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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밤 12시 출발.
토요일밤까지 날씨가 개일꺼라는 구라청의 예보는 어김없이 빚나갔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전남보성". 차밭 주차장에서 버스에 탄채로 새우잠을 잤더랬다. 자는 중간중간 심술궂고 얄미운 비바람 녀석 때문에 몇번이나 잠에서 깨야했지만, 어디서나 잘 자는 나의 잠 취향덕에 그럭저럭 자긴 잤다. 목은 좀 아팠지만..
새벽 6시경.. 호일에 싼 다 뭉개져 버린 김밥으로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아직도 얄궂은 하늘을 바라보며 '정말 오늘 하루 출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카메라.. 비 맞아도 되나??' 할 수 있는 모든 걱정을 다했더랬다.
이제 겨우 내 것 같이 느껴지는 삼각대는 오른쪽 어깨에, 카메라 두대와 필름이 가득 든 카메라 가방은 왼쪽 어께에 나눠메고, 결전을 다짐한 용사처럼 버스에서 내렸다. 몇 발자욱을 걸었을까.. 심술궂고 얄궂은 하늘은 '어딜 감히!! 내가 그렇게 쉬워보여??!!! 그렇게 쉽게 걸어갈 정도로???'이런 엄포로 굵은 빗줄기를 퍼붓기 시작했다. 오~~~갓!!! 버스에서 내렸다 올랐다를 서너번 반복한 뒤, 다른 장소로 이동. 그 유명한 "대한다원"이다. 아직 이른 시기라 우리눈에 너무나 익숙한 새파란 차잎 구경은 하지도 못했다. 하늘을 찌를듯한 메타스퀘어 나무는 앙상한 모습으로 우뚝서 있기만 할 뿐.. 반겨주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도, 여길 어떻게 왔는데..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곳이 아니더냐!! 비, 올테면 오라지.. 두렵지 않았다. 카메라.. 비 좀 맞으면 어때?! 강하게 키워야한다는 고수들의 말에 용기 백배 충전. 한시간 가량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마음에 없는 서텨질, 사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아직 현상&스캔전인 필름들이 지금 내 책상위에서 택배기사님을 기다리고 있다.
온 천지를 뒤덮은 뿌연공기가 안개인 줄 알았다. 점심때를 훌쩍 넘기고도 남아있는 뿌연 세상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였던 그날..
다음 장소인 "평사리 보리밭". 황사를 안개인 양 착각하고, 또 다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자청 모델도 하고..

< photo by photo樂 도형님 : 자청모델로 찍힌 사진은 아니고, 어느새 찍혀버린 레와모습 >
가는길, 너무나 유명한 곳. "쌍계사 벚꽃길".. 혼자서 혹은 내 길동무랑은 아직 손잡고 걸어가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그 길을 내가 아는 많은 이들과 버스를 타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지나 갔다. 그래도 버스안에서 손은 꼭 잡았다만은.. 추억이 얼른 기억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DSLR(디지털카메라)이였다면, 지금쯤 사진 정리를 끝내고 그날 찍은 결과물들을 열심히 블로그와 클럽홈에 올리고 있을테지만, 내 카메라는 SLR(필름카메라).. 이 카메라가 주는 여유(?) 기다림(?)을 적당히 즐기고 있다. 처음 수동필카(SLR)로 사진을 찍었을 땐, 찍은 그날 마트로 달려가 바로 현상&스캔을 해버렸다. 두배의 가격을 치루더라도 기다림이 너무나 싫어서.. 허나 이젠 익숙하다. 기다림..! 그래서 아직 1월달에 다녀온 한양 필름도 현상하지 않았지...;;;
:: 봄바람, 꽃바람이 나를 유혹하는 오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