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당시 난 열 다섯명 남짓의 오프라인 회원을 가진 인터넷 동호회 회장이었다. 딱히 회장이 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고, 원래의 회장과 관계가 틀어 지기 전 부회장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었고, 나와 나이가 같은 남자 회원 한명과 그나마 나이가 많다는 대학생 친구들 세명이 포함 된 멤버였는데 그 중 한명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알던 회원으로 해가 바뀌어 대학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기존 멤버 이외에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좀 더 많은 회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동호회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었던 어린 학생들의 분위기에 적응을 못 한 탓인지 쉽게 활동을 그만 둔다. 난 나이가 제일 많았고, 직장인이었다. 그 시기에 내 지갑은 배부른 월급날의 포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계속되는 약속과 행사에 비명을 지를 정도로 굉장히 바빴는데 난 가난해지는 지갑 걱정보다 사람을 만나고 즐기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난 회장이었다. 

동호회 활동은 짧았다. 하지만 동호회를 떠나서 몇명은 친분을 계속 유지 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씩 안부를 주고 받는 회원까지 포함한다면 모두 다~ 는 아니어도 절반 이상은 되니 나름 성공적인 동호회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갓 대학생이 었던 회원 세명 중 두명은 그때부터 상당한 시간 동안 아니 불과 얼마 전까지 나의 주 술자리 상대였는데 (한명은 서울로 옮겨가서 두명이 됐다) 지금은 온라인 게임에 같은 혈원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은 직장인이 되었고, 그 보다 좀 더 어렸던 학생들은 대학생들이 되었다. 지난 주말 서울에 갔다. 순전히 술자리를 위한 이동이었다. 자주 얼굴을 보던 두명을 빼고, 근근히 연락만 전하던 회원 두명을 6년 만에 보는 자리였다.

동호회 활동 시절 갓 대학생이었던 남자 세명과 고등학생이었던 여동생,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직장인 나. 나 빼고 그렇게 자주 모였단 말이에요? 이제는 20대 중반이 된 여동생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풋풋함에 20대의 세련미가 더 해졌는데 예뼜다. 얼굴이 아니라 젊음 그 자체가 예쁜 동생이었다. 난 언제나 그녀 보다 앞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날의 난 그녀보다 열 걸음. 어쩌면 그보다 더 멀리 후퇴한 느낌이었다. 질투가 난다. 예쁘게 큰 그녀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그녀를 좋아한다.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바라지만. 예전처럼 아무 이유 없이 그녀를 좋아했으면 한다. 너는 고등학생이었으니까. 내 말에 그녀가 음음. 너 말고 여기 세사람은 다 성인이었으니 술자리가 많았어. 그런데 좀 자주 모이긴 했다. 일주일에 두 세번? 어쩔땐 그보다 더 모이기도 했어. 그땐 그랬다. 우린 정말 자주 만났다.  

서울을 다녀와서 한동안 어지러운 생각에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는데 오늘 새벽. 의도한 건 아닌데 이불에 눕자 서울에서 그들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차분하게 그리고 세세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추억 이야기에 보이지 않게.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 질투를 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이었던 그녀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유가 어쨌든 아쉬움은 있는 모양이다. 자신만 제외하고 가지고 있는 추억이. 그것도 꽤나 자주 모여 친목을 다졌다는 것이.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 맞다. 난 그녀가 모르는 추억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그녀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추억이 있었다.
그건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엘라니스 모리셋 - uninvited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은 그날도 그들과 함께였다. 언제나처럼 이유 없이 만나 이유 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 큰 스크린이 달린 술집이었는데 당시 유행하던 뮤직 비디오가 쉴새 없이 비춰지고 있었다. 댄스 음악이 한동안 흘러나오다가 갑자기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먹던 술잔을 놓고 스크린에 집중을 한 것은. you oughta know로 인해 그녀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 당신 팝 전문 프로그램으로 인해 데뷔가 마돈나와 연관 되어 있음도 알고 있었다. 제목이 뭐지? 처음 듣는 노래가 궁금했지만 누구도 대답 해주지 않았다. 스크린에 주목한 것은 나 뿐이고, 다른 이는 자신의 잔에 주목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세션맨들을 뒤에 두고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엘라니스 모리셋이 특유의 목소리로 쓰러질 듯 몸을 흔들며 열창하고 있었다.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훌륭한 연주에. 집에 돌아와서 검색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받을 수 있는 그녀의 노래를 모두 다운 받고, 하나 하나 들으며 내 귀가 기억하는 노래와 매치 되는 것을 찾았다. 한숨만 나왔다. 며칠의 검색 끝에 예상되는 곡을 찾게 되는데 그녀가 시티오브 엔젤의 OST를 불렀다는 문장을 읽고 나서였다. 아마도 이 곡일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자주 이용하는 음악 사이트에서 시티 오브 엔젤을 검색 했다. 그리고 드디어 난 화면에 가득한 사라 맥란클란의 "angel" 사이에서 엘라니스 모리셋의 이름을 찾았다. 그날 내 마음을 떨리게 했던 공연의 영상까지. 그 뒤로 몇 개의 엠피쓰리가 내 손을 거쳐갔지만 늘 빠지지 않는 노래 중 하나가 된 엘라니스 모리셋 "uninvited"





나도 노래 가사의 일부 처럼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당신이 나에게 반했다는 게 기쁘지만 난 당신을 초대 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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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4-1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버벌님은 역시, '게임 하는 예쁜 여자' 로군요. 흣.

맨 마지막에 인용하신 가사는 저는 이렇게 바꿀 수 밖에 없어요.

당신은 나를 초대하지 않았지만 난 당신에게 반했어요, 라고.

버벌 2011-04-11 02:39   좋아요 0 | URL
"게임 하는 질투 많은 여자" 가 맞아요. 예쁜....은 저와는 거리가 먼. ㅋㅋ

당신은 나를 초대하지 않았지만 난 당신에게 반했어요.

네.. ^^

에디 2011-04-1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게임 안하는 안예쁜 남자' 에요. 훗 (다락방식으로).

생각해보면 저도 어린 시절! 가끔 만나서 밥을 얻어먹고 하던 동호회의 직장인 누나들이 있었는데, 제가 어른이 되면서 너무 당연한듯 연락이 끊긴것 같네요. 가아끔 생각나요. 10살 가까이 어린 꼬맹이랑 단 둘이 노는건 어땠을까? 물론 전 진심으로 재밌었지만...

버벌 2011-04-11 02:40   좋아요 0 | URL
ㅎㅎ 안녕하세요. '게임 안 하는 안 예쁜 남자' 에디님. '게임 하는 질투 많은 여자'에요. 훗. ^^ 제가 놀았던 친구들도(현재도 놀고있는) 진심으로 재미있다고 생각 했으면 합니다. 종종 이 누나는 왜 자기 또래랑 놀지 않고 우리랑 노는거지? 라는 부류의 생각을... 절대로 안하면 좋겠지만 ㅎㅎ 그래도 가끔만 생각 해 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소심해서 연락을 잘 못합니다. 중간에 연락이 끊긴 몇년이 있었는데 어쩌다 한번씩이었지만 끈질기게 그들이 먼저 연락을 해 주었어요. 그래서 용케도 관계가 이어져왔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훨씬 더 친해져 버렸어요. (덧붙임 > 저는 나이차가 10살까지는 아니에요... 그래서 연락을 했나??? ㅎㅎ)

다락방 2011-04-12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게임 안하는 질투 많은 여자' 에요. 흣

버벌 2011-04-13 21:4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속은 좀 어떠세요.
 

정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냐? 여동생이 직장에 가져갔던 책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난 이불을 덮고 야근을 위한 억지 잠을 청하던 중이었다. 뭐? 정리를 좀 하자고 책을 꽂을 공간을 찾으며 말한다. 여동생이 가져 온 책은 추천을 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건네준 책들이었고, 페이퍼 잡지를 포함해서 모두 4권이었다. 여동생이 정리가 필요하다고 한 건 가지고 온 책을 말한 게 아니었다.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 들쑥 날쑥 꽂혀진 책을을 말하는 것이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일년 전부터. 1년 전 광주엔 폭설이 내렸다. 이사 하기에 좋은 날이라며 날을 받아온 날이었고, 불 필요한 비용을 줄이자며 작은 집에서 트럭을 빌려와 손수 이삿짐을 날라야 했던 이삿날이었다. 불행이도 어머니와 여동생은 직장을 핑계로 나가버린 뒤라 인원이 다섯에서 셋으로 줄어버린 상황이다. 난 야근을 끝내고 물건을 담은 상자들과 먼지들 사이에서 쪽잠을 자는 중이었는데 당시 아직 집에서 놀고 있던 남동생과 오후근무였던 아버지는 낑낑대며 냉장고를 나르고 있었다. 계속 자. 좀 자고 일어나서 짐 옮겨라. 아버지 말씀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도저히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다섯 중 두명이 줄어 세명인데 거기에 나까지 잠을 핑계로 빠지면 이 집의 남자 둘은 등과 허리가 굽어 제대로 생활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난 아직 책들을 싸놓지도 않았다.

남동생이 말했다. 누나 책은 누나가 다 옮겨. 착한 녀석인데 일이 많으니 목소리가 갈라진다. 옮기지 않으면 날 영영 안 볼 수도 있다는 협박이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한달 전부터 마트와 가게를 돌며 모아 놓은 종이상자와 신문을 이용해 책 꾸러미를 만들었다. 상자에 담으면 부피도 크고, 무거워 옮기기도 힘들다. 한 손에 들기 쉽게 끈으로 묶어가며 쉴새 없이 책 꾸러미를 만들었다. 많지는 않지만 결코 적지 않은 갯수의 책들을 손수 트럭에 담고, 새집에 도착해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 방까지 옮겼다. 남동생 도움이 약간은 필요했는데 자신의 예상보다 많은 책에 짜증이 제대로 났나보다. 말은 안하는데 코에서 뜨거운 김이 푹푹 쏟아져 나온다. 전 집의 부서질 것같은 책장을 버리고 새로운 책장을 구입했다. 아무 특징 없는 책장인데 오로지 튼튼할 것 같아 구입한 책장이었다.

꾸러미를 풀어 정리를 시작했다. 애초에 계획은 장르별로, 구입한 날짜 순서대로 꽂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꽂기 시작했다.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일본 소설부터 차례로 정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놈의 잠이 문제였다. 아니 애초에 이런 날 이사 날짜를 받아온 것이 문제였고, 이사 비용 아끼자고 극심한 체력 소모를 하게 만든 것도 문제였다. 짜장면 먹어라~ 아버지 말에 고개를 저었다.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책을 꽂는다. 책장에 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남는 공간에 쌓인 책들을 쑤셔 넣다시피 한다. 이제 곧 시집도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책들을 다시 가져가서 정리를 해야하니까. 라고 생각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년 전 나는 일년 안에 결혼을 할 줄 알았다. 애인도 없었음에도! 정리 안 된 책장은 이사 온 이후로도 구입한 책들로 인해 더 엉망진창이 되었다. 공간이 보이면 무조껀 쑤셔넣고, 없으면 공간을 만들고, 포화 상태의 책장을 두고 이젠 바닥에 쌓기 시작했다. 정리가 필요해. 일년 전에 생각을 했고, 그 뒤로도 새 책이 올때마다 결심을 한다. 이번 쉬는 날 정리를 하자.

그리고 결국엔 직장에 다녀온 여동생이 결단을 내린다. 정리가 필요해. 그게 한달 전 일이었다. 야근 전 억지 잠을 청하고 있었으니 내가 일어나 정리를 하는 것은 기아 타이거즈 외야수 이용규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를 삼구 삼진 먹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놔 둬. 쉬는 날 내가 정리할게. 내가 정리해야 돼. 아냐. 동생이 말한다. 일단 넌 일하러 가. 어떻게 해볼게. 내 책도 있으니까. 응? 저기에 여동생 책도 있었던가? 일어나 샤워를 하고 왔더니 여동생은 이미 작업 시작이다.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는 내 전용 약을 꺼냈다. 검고 달디 단 초코렛 약이다. 아무말 없이 초콜렛을 여동생 손에 쥐어주고 집을 나섰다.

다음날 아침 방에 들어서니 무언가 훤하다. 정신 없던 책장이 한결 시원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비록 내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크기 별로 정리 되었지만. 이것도 어디야. 어차피 난 결혼을 할 것이고, 이건 모두 가져가서 다시 정리를.... 또또 난 당최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문자를 보냈다. 고생했다. 그리고 잠들었는데 일어나니 문자가 서너개가 한꺼번에 와 있다.

나 좀 기분이 그렇다.
내 책은 다섯권밖에 없었어.
다 로맨스 소설이야. 
나 진짜 기분이 좀 그래.
나 책 좀 주면 안돼?
아 나도 지금부터 책 사서 모을거야.
너 정말 부럽다. 진짜 부럽다.

웃고 말았다. 난 책을 모은지가 10년이 넘어간다고, 내가 책 살땐 그런건 왜 사냐고 빌려읽으라고 네가 타박했다고, 한번 읽고 말걸 사면 아깝지 않냐는 네 말에 그래도 내 책이야라고 대답하니 무슨 책이 있는지나 아냐? 라고 네가 물었다고, 난 물론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거의 모든 책을 알고 있다고 말했더니 네가 거짓말 마라고 했다고, 다 읽지도 않으면서. 네 말에 난 책 읽는 것도 좋지만 책 자체를 더 좋아해. 그리고 난 내게 있는 책은 꼭! 읽어. 시간이 걸릴 뿐이야라고 말 했었다고, 그렇게 말 해주고 싶었다.

오늘 아침 여동생은 출근을 하면서 나 책 사야 하는데 추천 좀 해줘. 라고 말했다. 추천이라니 추천이라면 내가 읽은 책들인데 읽은 책들은 모두 네 앞에 책장에 꽂혀져 있다. 여동생이 아~ 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읽고 좋다고 했던 책들. 지금 한창 화제가 되고 있다는 책을 몇 권 불러주었다. 추천이 아니라 그런 평을 듣고 있다고 설명을 했다. 난 아직 읽지 않아 추천은 힘들다고. 동생은 알았다고 했다.

일어나서 책장을 봤는데 어이가 없다. 분명히 한달 전에 여동생이 정리를 했는데 지금 이 모양이다.

 

어지럽다. 뒤죽박죽. 꼭 내 마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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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4-0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꽂이가 부럽네요. 저도 내년에는 이사갈 것이라는 대책없는 기대감에 책꽂이가 부서져 나가도 그냥 방치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버벌 2011-04-08 13:28   좋아요 0 | URL
처음 이사 결정되고 시장을 뒤졌어요. 싸고 튼튼한 것으로 사기 위해서요. 투박하니 제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뭐가 먼저일지 이사가 먼저일까요? 새로운 책꽂이가 먼저일까요? ㅎㅎ

다락방 2011-04-0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기별로 정리한다는 건 정말 새로운 정리방식 이네요. ㅎㅎ

제 남동생은 해가 바뀔때마다 제게 이렇게 말해요.

"이번 해에는 누나가 결혼할 것 같아. 그런 예감이 아주 강하게 들어."

저는 크게 웃으며 너 작년에도 그랬거든? 이라고 말하거든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요.

"작년보다 더 강한 느낌이야."

그리고 결국 오늘날에 이르렀어요. 하하하하

버벌 2011-04-08 13:28   좋아요 0 | URL
어쩜 저희집과 같은 이야기를.. ㅎㅎ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제 여동생은 제가 선이나 소개팅을 나가면 늘 그렇게 말해요. 이번에는 웬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그리고 결국 오늘날에 이르렀어요. ㅋㅋㅋㅋ

pjy 2011-04-0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봄맞이로 정리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님의 책장과 비스므레합니다~ 그때의 깔끔함은 온데간데없이ㅋㅋ;

버벌 2011-04-08 13:2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깔끔함은 일주일도 못 가더라구요. 저리 쌓아두고 또 다시 포화 상태가 되면 아마 제 여동생이 다시 작업을 시작 할 겁니다. 그 전에 제가 시집을 가던지.... 하지만 후자는 거의 이루어질 가능성이... 갑자기 급 우울. ㅠㅠ

마노아 2011-04-0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키별로 꽂아 놓았을 때는 사진 안 찍었어요? 무척 예뻤을 것 같아요.
우리집 책 올려진 모양새랑 비슷해요. 그래도 전 가로로 꽂을 때는 제목은 보이게 올렸어요.
아직 그 정도 여유 공간은 있어요.^^;;;

버벌 2011-04-09 00:18   좋아요 0 | URL
크기별로 꽂아두었는데 이상하게 출판사 별로 꽂아둔 것처럼 보이던데요. 그럴수밖에 없지만요. 아쉽게도 그때의 사진은 찍어두지 않았는데 혹시나 여동생이 작업을 시작하면 이번에는 꼭 찍어 놓을게요. 그런데 제가 정리한 것보다 크기별로 정리한 여동생 스타일이 보기엔 더 좋은... 다만 책 찾기가 조금 힘들어서 그렇죠.
 

근무 교대 시간이었다. 피곤이 둥둥 뜬 얼굴엔 자꾸만 내려오는 눈꺼풀을 힘겹게 올리는 싸움이 한창이다. 선배님은 열심히 인계 중이고 다음 교대자인 팀장님과 또 다른 선배님은 열심히 듣는 중이다. 반대편에 앉은 나는 정신을 잃어 고개가 떨어질까봐 연신 오른발로 왼쪽발을 누르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힘이 약해지는 건지, 아픔을 느끼는 게 둔해지는 건지. 아니면 둘 다 인건지. 힘을 주어 누르는데도 아프지가 않다. 야근을 뛰어도 이렇게 감당 못 할 정도로 눈이 감기진 않았는데 나도 이제 나이를 타나 보다. 보약을 한재 지어먹을까? 고민에 빠진다. 난 분명히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개 들어라
.
고개를 들었다. 더불어 정신도 번쩍 든다. 해태 눈을 한 팀장님이 희멀건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웃음은 냉랭했다. 노구를 이끌고 일 할려니 힘들지. 인계 후 팀장님이 말했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인원은 줄어들고, 일은 많아지고. 이번에는 선배가 말했다. 우리 늙으면 줄줄이 실버타운 가죠. 거기 들어가면 비싸잖아. 돈 많이 벌어야겠네. 팀장님이 웃었다. 그리고 오통통한 손가락으로 역시나 오통통한 얼굴을 매만지며 말했다. 노처녀가 많으니 늙어 외로우면 다 모이겠지. 결혼을 해. 남편이 얼마나 좋은지 아나? 맞는 말이다. 분명히 맞는 말인데. 친구들은 아이들 대학 보내는 시점에 이제 중학생이 된 큰 아들을 가진 팀장님 말이 당연하게도 쉬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팀장님이 어깨를 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어서어서 시집이나 가. 좋은 나이 다 지나간다. 생각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사람이라...
  
 난 낯가림이 심하다. 실제 사람 상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얼굴이 안 보이는 인터넷에서도 마찬가
 지다. 좋은 글을 읽고 거기에 대한 글을 써 주는 게 마땅한 일이긴 하나 그 글 올리는 것 조차 쉽
 지 않다. 그러니까 댓글을 다는 것은 정말 정말 마음에 드는 글들인데. 그것조차 글쓰기 전부터
 고민을 시작해서 글을 다 쓴 후에 저장 버튼을 누를때까지 고민을 한다. 오히려 오프라인은 좀 낫
 다. 하는 일이 사람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년차가 올라갈 수록 능글함이 더 해져서 먼저 인사하
 고, 말 을 건네는 것은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여전히 난 새로운 사람은 힘들고, 어색한 사람과는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너무 싫다. 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까.

낯가림이 심했던 어릴 적. 난 학교 다니면서 처음으로 점심 시간이란 걸 경험한다. 초등학교 3학년때로 기억하는데 밥을 먹고 나면 주어지는 자유시간에 남자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고무공을 주먹으로 쳐서 하는 야구 놀이를 하고, 여자 아이들은 비좁은 통로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며 오랑캐를 무찌르러 다녔다. 그놈의 오랑캐는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었다. 학년 초라 난 아직 친구들 보다 학급 문고와 더 친했는데 표지도 떨어져서 제목도 알아보기 힘든 책을 단지 고무줄 놀이 하자고 할까봐 무서워서 읽었었다. 이 무슨...
 
학급 문고에는 한 30권 정도의 책이 있었다. 대부분이 초등학교 3학년에겐 낮은 수준의 동화책이다. 하지만 엄지공주와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를 넘으면 "모모" "80일간의 세계일주" 있었다. 내가 너무나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모모"와 "80일간의 세계 일주"

   

  

 

 "모모" 는 지금도 인기 있는 책이지만. 어릴 적엔 어린이들이 많이 읽는 책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학급문고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침마다 하던 TV어린이 유치원에서 삐삐롱스타킹과 함께 제일 많이 인형극으로 나오기도 했다. 1995년도 작가인 미하엘 엔데가 죽었다는 말에 (선생님이 알려주었는지 뉴스에서 봤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제서야 "모모"의 작가가 그 사람임을 안 성의없는 팬인 나는 그 길로 동네 서점에 달려갔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모모를 찾았는데 없었다. 동네 서점에는 없었다. 좀 더 걸어 시내의 큰 서점으로 가느냐 고민은 떡볶이에 항복을 했고, 회색인간들은 직장 들어가고 얼마 후에 텔레비전 영화로 네버엔딩스토리를 볼 때까지 잊혀졌다. 나름 미하엘 엔데의 글이 무엇이 있는지는 아는. 성의 없는 팬에서 조금은 아는 팬으로 바뀐 이후였기 때문에 네버엔딩스토리를 보고 당장에 컴퓨터 검색을 한다. 그리고 구입. 네버엔딩스토리 와 모모. 다음 해에 삼순이 열풍이 불어 덩달아 열풍은 맞은 모모를 보며 그때문에 모모를 구입하게 된 모든 사람들이게 (친한 친구를 포함) 웬지 모를 질투가 일었다. 

이 책이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책이었던가. 
     
어릴적 난 쥘 베른에 빠져 살았다. 지금이야 쥘 베른이란 이름을 알지만 어릴 적엔 알리가 있나? "80일간의 세계일주""15소년 표류기" " 해저 2만리" 를 차례로 읽어가며 포그씨와 함께 다니는 파스파르투가 되었고 (포그씨는 될 수 없었다. 어릴 적에도 그의 완벽함을 해내기엔 역 부족이라 생각했었나보다.) 대통령이 되어 애들을 지휘하고 싶었고, 동물을 잡아 기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초에 대해 진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그리고 노틸러스호를 타고 여행을 다니며 정말 바닷 속 깊은 곳은 뜨거운 물이 있어서 부글 부글 끊는다고 확신했다. 이미 존재를 알고 있는 잠수함이지만 쥘 베른이 글을 쓰던 시대에는 잠수함이 발명되기 전 이었으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상상력을 지녔으며, 얼마나 많은 책을 썼는지도 그땐 몰랐다. 차례로 읽은 세권이 모두 한명의 작가라는 것도 몰랐으니까. 단지 너무 재미있어서 쉬는 시간만 되면 상상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딱 초등학교 3학년 다운 지식과 생각만 있을 뿐이었다. 

작년 말 술자리에서 지인들과 대화중에 질문을 하나 받았다. 제일 처음 읽었던 책이 뭐에요? 제일 처음? 완독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완독이 아니어도 읽어봤던 책을 말하는 건가? 그게 달라요? 지인이 의아하게 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가진 첫 책들은 동화책들이었는데 그 책들은 모두 읽을 나이를 한참 넘은 후에 봤어. 그것도 제대로 읽지도 않았어. 나에게 동화는 이솝우화가 다야. 나머지는 그냥 들은 이야기들 이거나 듣지 않아도 텔레비전에서 만화로 본 것들. 그리고 중학교 때 창고에 책들 정리하면서 읽었어. 아마 그때 파랑새를 제대로 읽었을 걸. 동화책을요? 응. 동화책 보다 그 때엔 읽기 힘든 책을을 주로 읽었거든. 어릴때 주말마다 할아버지 댁에 갔었는데 할아버지가 세계문학을 열권 정도 가지고 계셔서 주로 그 책을 봤어. 내용도 모르면서 그냥 읽었던 것 같애. 몇 살때요? 글쎄 글 읽기 시작한 후에 바로였던 것 같은데. 그럼 동화책 말고 처음 그냥 봤던 책은요? 생각했다. 그리고 기억했다.

나타샤가 자신의 첫 사랑인 보리스에게 입맞춤을 하기 위해(그 전에 자신의 오빠가 키스하는 장면을 몰래 지켜보고) 의자가 올라가 보리스의 얼굴을 안는 장면. 나타샤가 키스를 하기 위해 방해되는 머리카락을 흔들어 정리를 했었다. 내 기억엔 그랬다. 웃음이 나왔다. 왜 그래요? 갑자기 웃는 나에게 지인이 물었다. 아냐. 그냥 생각나는 장면이 키스씬이라서. 역시나 어릴때부터 밝힘증이. 당연하지 그게 어디가겠어? 마주보고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전쟁과 평화" 처음으로 읽었던 책은 전쟁과 평화였어. 이해도 못하면서 그냥 있으니 읽었어. 할아버지 댁에선 달리 할 일이 없었는데 그땐 지금 처럼 케이블도 없어서 텔레비전 보는 것도 제한이 있었거든. 어릴때 그걸 봤어요? 응. 내가 좀 빨리 읽었어. 그런 것은. 그때 젊은 베르테르 말고는 다 읽었을 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편지로 되어 있어서 재미가 없었거든. 그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아직도 못 읽었어. 책은 있는데... 

지인이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일 처음 완독 한 것은 뭐에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당연히 "80일간의 세계일주". 봤어? 안 봤다고? 내용은 알아? 성룡이 나오는 그 영화는... 아니 그런거 말고. 영화를 보더라도 제대로 된 걸 봐야지. 아니 뭐 틀리다는 것은 아니고, 아니야 틀려. 틀린 게 맞아. 안 봤으면 봐. 재미있다. 유치하지 않아요? 지인의 말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재미있어. 하지만 그건 재미하고는 다른 문제야.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지금 네가 읽으면 당연히 재미 없을 수도 유치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거든. 좀 빌려줘요. 지인의 말에 멈칫했다. 왜요? 없어. 네? 안 가지고 있다. 그 책을.

맞다. 우습다. 너무나 우습게도 난 그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책을 보라고 재미 있다고 권해주고는 정작 난 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내 생애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고, 몇번이고 읽어서 지금도 장면, 장면이 기억 나는데 책은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쥘 베른을 좋아한다면서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그의 책인 지구속으로를 모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이 그 책의 존재도 몰랐다.

빨간 표지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새로 알았다. 포그씨는 엄청난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의 집엔 서재도 책도 없었다. 수학적 정확성을 가진 사람으로 서두르지 않으며, 한 걸음도 쓸데 없이 내딛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지식은 모두 신문과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이지만 모두 자신이 이용하는 혁신클럽에 있었다. 쓸데없이 집에 서재를 만들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이었던 거다. 책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 필리어스 포그였다.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에 대한 욕심이 없다니 얼마나 대단한 생각을 가진 인물이지? 어릴적에 알지 못한 새로 발견한 사실에 배신감과 질투같은 감정이 살짝 든다.

파스파르투는 말한다. 진짜 기계 같은 사람. 그래, 그계를 섬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그런가? 그는 기계니까. 기계니까 욕심이 없는 거다. 그래서 책에 대한 욕심이 없는거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들고 서울에 갔다. 그리고 작은 핸드백을 탓하며 그의 책가방에 억지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그가 잊기를 바랬다. 헤어질 때 돌려주지 말고 그냥 가져갔으면 했다. 그래서 그가 나에게 연락을 할 하나의 구실이 생겼으면 했다. 하지만 헤어지기 바로 전 무리의 여동생에 의해 책 이야기가 나왔고, 그가 깜빡했다며 나에게 책을 건넸다. 그에게 그리고 책 이야기를 꺼낸 그 여동생에게 상처(그들은 알지 못하는)를 받은 이후였다. 책을 받아 들고,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돌려받은 책이 내 마음인 것 같아서 그래서 너무 슬펐다. 나와 그와의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건 그 여동생도 마찬가지다. 그때마다 난 책을 돌려 받는 아픔이 반복될 것이다.

새로운 사람. 그래 새로운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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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4-0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댓글을 다는 것은 정말 정말 마음에 드는 글들인데.".....

참고로 버벌님은 제 서재에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으쓱으쓱)

버벌 2011-04-08 00:09   좋아요 0 | URL
알아주셔요. 그 댓글 다는게 굉장히 힘들었다는 것을.. ^^ 고민 많이 하고 달아요. (으쓱으쓱) 해도 되요. 그만큼 좋았어요. 진짜루요 ^^

다락방 2011-04-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아파하면서도, 아픔이 반복되리란걸 뻔히 알면서도 그를 끊어내지 못하는걸까요?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고 싶은걸까요, 버벌님?

버벌 2011-04-08 09:05   좋아요 0 | URL
제가 묻고 싶어요. 왜 그러냐고 정말 묻고 싶어요. 내 상황을 아는 지인은 나보고 정신차려-> 라는 말을 거침없이 써요. 그보다 더 한 말도 들은 것 같아요. 하지만 도무지 중단 되지가 않아요. 오늘도 내일도 네이트에 그가 접속 하기만을 기다릴꺼에요. 그리고 혹시나 그가 말을 걸어줄까봐 기다리고 있겠죠. 온라인 표시가 된 그의 아디가 오프라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요. 제가. 그래요. 아파요. ^^

노이에자이트 2011-04-0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 베른의 작품을 성인이 되어 완역본으로 읽는 사람은 드물거예요.어린애나 읽는 책이라는 편견을 완고하게 지니는 사람들도 많고요.

버벌 2011-04-09 00:18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제 여동생 마저도 왜 애들 책을 읽냐고 했으니까요. 저는 그런거 다 접어두고 그냥 너무 좋아하는데 책을 보유하지도 않았고, 어느 정도 책을 읽는다 싶은 나이엔 쥘 베른을 읽지 않아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선 안 될것 같아서. ^^ 아. 예전에 모비딕을 읽으려고 책을 찾는데 어린이 책으로 분류가 되서 조금 놀라기는 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4-09 15:55   좋아요 0 | URL
어린 시절 읽은 책은 반드시 성인이 되어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그러면 어릴 때엔 눈에 안 들어오던 것도 들어오고 지식이 넓어지지요.삶에 대한 통찰력도 생기고요.

모비딕 완역본으로 한 번 읽어보십시오.아이고...정말 논문을 써놓은 대목이 어찌나 많은지...종교사 이야기도 좍 나오는 곳도 있고...그냥 해양모험 장면만 있는 대목은 재밌습니다만...

버벌 2011-04-10 00:38   좋아요 0 | URL
제가 가진 책은 대교 눈높이에서 나온 "모비딕"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샀는지 모르겠어요. 구입한지 어림잡아 6~7년 되는 것 같은데. 생각난 김에 완역본 구입하겠습니다. ^^
 

새벽이다. 난 눈에 불을 켠 채 야근 중이고, 무려 몰래 컴이란 걸 하는 중이다. 선배님은 저쪽에서 열심히. 역시 몰래컴 하시면서 가끔씩 나를 확인한다. 한 눈을 팔아도 두 명이 팔아야 한다. 그래야 면죄부를 얻는다. 선배님이 날 보며 웃는다. 나도 웃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얼굴로.

보통 한 근무에 두 명이 근무를 한다. 그 중 윗 사람은 서류작업을 아래사람 몸으로 움직이는 일은 하는데 난 직장 들어온 지 올해로 십년째인 나름 중견급이다. 하지만 십년 일하는 동안 내 밑으로 남은 후배가 무려 세.명! 그것도 셋 다 다른 곳에서 근무한다. 다시 말해 난 십년 전에도 막내였고, 지금도 역시 막내인 아주 아주 불행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다. 그러다 신이 도우셨는지 한달 전 근무지가 바뀐 후배 한명이 지금의 내가 일하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다. 분명히 후배가 왔는데 일은 줄지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이 왔음에도 여전히 힘쓰는 일엔 내 이름이 불리고, 귀찮은 일은 항상 내 이름이 먼저 나온다. 거기에 감히 후배님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키지도 못하는 소심 선배여서 이 녀석이 이쯤이면 자기가 해보겠다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도와드릴까요? 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라는 희망사항만 간직할 뿐이다. 정말 간직만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참다 못한 내가 어렵사리 희망사항을 입에 담는다 하더라도 그 전에 주먹이 먼저 나갈 것 같다. 이 눈치 없는 것아!!!!!!


굴욕 1. 

출근과 동시에 내내 서 있어서인지 종아리는 터질 것 같다. 덥기는 또 얼마나 더운지. 밖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추운. 그것도 아~주 추운 날씨임에도 난 덧 가운을 벗어버리고 반팔 유니폼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젋네요~ 주치의가 말을 걸었다. 난 여전히 서 있는 상태로 쌓여진 챠트에 한숨을 내쉬는 중이었는데 머리는 멍하고, 팔을 저리고, 어깨는 뻐근해서 카페인과 함께 잠깐의 수다가 그리운 참이였다. 젊지. 아직은. 그냥 그렇다고 해둬. 내가 대답하자 주치의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 주치의는 나보다 무려 6살이 어리다. 게다가 여자인데 키는 나보다 딱 15센티가 더 작다. 난 나보다 6살이나 어리고, 15센티나 여자에게 머리를 맡겨두고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어린 사람 취급 받는 것이 기분 나쁘지가 않다. 정면에 앉아 있던 다른 주치의가 그 모습에 웃는다. 그런건 남자에게 받아야죠. 그랬으면 더 좋았겠지 하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아. 아쉬운 감이 있긴하지만.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주제가 각자의 이상형으로 넘어갔다. 

내가 말했다. 키 큰 남자. 또요? 여자 주치의 말에 키가 커야 해. 그리구요~ 이번에는 남자 주치의다. 역시나 키가 커야해. 키 큰게 좋긴 하죠. 여자 주치의가 웃는다. 저도 키가 큰 게 좋아요. 나보다 딱 15센티가 작은 여자 주치의를 야무지게 훝어봐 주고 남자 주치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게임 좋아하니 게임 좋아하는 여자가 좋겠네? 보통 그렇다던데. 남자 주치의가 웃었다. 이왕이면 게임 좋아하는 여자가 좋겠죠. 눈을 빛내며 손을 잡았다. 나보다 다섯살이 어려서 다섯살만큼 어린 손이었다. 알고 있지? 나 게임 엄청 좋아해. 남자 주치의는 손을 치우지 않았다. 웃음도 그대로였다. 선생님. 응? 손을 꽉 쥐었다. 나보다 다섯살이 어린 그 손을.  전 게임하는 예쁜 여자가 좋아요.

분명히 장난으로 한 대화인데 기분이 왜 이러냐.


굴욕 2.   

혈압을 재는데 환자 분이 묻는다. 오늘은 혈압 담당이요? 혈압을 재는 일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고, 몸을 움직이는 일은 두 명의 근무자 중 더 어린 사람이 한다. 십년째지만 같이 일하는 후배는 달랑 하나인 난 늘 어린 사람의 입장이었고, 이날도 역시 어린 사람 이었다.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쫄짜라서 그래요. 그러자 그분이 말한다. 쫄짜라고? 네. 참내 쫄짜가 분명히 아닌데 왜 쫄짜라고 그래. 엥???? 표정 관리가 안된다. 분명히 아닌 건 맞다. 뒤에서 두번째니까. 그래도 정확하게 쫄짜는 아니어도 쫄짜 비스무리하지 않나? 어정쩡한 몸짓으로 혈압기를 풀며 말했다. 정확히는 쫄짜가 아니긴 한데.... 딱 봐도 쫄짜가 아닌데 무얼. 내가 사람을 얼마나 잘 본디. 쫄짜아냐~ 아니죠. 당연히 아니긴 한데.... 듣는 어감이 좀 이상하다.

스테이션에 와서 처음 보이는 주치의에게 방금 전의 상황을 말했다. 그리고 힘을 주어 말한다. 나 쫄짜가 아닌데 왜 쫄짜라고 그러냐는 말을 들었어. 나 아닌건 맞는데 그래도 막내급이잖아. 아니야? 나 그렇게 나이들어보여? 아니 내가 나이 먹은 건 맞아. 하지만 여기 선배님들은 나보다 더. 훨씬 더 나이를 먹었잖아. 그러니까요. 주치의가 말한다. 나를 달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동안이에요. 쫄짜처럼 보여요. 뭐 그딴 말을 기대하며 내 팔을 쥐고 가볍게 흔들고 있는 주치의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일단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니까요.  

분명히 장난으로 한 말일텐데 기분이 왜 이러냐. 


굴욕 3
 

한바탕 폭풍이 지나고 스테이션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선배님이 라운딩 간 사이 난 의자에 앉아 다리를 쭉 뻗었다. 알차게 박힌 알이 비명을 질렀다. 주치의들이 모여 한참 어떤 연예인이 예쁜지 이야기 중이었다. 난 스테이션을 지키면서 지나가는 환자들에겐 눈인사를 귀로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역시~ 가수 L양이 최고지! 몸매도 예쁘고, 쿨한게 좋잖아. 아냐아냐 요즘엔 모델 B가 예쁘던데. 그래도 배우인 L양이 정말 예쁘지 않아? 진짜 예쁜거 같애~  배우 L양? 내가 묻는다. 주치의들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갑작스런 관심에 당황했다. 그래서 당황함을 한껏 담은 얼굴로 말했다. 아니 예쁘다고. 배우 L양은 나라에서 상 줘야해. 그렇게 예쁜건 국가적으로 관리도 해줘야 한다고. 그렇죠 그렇죠? 배우 L양이 예쁘다고 한 주치의가 박수를 친다. 덧 붙여 말했다. 가수 L은 별로던데. 가수가 일단 노래를 잘해야지. 춤도 잘 추는 것 같지도 않고, 섹시는 무슨. 가수 L양이 좋다던 주치의가 목소리를 높였다. 왜요? 그 나이에 그 정도로 예쁘고, 몸매도 예쁘고, 동안이잖아요. 그래? 잠깐 뜸을 들였다. 식어버린 커피를 원샷하고 말했다. 나 L양이랑 동갑인데 나도 그렇게 동안으로...... 보이지? 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주치의가 말을 끊는다. 그리고 어이없는 냉담한 표정으로 말한다. 저 모욕하시는 건가요? 모.. 모욕?

절대 장난으로 한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기분이 이런건 절대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기집애. 그냥 그렇다고 이야기 해 주면 이미 빠진 덧니가 다시 생기길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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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05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긴데 완죤 슬픈것이 딱 제 이야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벌 2011-04-05 10:58   좋아요 0 | URL
몰래컴 하며서 예전에 있었던 일을 적었어요. 적으면서 전 얼마나 불행했을까요. ㅡㅡ;; 완죤 슬펐어요. ㅋㅋ 그런데 같은 이야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리 힘내보아요~~

웽스북스 2011-04-05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배가 들어오면 후배일가르쳐주기와 후배일봐주기, 라는 새로운 일이 생기지요 ㅋ
(안녕하세요 버벌님 :))

버벌 2011-04-06 02: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 방금 전에 그 후배와 일을 교대 했습니다. 여기저기 해 놓은 일이 눈에 안 차요. 이것저것 다 지적하면 엄청나게 못 된 선배가 결혼도 못 해 놓구선 히스테리 부린다... 라고 생각할까봐. 그냥 말기로 했습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ㅠㅠ

에디 2011-04-07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맘에 들어요.

버벌 2011-04-07 11:56   좋아요 0 | URL
엇. 저 지금 엄청 감동 받았습니다. ^^ 감사해요. 기분좋게 하루를 지낼 것 같아요. 저도 에디님 글 참 좋아합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
 

 

2004년. <스노우캣 홈피에서 본 공감하며 웃었던 카툰하나>

파릇한 이십대의 난 폴 오스터와 스노우캣에 빠져 있었다. 
열린책들 출판사의 하드커버와 다른 책에 비해 조금은 작은 사이즈를 좋아했고, 그 때문에 폴 오스터책도 좋아했다.
폴 오스터의 글이 먼저가 아니라 열린책들 이라는 출판사를 먼저 좋아한 조금은 이상한 상황이다.

스노우캣은 아는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그녀의 캐릭터와 만화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보다 더 마음을 잡아 끈것은 외국에서 고양이와 생활하는 독신 여성이라는 점, 커피를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아는 문화 지식이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새로운 지식 창고였다는 점이었다. 그녀를 통해 여러 재즈 밴드를 알게 되었고, 스타워즈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니까. 생각해보면 따라하기 좋아하는 내 취미는 여기서 부터 시작이었다. 바로 스노우캣으로부터.
그녀가 쓴 책을 사다 날랐고, 그녀의 홈피에 접속 해 일기를 보고 웃어댔다. 

어느날 난 하나의 광고를 발견한다.

  

 폴 오스터 헌정 앨범.  
 광고에선 폴 오스터의 작품 들에서 주로 등장하는 운명, 우연, 상실, 도시, 기적, 열광, 영화를
 잘 표현한 음악을 골라 앨범에 담아 냈다고 한다. (난 읽으면서 저 단어들에 대한 공감은 커녕 읽어
 내는데 급급했다. 폴 오스터의 책은 그때도 지금도 나에게 항상 숙제다.)
 게다가 폴 오스터의 책까지 세트로 묶여있다. 구입했다.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실은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 봐도 몰랐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명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리 없는 재즈와 인디팝이 담겨있었으니까.
내가 구입한 이유는 폴 오스터를 위한 앨범이고, 폴 오스터의 책을 끼워주고, 스노우캣이 앨범 작업에 참여 했기 때문이었다. 이것 말고 더 큰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당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 사람 이었는데!

그리고 드디어 손에 들어 온 음반을 듣고 난 뒤 두 사람에게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Spain의 Nobody Has To Know 

나에게 앨범의 가치는 이 음악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이 곡 말고 다른 곡들은 영 아니었냐고? 전혀!
앨범에 담긴 모든 곡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말 좋았지만 특히나 더 좋았던 것은 바로 Spain의 발견이었다.
spain이라는 이름은 스노우캣 홈피에서 심심치 않게 보였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 정식으로 노래를 들어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완전 대박이었다. 2004년은 지금 처럼 엠피쓰리 다운 받는 곡들이 다양하지가 못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명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리 없었던 spain의 곡들은 모든 음악 사이트를 돌아다녀도 다운 받을 수가 없었다. 너무 좋아하는 음악인데 집에서만. 그것도 시디플레이가 없어 컴퓨터로만 재생할 수 있었던 Nobody has to know

결국엔 몇 년이 흘러 컴퓨터를 좀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시디를 컴퓨터로 옮기고 그 음악을 엠피쓰리로 담는 작업을 수 없이 반복한 끝에 성공했다. 시간이 흘러 나이 먹은 시디가 뻥난 바람에 우글거리는 음악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랴. 그리고 그 곡이 담겨 있던 spain의 she Haunts my dreams앨범도 겨우 발견 할 수 있었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검색은 힘들다. 아니 spain에 대한 지식 찾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중 동영상 검색은 최악이다.) 

재즈라는 장르는 나에게 정말 생소하다.
애시드 재즈. 자미로콰이로 인해 비교적 듣기 수월한 재즈(?)에 귀가 노출 되어있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과연 저 곡들을 내가 좋아 할 수 있을까? 단지 내가 좋아하는 곡은 Nobody Has To Know 한 곡 만이 아닐까? 의문도 들었다.

쓸데 없는 생각이었음은 채 한시간도 못 되어 알게 되었지만.
Nobody Has To Know 말고도 내 마음을 잡아 끈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Every time i try>
 
이 곡은 다른 곡들에 비해 노출이 되어있는데 (하지만 그것도 썩 신통치 않다) 이유는 1997년 빔 벤더스 감독의 "폭력의 종말" OST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뮤직비디오라는 걸쭉한 산물도 있다. 서너시간 인터넷 바다를 헤엄치니 네이버 뮤직을 통해 쉽게 뮤직비디오를 볼 수는 있지만 당연히 유튜브엔 없다. 뮤직비디오를 원하면 아래로 고고

http://music.naver.com/video/popupPlayer.nhn?videoId=19379

 

spain <every time i try>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은 굉장히 신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음이 즐거워 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다.

폴 오스터와 스노우 캣과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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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3-3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폴은 별루지만 스노우 캣은 정말 좋아합니다^^

버벌 2011-03-31 13:5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저 역시 폴 오스터는 한때~ 였어요. 그렇다고 지금은 싫은 뭐 그런건 아니구요. 예전보단 애정이 조금 덜 해졌... ㅡㅡ;; ^^ 스노우캣 좋아하시네요. 저도 스노우캣을 정말 아주 많~~이 좋아한답니다. 글 감사합니다. ^^

낮에나온반달 2011-03-3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찾이 하나 늘었죠? 인사드려요, 꾸벅^^

버벌 2011-03-31 13:54   좋아요 0 | URL
엄머. 어떻게 해요. 너무 좋아요. ㅠㅠ 안녕하세요

Mephistopheles 2011-04-0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행인 것이...아직 커피까지는 중독이 아니라는 것이죠..ㅎㅎㅎ

버벌 2011-04-02 08:48   좋아요 0 | URL
어서 오세요. 중독이 세계로~ 여기 참 좋아요~ ㅎㅎㅎ

에디 2011-04-0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마 홍대 카페 비하인드를 스노우캣에서 보고 처음 간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카페 기행도 그렇게 시작된 것 같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가 '예전엔 게으른 이야기를 써서 공감대를 얻더니 다이어리로 돈벌어서 미국에 간 배신자' 라고 부르던게 생각나네요. (물론 농담조의 말이었어요)

버벌 2011-04-02 08:50   좋아요 0 | URL
게으른 이야기를 써서 공감대를 얻더니 다이어리로 돈 벌어서 미국에 간 배신자. --> 공감가는데요. 카페 기행이라. 전 오늘 서울에 갑니다. 가서 서점이랑 카페랑 돌아보고 올거에요. 친구들도 만나고. 지방에 살아서 이상하게 서울을 간다고 하면 마음이,,, (촌스러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