13년 간의 습관 혹은 관심이니 말이다.

그 시절 이제 막 연기가 무엇인지 인기가 왜 필요한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그 배우가 13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엔 화려하게 성장했다.

솔직히 감우성에겐 미안하지만 그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은 한 번도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아니다.

 '아, 이 사람이 이렇게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대사를 치는 거 하며 연기를 하는 거 하며 '저 사람 진짜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성장했다. 데뷔 시절부터 그를 바라보았던 오랜 팬으로서 그의 성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 하나의 길을 걸었던 사람은 저렇게 성장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랄까.

 이제 나는 '감우성'이란 배우가 더 좋아졌다. 처음 사춘기 시절의 치기어린 풋사랑으로서가 아니라 한 배우를 아끼는 진심어린 애정으로서... 앞으로도 감우성이라는 배우가 더 멋지게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의 앞날을 묵묵히 지켜볼 거다. 지난 13년간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야 관심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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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4 22: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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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6 16: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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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atalogue of the Libraries of Sir Thomas Browne and Dr. Edward Browne, His Son - 40ml
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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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사춘기 때 생긴 여드름이 아직까지 계속 없어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안티 트러블 제품에 관심이 많아요. 지금껏 몇몇 제품을 사용해봤는데 크게 개선되는 제품은 없더군요. 그래서 엔비 스팟 세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제품을 받고 처음 바를 때 느낌이 시원하더군요. 유분기가 전혀 없어 흡수도 잘 되는 편이구요. 향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편이구요. 또 사춘기 전용 여드름 케어 제품들처럼 알콜향이 강하거나 따끔한 느낌도 주지 않네요. 좀 순하게 발린다는 기분이랄까 그래요.

아침, 저녁으로 일주일간 발라 봤는데 트러블이 눈에 띄게 갑자기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진정되는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발랐던 주위 부분에는 트러블이 더 이상 생기지도 않더군요. 시원한 느낌 때문에 겨울보다는 여름에 어울릴 것 같기도 하네요.  

디자인 부분에서는 좀 아쉽더군요. 좀 촌스러운 느낌이 나거든요. 아무리 제품의 성능이 좋아도 디자인이 촌스러우면 여자들은 좀 사기 꺼려하는 면이 있거든요. 아예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바꾸거나 아니면 지금같은 느낌을 유지하되 좀더 고급스러워보이는 용기 디자인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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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이의 일기
에스메이 코델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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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 중에서 단연 추천을 많이 받고 있는 책이기에 선뜻 골랐었다. 그런데 처음 서너 장을 읽으면서는 '왜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일까' 고민해야 했다. 처음 면접에 통과했을 때부터 학교가 설립되기 이전까지의 이야기는 딱 스물네살인 그녀의 철없는 수다를 나열해놓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순간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느낌이 들 만큼 참기 힘들었지만, 그녀가 교사가 된 후의 삶까지는 읽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를 계속 했다.

역시 계속 읽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했을 법할 만큼 교사가 된 '마담 에스메이'는 멋졌다. 그녀가 준비하는 창의적인 수업들,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유발해내는 방법들, 무엇보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은 훌륭했다. 초년생의 교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매수업을 창의적이고 열성적으로 이끌어내는 그녀 앞에서 경탄을 했다. 수업은 교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참여하는 것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그녀의 수업 방식에 찬사를 보냈다.

비록 중간중간 등장하는 교장을 향한 수많은 질타와 다른 교사와는 다르다는 '에스메이'의 지나친 자부심이 흘쩍흘쩍 거슬리긴 했지만 '일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는 이해할 만하다. 누구든 일기 앞에서는 가장 솔직하면서도 연약하니까.

<에스메이의 일기>를 읽고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초조해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늘 동일하지 않다고 해서 아이들을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동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과 무엇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훌륭한 교사는 언제나 반듯하고 예의바르도록 아이들을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신뢰하는 교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을 더 사랑하자, 더 열성적으로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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