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었고, 친구는 하프 근무로 10시 30분 이후에 출근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전 8시에 만나 카페에 갔다.
아메리카노를 선택한 친구는 프리첼을 먹겠다고 했고, 난 카라멜 마끼아또를 선택하며 알았다고 말한 후 결제를 한다.
차라리 밥을 먹을까? 물었더니 이거 먹어보고 결정한다고 친구는 대답한다.
그거 먹으면 밥이 안 먹고 싶을텐데? 생각이 들었지만 난 알았다고 했다.
창밖으로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프리첼을 먹고, 커피를 마시니 이거 웬 신선 놀음인가 싶다.
선택할 수 있는 게 프리첼 뿐이어서 아쉬웠다.
샌드위치 종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친구의 혼잣말에 나도라고 말해주었다.
다음에 만날 땐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자고 약속을 한다.
주말에 갈 순천 이야기를 했고, 간송 미술관의 가을전시 추사정희전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어제 저녁 친구는 지금 읽고 있는 책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얼마 전 퍼스트레이디를 읽으면서 주인공의 첫사랑인 앤드류가 속눈썹으로 추파를 보낸 이야기를 했더니
그 뒤로도 계속 내용을 알고 싶어해서 모바일 메신저가 뜨겁도록 내용을 전송 했었는데 그게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스릴러라 옮기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에도 친구는 내용을 원했다.
그래서 전송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인 "이름없는자" 를
나 : 자. 잘들어. 주인공은 밀라야.
친구 : 밀라
나 : 일하는 곳은 실종전담반이야. 그곳은 림보라고 해
친구 : 여주인공 밀라. 일하는 곳 림보
나 : 7년전에 속삭이는자 라는 사건을 맡았고, 그 이후에 팀을 옮겨서 지금 있는 림보에 있는거야
친구 : 여주인공 밀라. 일하는 곳 림보. 속삭이는자 사건
나 : 사건이 발생을 해. 5인 가족인데 막내아들만 놔두고 나머지를 죽이는 사건이야. 가족들은 한꺼번에 죽이는 게 아니고 한명씩 한명씩 방에 따로 두고 죽이는거야. 그러니까 다음에 죽을 사람에겐 먼저 죽은 가족의 비명을 들리면서 그에 따른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거지. 그렇게 되면 마지막에 죽을 사람이 엄청나게 고통스럽겠지? 제일 마지막은 아빠였어. 한데 이상한 건 살인을 저지른 이후에 살려둔 막내아들에게 신고를 하라고 한거야. 틀리게 말하진 않는지 확인을 하면서.
친구 : 막내아들도 비명을 들어?
나 : 응?
친구 : 막내아들..
나 : 그건 안 나왔는데
친구 : 막내 아들은 산거야?
나 : 막내 아들은 신고를 한다니까. 살인자가 시켜서
친구 : 아~ 밀라,림보,속삭이는자,가족,아들......
나 : 그런데 그 살인자가 17년 전에 실종 되었던 사람인거야. 밀라도 아는 사람이었지. 실종 전담반에 있었으니까. 사진이 벽에 붙어 있었거든 그래서 늘 그 사람 사진을 본거지.
친구 : 유명한 사람이야?
나 : 누가?
친구 : 17년전에 실종 되었다는 사람이
나 : 아니
친구 : 그런데 왜 밀라가 아는 사람이야
나 : 밀라가 실종전담반에 있었으니까 실종자는 벽에 사진이 붙어있거든
친구 : 밀라가 어떻게 알아
나 : 아니.. 그러니까 여주인공이 실종전담반에 있으니 벽에 사진을 붙여두니까
친구 : 왜 사진을 벽에 붙여둬?
나 : 그게... 밀라가 실종전담반이니까. 실종자들은 벽에 사진을 붙여두니까.....늘 밀라가 보잖아. 그래서 아는 거고
친구 : ???????
나 : 그냥... 그런거 있어.
오늘 난 친구에게 그 책 이야기를 하며 전작인 "속삭이는자"가 반값 할인 중이니 그냥 사서 보라고 했다.
마음에 들면 그 뒷편인 "이름없는자"도 보라고 했다.
그래도 책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원하는 친구에게 인간적으로 스릴러는 제외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조리있게 설명을 못하겠어. 그걸 또 글로 옮기기는 어마나 어려운지 아니?
친구와 헤어지며 돌아오는 데 택배 도착 문자가 울린다. 책이 도착한 모양이다.
오늘 도착한 책
반 값!
하지만 반 값임에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게 함정
사게 된 이유가 반 값도 있지만 순전히 퓰리처 사진전의 영향이라는 것은 비밀.
다른 책의 2배정도 되는 크기에 가지고 다니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유시민 선생님은 강연에서 말씀하셨지
논증의 과정이 아름다운 책이라고
하지만 난 두께와 보기에도 빡빡한 내용에 과연 이게 아름다울 수 있는건가?
유시민 선생님을 의심했지
나도 과연 유시민 선생님의 의견에 동조할 수 있을지
그 의견에 동조할 수 있을 정도로 읽게 될 수는 있을지
다 접어두고 이해는 할지.........
제프리 디버의 책중에 이 책만 빠져 있더라고 왜지? 왜지?
다른 책과 끼워 사면 할인 된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는 거 씨익~
하지만 꼭 할인을 하지 않았더라고 샀을 거라는 거 씨익~
왜?
제프리 디버니까!
아... 가지고 있는 체실비치도 아직 못 읽었는데...
하지만 지금 안 사면 도망갈 것 같아
읽어볼게.
추천한 그 많은 사람들 숫자의 반 만큼이라도 재미있으면 난 만족해.
가벼워. 잘 쥐어지기도 해. 완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