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스노우캣 홈피에서 본 공감하며 웃었던 카툰하나>

파릇한 이십대의 난 폴 오스터와 스노우캣에 빠져 있었다. 
열린책들 출판사의 하드커버와 다른 책에 비해 조금은 작은 사이즈를 좋아했고, 그 때문에 폴 오스터책도 좋아했다.
폴 오스터의 글이 먼저가 아니라 열린책들 이라는 출판사를 먼저 좋아한 조금은 이상한 상황이다.

스노우캣은 아는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그녀의 캐릭터와 만화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보다 더 마음을 잡아 끈것은 외국에서 고양이와 생활하는 독신 여성이라는 점, 커피를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아는 문화 지식이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새로운 지식 창고였다는 점이었다. 그녀를 통해 여러 재즈 밴드를 알게 되었고, 스타워즈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니까. 생각해보면 따라하기 좋아하는 내 취미는 여기서 부터 시작이었다. 바로 스노우캣으로부터.
그녀가 쓴 책을 사다 날랐고, 그녀의 홈피에 접속 해 일기를 보고 웃어댔다. 

어느날 난 하나의 광고를 발견한다.

  

 폴 오스터 헌정 앨범.  
 광고에선 폴 오스터의 작품 들에서 주로 등장하는 운명, 우연, 상실, 도시, 기적, 열광, 영화를
 잘 표현한 음악을 골라 앨범에 담아 냈다고 한다. (난 읽으면서 저 단어들에 대한 공감은 커녕 읽어
 내는데 급급했다. 폴 오스터의 책은 그때도 지금도 나에게 항상 숙제다.)
 게다가 폴 오스터의 책까지 세트로 묶여있다. 구입했다.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실은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 봐도 몰랐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명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리 없는 재즈와 인디팝이 담겨있었으니까.
내가 구입한 이유는 폴 오스터를 위한 앨범이고, 폴 오스터의 책을 끼워주고, 스노우캣이 앨범 작업에 참여 했기 때문이었다. 이것 말고 더 큰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당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 사람 이었는데!

그리고 드디어 손에 들어 온 음반을 듣고 난 뒤 두 사람에게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Spain의 Nobody Has To Know 

나에게 앨범의 가치는 이 음악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이 곡 말고 다른 곡들은 영 아니었냐고? 전혀!
앨범에 담긴 모든 곡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말 좋았지만 특히나 더 좋았던 것은 바로 Spain의 발견이었다.
spain이라는 이름은 스노우캣 홈피에서 심심치 않게 보였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 정식으로 노래를 들어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완전 대박이었다. 2004년은 지금 처럼 엠피쓰리 다운 받는 곡들이 다양하지가 못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명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리 없었던 spain의 곡들은 모든 음악 사이트를 돌아다녀도 다운 받을 수가 없었다. 너무 좋아하는 음악인데 집에서만. 그것도 시디플레이가 없어 컴퓨터로만 재생할 수 있었던 Nobody has to know

결국엔 몇 년이 흘러 컴퓨터를 좀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시디를 컴퓨터로 옮기고 그 음악을 엠피쓰리로 담는 작업을 수 없이 반복한 끝에 성공했다. 시간이 흘러 나이 먹은 시디가 뻥난 바람에 우글거리는 음악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랴. 그리고 그 곡이 담겨 있던 spain의 she Haunts my dreams앨범도 겨우 발견 할 수 있었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검색은 힘들다. 아니 spain에 대한 지식 찾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중 동영상 검색은 최악이다.) 

재즈라는 장르는 나에게 정말 생소하다.
애시드 재즈. 자미로콰이로 인해 비교적 듣기 수월한 재즈(?)에 귀가 노출 되어있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과연 저 곡들을 내가 좋아 할 수 있을까? 단지 내가 좋아하는 곡은 Nobody Has To Know 한 곡 만이 아닐까? 의문도 들었다.

쓸데 없는 생각이었음은 채 한시간도 못 되어 알게 되었지만.
Nobody Has To Know 말고도 내 마음을 잡아 끈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Every time i try>
 
이 곡은 다른 곡들에 비해 노출이 되어있는데 (하지만 그것도 썩 신통치 않다) 이유는 1997년 빔 벤더스 감독의 "폭력의 종말" OST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뮤직비디오라는 걸쭉한 산물도 있다. 서너시간 인터넷 바다를 헤엄치니 네이버 뮤직을 통해 쉽게 뮤직비디오를 볼 수는 있지만 당연히 유튜브엔 없다. 뮤직비디오를 원하면 아래로 고고

http://music.naver.com/video/popupPlayer.nhn?videoId=19379

 

spain <every time i try>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은 굉장히 신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음이 즐거워 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다.

폴 오스터와 스노우 캣과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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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3-3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폴은 별루지만 스노우 캣은 정말 좋아합니다^^

버벌 2011-03-31 13:5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저 역시 폴 오스터는 한때~ 였어요. 그렇다고 지금은 싫은 뭐 그런건 아니구요. 예전보단 애정이 조금 덜 해졌... ㅡㅡ;; ^^ 스노우캣 좋아하시네요. 저도 스노우캣을 정말 아주 많~~이 좋아한답니다. 글 감사합니다. ^^

낮에나온반달 2011-03-3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찾이 하나 늘었죠? 인사드려요, 꾸벅^^

버벌 2011-03-31 13:54   좋아요 0 | URL
엄머. 어떻게 해요. 너무 좋아요. ㅠㅠ 안녕하세요

Mephistopheles 2011-04-0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행인 것이...아직 커피까지는 중독이 아니라는 것이죠..ㅎㅎㅎ

버벌 2011-04-02 08:48   좋아요 0 | URL
어서 오세요. 중독이 세계로~ 여기 참 좋아요~ ㅎㅎㅎ

에디 2011-04-0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마 홍대 카페 비하인드를 스노우캣에서 보고 처음 간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카페 기행도 그렇게 시작된 것 같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가 '예전엔 게으른 이야기를 써서 공감대를 얻더니 다이어리로 돈벌어서 미국에 간 배신자' 라고 부르던게 생각나네요. (물론 농담조의 말이었어요)

버벌 2011-04-02 08:50   좋아요 0 | URL
게으른 이야기를 써서 공감대를 얻더니 다이어리로 돈 벌어서 미국에 간 배신자. --> 공감가는데요. 카페 기행이라. 전 오늘 서울에 갑니다. 가서 서점이랑 카페랑 돌아보고 올거에요. 친구들도 만나고. 지방에 살아서 이상하게 서울을 간다고 하면 마음이,,, (촌스러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