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입니다. 서재에 안 보이는 잠시 이랬습니다.
1. 일년동안 돈을 모았는데 딱히 큰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십년만에 직장에서 승진 비스무리한걸 했다. 바로 일년전에!
중간에 여차저차 나름의 사정이 있었는데 말하자면 길고, 답답하고,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오니 이야기는 패스하기로 하고 (아 눈물...)
그 결과물로 월급이 20만원 정도가 더 올랐는데 어차피 그 돈 없을때도 잘 살았잖아? 라는 선배의 말에
그렇죠? 대답을 하고는 조언을 받아들여 그대로 집 근처 은행으로 가서 오른 월급만큼 일년짜리 적금을 넣어버렸다.
그리곤 한달 전 은행에서 받아든 만기된 적금을 들고 노트북 매장으로 가서 약 두달간 고민했고,
남동생은 결사적으로 반대했지만 끌리는 내마음 어쩔수 없어서... 대안으로 떠오른 많은 노트북들을 헤치고~나아가~
처음 생각 그대로 맥북과 교환을 해버린다.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남동생은 결국 사버린거냐며,
제대로 쓸 순 있겠어?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한번, 부러운 시선으로 맥북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젠 필요없지? 하며 내 전용 TV였던 아이패드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천안으로 가버린다.
결과적으론 이득을 본 최후의 일인인가? (나쁜놈!)
주인 아저씨와 전화로 또 현장 방문으로 대립을 했지만 절대로 서비스가 될수 없다는 파우치 대신에
키스킨과 보호 필름도 업어왔는데 키스킨이 두꺼운건가 아님 내가 익숙치 않아서 인가.
알록달록 이쁘지만 사용할땐 언제나 벗겨져 있는 비운의 키스킨....
노트북을 사게되면 언제 어디서나 (응?) 글을 더 자주 쓸거라는(응??) 무슨 그런 대책없는 생각을 했던걸까?
중요한건 도구가 아니라 부지런함이지... 책을 읽는것도, 게임을 하는것도, 십자수를 하는... (응?????)
아무튼 무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틱톡~" 시간은 가고 있습니다.
2. 올해에만 구입한 다이어리가 세개인데
쓰든 쓰지않던 언제나 구입했던 프랭클린과 친구가 가지고 있길래 좋아 보여 산 이름 모를 다이어리,
문고 마실 나갔다가 마음에 들어 데려온 역시 이름 모를 다이어리까지
하지만 난 지금 몇년 전에 실패했던 몰스킨이 또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고, 메모는 에버노트에 작성하고 있을 뿐이고
언제나 처럼 책상 한쪽에서 먼지를 입고 있는 비운의 삼형제... 미안한데 아마 니들에게 동생이 또 생길것 같기도 해...
.......... 지금 보니 열어둔 창문 때문에..... 뒷말 생략....
3. 오늘 두가지 사실에 매우 놀라웠는데
하나는 엄마와 같이 시청하던 꽃보다할배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온것! 핑크잖아!
다락방님 덕분에 "처음" 알게된 노래가 흘러나와서 가우디에 감탄중인 엄마를 자꾸만 건들며 말을 걸었더니
돌아오는 것은 방해말라는 으르렁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고, 떠올리는 것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만
그게 무엇이든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임팩트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것 같다.
생각이 든다. 나는 어땠을까? 내가 주었던 그 무언가가 상대방에게 "처음" 이었던 기억이 있었을까?
내 머릿속에 무수히 많은 기억이 있지만 내가 간직한 기억과 그 사람의 기억이 같지는 않을거다.
내가 전한 "처음"의 기억이 상대방에겐 "처음"이 아닐수도 있을테고
설사 "처음" 이라고 해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 수도 있을테니까
아... 그렇지.
상대방의 "처음"이 내겐 아닐수도 있겠구나. 내가 기억되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겠구나...
그 "처음" 이란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우가 많을테니까.
슬프면서 한편으론 바래도 본다.
내가 주는 기억이 상대방에게 "처음"이든 아니든 "특별"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아... 이기적이게도....
또 하나는 자주가는 블러거님의 책리뷰를 보던중에 지난 글들을 뒤로 뒤로 넘기다 보니 산티아고 여행기가 있었던 것!
어머! 이분도 산티아고 다녀오셨어. 그것도 최근이 아니라 상당히 오래전에. 기쁜 마음으로 여행기를 읽어간다.
영어 대화가 어려워서 숙박을 구하는 것을 스페인분들과 "유 원트 쿨쿨"로 해결하는 부분에서 엄청나게 웃어대다가
어라? 이상하다 언젠가 같은 상황으로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가만 내가 이 글을 읽었는데.....
분명히 읽었다. 읽은게 맞고요. ㅠㅠ
처음 순례자의 길을 알게 되어서 한동안 산티아고 여행기에 꽂혀서 엄청난 여행기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광검색으로 읽었던 여행기중 하나였다. (맞아 그랬어~~)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가는 블로그인데도 이분인걸 전혀 몰랐다. 나란 여자.. ㅠㅠ
4. 오랫만에 서재에 들어와서 잠깐 점검 좀 하려 관리창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도대체 어딜 들어가서 관리를 하는건가. 들어온 지 오래되어 그새 주인이 바뀌었나? (바보야~ 말이 되느냐!)
관리 버튼 찾느라 보낸 십분여의 시간동안 아~ 이런일로 운영자들을 찾기는 민망한데 어떻게 하냐... 라는
어처구니 없고, 쓸데 없는 생각을 잠깐 했더랬다.
5. 어제 저녁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책을 담고 결제를 하려다가 23만원이라는 숫자에 손가락이 굳었다.
장바구니를 살피면서 사고 싶은 책이 아니라 사야할 책만 담고는 나머지를 걷어냈더니 18만원.
풀리려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카드가 하루가 지나면 결제일 초기화가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많다.
지금 이렇게 결제 할 필요가 없다. 한꺼번에 하지 말고, 당장 읽고 싶은걸 사고 나머지는 차차 사는거야.
하루만 더 생각하자. 자고 일어나면 생각이 달라질거야.
하루가 지났는데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어. 정신차려 이 친구야!
정신을 차렸다. 타협을 한다. 장바구니를 열고 사지 않으면 안되는 책만 남기고 덜어낸다.
결제.
카드님 저를 용서하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