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20주년 콘서트 " 소리 위를 걷다"

2009년 09월 20일 일요일 저녁 7시
마산 MBC홀

+

대략 1998년이나 1999년으로 기억한다. 러시아 가기전이니깐..
처음으로 그녀의 공연을 보고 터져버릴 듯한 가슴을 진정 시키지 못하고 몇날 몇일을 보냈었는지..
그 당시에 내 가슴은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뜨거웠고 정열적이였다.

그녀를 위한 우리들의 이름은 "맨발"이다. 맨발로 무대위를 날아다니는 그녀의 맨발인 바로 그 맨발.
팬심이 최고조였을때는 서울 연대에서 했던 공연에 참석했을 때였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보급된 것도 아니라, 알음알음 알아서 모인 팬들은 그야말로 전국구.
공연을 보고 밤을 꼴딱 새우고, 그 다음날 첫차로 광주에 산다는 팬언니와 함께 터미널로 향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레코드 가게를 한다던 그 언니는 손님중에 음반 추천을 해달라는 분이 있다면 무조건 이은미, 혹여 추천해 달라는 말을 안하는 사람에게도 이은미를 홍보하며, 시간이 될때마다 공연을 따라 다닌다고 했었다. 그리고 다음 공연에서도 만나자는 약속도 했으나, 그 후 몇개월 뒤 나는 하바로 떠났던거 같다. 그당시 우리 교주님 머리와 똑같은 폭탄 머리를 하고..  ㅎ

거의 7년만에 다시 찾았다. 이.은.미.콘.서.트.

나이를 먹고 나도 서른이라는 고개를 넘고보니, 넘치는 에너지를 무대위에서 나누어 주던 그녀의 목소리가 변한 것 같았다.
변한건 목소리 뿐만이 아니였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차마 볼 수가 없다고 변명해 본다.

공연장에 도착해 옹기종기 모여 공연이야기에 꽃을 피우는 모습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담담하기만 했던 내 마음도 동요되기 시작했다. 공연 시작전 보여준 그녀의 이야기.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사람이다.' 이 기본적인 한가지를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침. 그리고 기억 저편에 있던 그녀의 노래들이 새록새록 생각나기 시작했다.


변한건 없었다. 전혀 없었다.
더 강해지고 단단해진 그녀가 무대위에서 맨발로 노래하고 있었다.
몇일전 다리를 다친 사람이라곤 전혀 생각도 못할 만큼 열정적으로 무대 끝에서 끝으로 뛰어다니는 그녀는 10년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의 몸 상태를 생각해서 앵콜 요청은 못하겠으나, 또 이리 보내기엔 너무 아쉬워 앵콜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러니한 마음을 주체 할 수 없었을때 그녀는 다시 무대위로 나와 미국공연을 위해 준비했던 곡들을 열창하였다.


그녀의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아주 다양하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부부까지. 이 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노래를 부르며 공연장을 뛰어다니는 풍경속에 내가 있어 참말 다행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녀는 변했다고, 내가 변한 걸 인정하지 않고 세월탓만 했던 그 동안의 내가 부끄러웠지만 이제 괜찮다. 내년에도 또 그 다음도 그녀는 무대위에서 노래하고 있을 것이고 나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을테니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09-09-2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에서 그 열기가 느껴지네요. 아응 부러워랑..
저도 가려고 마음먹고 있답니다. (그러나 갈 수 있을까 --;;)
아휴.. 이놈의 결혼식들만 아니면 올 가을에 좀더 많은 공연을 볼 수 있을텐데 ^^

레와 2009-09-29 13:09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면 꼭 가셔서, 후끈한 공연장의 열기를 맛보세요!!


가을이로군요. 결혼의 계절..;; 아.. 싫으다.. ㅎ

다락방 2009-09-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전과 7년후. 그 사이에 존재했던 그 엄청난 시간들이 있었음에도 변함없는 그녀를 느꼈다니 다행이어요. 게다가 그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여전히 같은 가수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바람직한가요! 꽃미남그룹도, 걸그룹도 반짝 하고 난 뒤에는 각자 제갈길을 가서 충심의 팬심을 보일 수 없는데, 이은미는 꿋꿋하잖아요. 그러니 그녀의 팬인게 다행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은미의 팬은 아니지만, 이은미의 팬인, 레와님의 팬이에요.
:)

레와 2009-09-29 13:12   좋아요 0 | URL
쉽게 단정지어 말하기는 두렵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10년후 20년후 30년후에도 그녀는 무대를 지킬것 같아요.
그리고 난 그녀의 노래를 듣구요..^^


아이, 난 다락방 팬인데~ ㅎㅎ
 

멜랑꼴리 말랑말랑한 음악 2탄. <1탄은 다른 블로그에..;;>

그녀 자신보다 그녀 현재 위치가 더 유명한 Calra Bruni의 음악이다.휴일 아침, 한가로운 기분을 더욱 여유롭게 만들어 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목소리.
샹송이 이렇게 감미로웠던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나에게 프랑스어는 간질간질한 언어였고, 샹송은 에디뜨 피아프가 전부였다.

한여름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검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검은 머리보다 더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병맥주를 홀빡거리며 내 머리통보다 더큰 헤드폰을 끼고 레게나 힙팝을 들어야 한다는 내 고정관념을 한방에 부숴버린 음악을 만났다.

허스키한 Calra Bruni의 음성으로 휘감기듯 간질거리는 샹송을 들을때면 생뚱맞게도 마음이 한없이 온화해진다. 까칠하게 반응해야하는 내 기본적인 심성에 '그래.. 그럴수도 있겠지' 'Whatever..'란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걸 보면, 올 여름 나를 잡아줄 그 무엇인가는 바로 '샹송' 그중에서도 Calra Bruni가 아닐까 싶다.

여름이 오기전부터 그 기세에 눌려 한껏 쪼그라 들었던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더위 기세를 꺾어볼 참이다. 나한테 물건너온 '그녀'가 있지 않은가.. !!

국내에 내 노라는 온라인 음반사이트를 다 뒤졌으나, 1집 "Quelqu'un m'a dit" 은 모두 품절이였다.
에라이 그럼 아마존이다 결정하고 바로 찾아보니, 1+2집 묶어서 판매중..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송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기다리기를 일주일. (주말끼고)
드디어 내손에 도착한 1집 "Quelqu'un m'a dit" (샹송) + 2집 "No Promise"(팝송).
완전 행복한 오늘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8-07-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켓도 좋은데요!
한번 편하게 감상해볼래요.불끈!

레와 2008-08-05 09:45   좋아요 0 | URL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