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아침부터 흐렸다. 전날에 비가 내렸고, 이날도 약간의 비가 내렸다. 5월 들어 반팔에 타이즈 없이 스커트를 입었던 여동생은 전날에 이어 옷장 구석에 있던 자켓을 걸치고, 치마 대신 청바지를 입었다. 난 쉬는 날이었는데 숙취를 호소하며 여동생이 기상할 때 같이 일어나서 식구들이 출근 준비에 분주할때 하릴없이 거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안 가냐? 막내 동생이 물었다. 안 가는데. 이틀 쉰다. 동생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아침 대신 두유를 마셨다. 왜 그렇게 자주 쉬어? 너 짤렸나? 숙취 때문에 하루사이 반쪽이 된 여동생이 위를 쓰다듬으며 묻는다. 연속근무에 야근까지 했는데 짤렸냐 묻는다. 충혈된 눈으로 째려봐주고, 고양이 세수로 눈꼽을 떼어냈다. 그리고 식구들을 배웅했다. 세탁기 돌렸으니 널어라. 김여사 목소리가 닫힌 현관문 틈으로 들려왔다. 응. 대답했다. 들리지 않게 나중에라고도 덧붙였다. 거실에 누워 애벌레처럼 기어다녔다. 벌떡 일어나 스트레칭도 했다. 띵동 소리가 나자 귀찮지만 빨래도 널고, 개수대에 쌓인 그릇도 씻었다. 그리고 갑자기 난 방울 토마토가 먹고 싶었다.   

며칠전 다락방님은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날씨가 흐리다. 춥기까지 하다. 그리고 집엔 방울 토마토가 없었다.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욕구를 참느냐, 본능에 충실하느냐. 방에 돌아와 이불 속을 파고 들었다. 마트까진 걸어서 20분. 마트에 생각이 미치차 사야할 것들이 마구 떠오른다. 이불로 머리를 덮었다. 건전지를 사야한다. 두유도 떨어졌고, 빵도 없다. 하품을 했다. 방울토마토, 건전지, 두유, 빵, 과자 몇개. 눈이 감겼다. 아~ 물병도 하나 사야하는데.....  

고민을 한건 오전. 집을 나선건 오후. 중간에 잠도 잤는데 아직까지도 방울 토마토는 먹고 싶었다. 세수를 하고, 선크림을 바르려다가 그만둔다. 날씨도 흐리고, 금방 다녀올 것이고, 선크림 바르면 와서 씻어야하고 (켁) 모자티에 달린 모자를 쓴다. 핸드폰과 아이팟 둘다 넣으면 주머니가 쳐질것 같아 아이팟만 담고, 거기에 카드와 천원짜리 몇개를 담았다.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날이 추웠다. 위에 옷을 더 입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날씨가 꾸물꾸물한게. 집 앞의 저수지도 그 탓인지 사람이 적다. 정말 좋은(?) 날이다. 

 

  

 

 

 

 

 

 

 

 

 

 

 

 

 

 

 

 

 






장본것 -> 방울토마토 한상자, 두유 한박스, 라면, 건전지, 과자, 빵.   아 물병.(젠장) 라면이 아니라 물병이었어!

야구 보면서 맥주 두캔과 방울 토마토 절반이 사라졌다. 나머지 절반은 아버지가. 하루가 지난 지금 춥지는 않는데 여전히 흐린 하늘이다. 그리고 난 방울 토마토가 먹고싶다. 집에는 방울 토마토가 없다. 팔짱을 끼고 고민중이다.

 
2. 

오랫만에 위키드를 꺼내들었다. 지나간 뉴스 검색을 하던 중 내년에 뮤지컬 "위키드"가 한국에 들어온 다는 기사를 본 까닭이다. 개인적으로 "캣츠" 다음으로 보고 싶은게 "위키드" 였기에 기사를 보며 우와~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부랴부랴 책을 꺼냈다. 기억에 2편까지 보고 중단 한 것 같다. 그래서 3편을 읽는데 이게 읽은지 오래라 정리가 안된다. 내가 1편만 읽고 놔뒀었나? 2편을 꺼내들었다. 읽다보니 얼라 나 이부분 읽었는데? 다시 3편. 아 역시 모르겠다. 그냥 2편부터 보자. 음음음. 그냥 1편부터 보는게... 환장하겠네. 이래서 책을 중간에 놔선 안된다. 엘피와 글린다의 만남부터 차분히 읽기로 했다. 어차피 뮤지컬은 내년이니 그 전에 완독하고, 노래까지 마스터 하는거다. 철저한 계획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하하 (?)  

여행 블로그들을 자주 다니기에 알게 된 뮤지컬 "위키드". 블로거들은 여행 중. 특히 런던 여행을 가게 되면 뮤지컬을 보라고 말을 한다. 시간이 되고, 자금의 여유가 되고,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뮤지컬의 본고장 런던에서 꼭 뮤지컬을 보고 돌아오라고. 그들은 그렇게 말을 한다. 몇년 전 한 블로거님이 "위키드"를 보고 왔다며 글을 올렸다. 보고 싶어서, 한국을 떠나기 전 미리 표를 예매했다고, 그래서 드디어 보게 되었으며 그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글을 읽고, 그녀가 올린 사진을 보고, "위키드"에 대해 검색을 하고, 관련된 라이브 동영상을 찾아보며 난 결심했다. 꼭! "위키드"를 보고 말 것이다. 

소망한다. 꼭~ 뮤지컬이 오기를. 중간에 계획이 틀어져선 절대로 안된다. 

 

3.  

 

 

  

 

"위키드"를 꺼냈는데 옆에 있던 "미사고의 숲"도 딸려 나온다. 와~ 너 오랫만이다.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마구 추천했던 책인데. 한동안 잊고 있었다. 내용도 재미가 있고, 하드커버인데 크기는 살짝 큰 다이어리정도? 들고 있으면 한손에 착 감기는 게 느낌도 너무 좋다. 새로 바뀐 표지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존 표지로 이미지를 올리려 했는데. 뜨질 않네.  


미사고의 숲은 한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국내에 나와 있는 것은 한권뿐. 아무리 둘러봐도 한권인데. 다른 정보 아는 분은 저에게 좀. ^^   작가인 로버트 홀드스톡은 2009년도에 세상을 떠났다. 난 그의 책을 한권밖에 보지 못 했는데... 왜 이리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지. 좀 더 많이 알지 못해 아쉽고, 그렇게 알기 전에 세상을 떠나서 더 아쉽다. 그래도 그가 살아있을 때 책을 접한게 다행이다. 다른 책들도 어서 번역해주지 왜 안해주는 걸까? 개인적으로 이런 환상 문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장르를 떠나서 재미있는 책은 꼭 찾아서 읽는편이다.

제목의 미사고는 신화 myth와 심상 imago 를 결합한 합성어 <미사고 mythago>로 이건 내용의 뼈대이기도 하다. 해설을 보면 집단 무의식이 어쩌고 하던데. 아 어렵다. 정신분석학은 나와 맞지 않다. 그냥 내식대로 풀이하자면 미사고의 숲은 고대 신화와 종교가 어울려진. 주인공이 점점 신화에 다가가고, 자신도 신화가 되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정말로 딱 내 취향의 소설이다.
오랫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 위키드는 어쩌나. 음. 위키드는 내년까지 시간이 있으니(쿨럭)   

 

4. 

마트 가는 길에 새로 스타벅스가 생긴 것을 봤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두유 딸기 프라푸치노. 인증샷! 그랑데 아니에요~


노이에자이트님. 아직 서점은 가지 못했어요. 집에서 스타벅스는 가깝지만 서점은 너무나 멀어요. 훌쩍. 

 

덧붙임.  


위키드 맛보기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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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13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닌 타인의 일상을 이렇게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도 알라딘 서재의 매력인 것 같아요. ^^ 물론 뮤지컬의 무뢰한이자 문화 생활과 담 쌓고 있는 저이지만 쉬는 날 집에서 뒹굴러 버리다가 기껏 나가서 살 것 못사고 들어오는 것은 좀 비슷해서 동지 의식을 느낍니다. ^^

버벌 2011-05-14 16:55   좋아요 0 | URL
저도 뮤지컬은 잘 몰라요. 그냥 눈에 띄었고, 보고 싶다 강하게 생각이 들었을 뿐. ㅎㅎ 좋아하든 그렇지 않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잖아요. 환상 문학은 그닥이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미사고의 숲도 그랬고, 여행 블로그에서 본 위키드도 그렇고, 환타지 소설 안 좋아했는데... 어느 잡지에서 본 그의 글에 훅~ 가서 당장에 얼음과 불의 노래를 구입해버린. 뭐 그런 것들이요. ^^ (마틴옹 만쉐!!)

저는 지금도 방울 토마토가 먹고 싶어요. 퇴근하면서 마트 좀 들러볼까 했는데 힐이 아파서 못갔음요.

루쉰P 2011-05-14 23:28   좋아요 0 | URL
'미사고의 숲'이 그리 대단하다고 하시니 왠지 댕끼는데요. 흠...사람이 좋아하는 문학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칭송이 대단한 이유를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네요. ^^

뮤지컬이 눈에 들어온다...그것만 해도 꽤 문화적이신뎅?? 하여튼 마틴옹 만쉐!!

아...방울 토마토에 대한 집념의 글을 보니 배달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살다 보면 언젠가 먹을거에요. 힘 내세요!!

다락방 2011-05-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번 말한건 지키고야마는 의리의 버벌님이군요! 예쁘기도하지! :)

미사고의숲은 나는 읽었으면서도 한동안 마사고의숲 이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저는 열린책들의 하드커버로가지고 있는데 처음 선물 받았을떼 엄청 재미없을것 같아서 저기에 멀찌감치 치워놨었거든요. 나중에 꺼내읽고 완전 몰입했었어요.

그나저나, 사진을 보니 정말 산책하기에도, 데이트하기에도 적절한 장소로군요!!

버벌 2011-05-14 16:59   좋아요 0 | URL
저 촘 이쁜듯. 캬하하하

아마도 락방님이 가지고 계신책이 제 책과 같은 걸거에요. 하드커버. 그 커버에 그려진 그림이 "새"인줄 한동안 몰랐어요. 몇년간 사람이라 생각했다는..ㅡㅡ;;;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전. 다른 시리즈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나올까요?

집 앞 저수지에요. 사람도 많고, 분수쇼에 간이 콘서트같은 것도 하고 그래요. 하지만 정작 전. 아무것도 보질 못했다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아~ 시작하나 보다. 생각만 했을 뿐. 얼마전에 확~ 뒤집어서 보기도 좋게 시에서 해놓은 건데. 듣자니 저수지 바닥의 물이 흐르지 못 해 썩고 있다고 합니다. 음음 안돼요. 안돼. 개발도 환경도 모두 윈윈 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05-15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벅스가 어디에 새로 생겼을까...저는 커피도 안 마시지만 다국적 체인망에는 관심이 많아서...

저수지가 운천저수지 같기도 하고 풍암저수지 같기도 하네요.

버벌 2011-05-15 21:56   좋아요 0 | URL
움. 어디일까요? 알아맞춰보아효~ ㅎㅎㅎㅎ 저는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탈입니다. 두드러기에 근 몇달을 고생해서 당최 커피는 멀리할 수가 없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5-15 23:11   좋아요 0 | URL
음...무등산 속의 광주호는 아니고...첨단단지 쪽인가...모르겠네요.풍암 같기도 하고...

순오기 2011-05-17 08:00   좋아요 0 | URL
운천저수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노이에자이트 2011-05-17 16:20   좋아요 0 | URL
그러면 풍암? 궁금궁금!!!

순오기 2011-05-18 07:27   좋아요 0 | URL
집근처 저수지라는 구절이 있고, 무각사가 집근처라는 댓글이 있으니
그럼 운천저수지가 맞겠는데... 운천저수지 가운데에 섬이 있던가~~~~~

버벌 2011-05-19 19:1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운천입니다. ^^

순오기 2011-05-1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벌님, 빛고을이라서 더 반갑습니다~~~ ^^
고전문학 강좌 장소인 무각사 찾아가느라 좀 헤맸어요.
강의는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 1>의 3장 이상향을 찾아서~를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라
강의자체가 재밌지는 않았지만~~~~ 후기는 사진을 곁들여 올려볼게요.^^

버벌 2011-05-17 10:32   좋아요 0 | URL
집근처여서 꼭 가고 싶었거든요. 근무 조정이 갑자기 되는 바람에. 팀장님에게 꽤나 짜증을 냈다는.. ㅡㅡ;; 덕분에 여동생도 시간 뺐다가 머라머라머라.. 후기 기대할게요. ^^

정말 반갑습니다.

pjy 2011-05-1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날이다~~ 네, 한가하니 참 좋아보입니다^^ 문득 둘이 손잡고 댕기면 더 좋은날이지 싶습니다--;

버벌 2011-05-19 19:11   좋아요 0 | URL
네 한가하니 참 좋은 날이었어요. 날씨가 꾸리꾸리하니.. 사람들이 없는 좋은 날요.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해서요
 

 1.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니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는 계획적인 사람이고, 거기에 따른 행동도 충실한 사람이다. 그는 그녀를 선택했고, 사랑하게 했고, 손에 넣었다.

그녀는 그를 만날때까지 주변에 친구가 없었다. 유일한 친구였던 반려 동물은 곁을 떠났고, 유일한 남자는 할아버지뿐. 그녀는 외딴 섬에 갇혀, 숨 막힐 듯한 집에 갇혀, 사랑을 주지 않는 할아버지에게 갇혀 18년을 자랐다. 그녀는 순진무구한 소녀지만 세상을 아주 모르는 쑥맥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를 알고, 예의를 알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어필할 줄도 안다. 그리고 사랑도 안다. 책 속에서 보는 로맨스에 백마탄 왕자를 꿈꾸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것이 사랑인줄 알며 자신도 사랑에 빠지길 기대한다. 고립된 그녀는 탈출을 꿈꾸고, 성자들 보다 많은 이야기거리를 가져오는 죄인들에게 더 흥미있어한다. 

"아녜요, 절대로 죽고 싶진 않아요. 인생을 만끽할 때까지는죽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누구나 행복해 질 권리가 있고요. 저도 언젠간 행복을 <차지할>거에요. 젊음과 건강과 자유는 즐기도록 주어진 것이고 저도 너무 늙어 그것들을 만끽할 수 없게 되기전에, 온갖 즐거움을 맛보고싶어요" 

"법과 관습 따위는 전 몰라요. 여론 같은 건 경멸해요. 수치심과 두려움은 사양하겠어요. 누구나 자기 식대로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책에서 보니까 죄인들이 성자들보다 언제나 더욱 흥미롭던데요. 그리고 현실에서도 착한 사람들이란 지긋지긋하게 재미없어요. 흉악해지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행복하고 싶어요. 저의 인생은 짧고 신나는 것이어야 해요. 즐거움에 대한 대가도 필요하다면 치러야지요"

<치명적 사랑. 1장>

그와 그녀.  

로자몬드는 템페스트를 처음 만나는 순간 사랑하게 될 것임을 알았다. 정말 그랬다. 템페스트는 로자몬드를 처음 본 순간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도 그녀를 사랑하기로 했다. 로자몬드는 순진하지만 자존심 강하고, 자유로운 그녀식으로 템페스트를 사랑한다.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그렇게 말했으니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템페스트는 교활하고, 악랄한 그 다운 방식으로 로자몬드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을 했으니 그들은 행복했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랬다. 심부름꾼 소년이며 말동무였던 리토가 템페스트의 아들이며, 그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고 아직 이혼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유부남이었는데 그로 인해 자신과 결혼이 불가능했던 그가 거짓 목사를 세워 가짜 결혼을 한 것임을 그녀가 안 순간까지는. 게다가 그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남자를 일부러 병에 걸리게 만들어 죽게 한다.  

템페스트의 모든 것을 알게 된 로자몬드는 엄청난 배신감에 몸을 떨며, 그가 모르게 집을, 그의 곁을 떠난다. 그녀는 홀로 도망쳐 허름한 집으로, 거기에서 다시 유명 배우였던 오노린에게로, 그리고 수녀원으로 도망을 친다. 그녀는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린다. 그가 자신을 찾아낼까봐. 그가 자신을 찾아서 데려갈까봐. 로자몬드는 도망친 수녀원에서 고해성사를 한다. 그를 아직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네" 그녀는 대답을 한다.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템페스트의 자신에 찬 웃음소리가 울린다. 그녀는 절망한다. 그가 자신을 찾아냈음에 그리고 아직도 그를 사랑함에 절망한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다. 처음에는 말동무였던 순진한 리토가 죽은 줄 알았고, 자신을 도와주던 이그네이셔스 신부와는 그를 사랑함에도 그의 조건상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백작의 청혼을 수락하지만 그는 템페스트의 혀에 놀아나 미치광이었던 전처의 망령에 몸을 떨며 로자몬드를 떠났다.   

템페스트는 충실한 하인 뱁티스트를 통해 그녀를 차례로 찾아낸다. 그리고 여러차례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녀도 자신을 사랑함을 확인 한다. 이혼이 마무리가 되면 그녀와 정식으로 결혼을 할 것이라며 그녀를 설득 한다. 그는 자신만만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원하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손에 넣었다. 늘 그랬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의 결합을 위해 방해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의 곁에 머무는 남자들을 제거 한다. 거짓 소문을 내어 그녀를 미치광이로 만들고, 배를 침몰 시켜 죽이려고한다. 하지만 지금 이상한 상황이 전개 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마땅히 자신의 곁에 있어야 하거늘 로자몬드를 잡았음에도 그녀는 그를 보지 않는다. 그녀는 당연히 그를 사랑하는데, 그 사랑이 확실한데 그래서 자신도 그녀를 사랑하는데 그녀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녀는 끝없이 도망가고, 그는 끝없이 그녀를 쫓는다.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 성자보다 죄인을 더 좋아하던 그녀가 착한 사람이 아닌 악인이었던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처럼, 순진한 그녀가 아니라 그를 떠나고, 그를 외면하며 다른 남자와 함께 하길 원하는 그녀를 보며 그의 사랑은 더 확고해진다. 그래서 그는 결심한다.

그와 함께하는 아니 함께 하려하는 신부가 탄 배를 들이 받아 침몰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찾아간 그녀의 집에서 그는 발견한다. 그녀의 싸늘한 주검을. 자신의 옆에 서서, 자신과 함께 행복해야할 그녀는 자신이 쫓을때보다 밝은 미소로 죽어있다. 그가 그녀를 죽였다. 그리고 그것은 드디어 그녀를 웃게 했다. 곁에는 사랑과 인내가 담긴 얼굴의 신부가 있다. 자신이 죽이려 했던 그 신부가. 끝이 아니다. 템페스트는 결심한다. 그녀는 나의 것이다. 단도를 꺼냈다. 그는 그녀를 쫓았다. 그게 어디든 상관 없었다. 그녀와 함께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이 없었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그녀였고, 그가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녀가 다른 이와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그녀는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그는 치명적이었다. 그를 연적을 바라보며 단도를 가슴에 꽂는다.

"처음에 나의 것이었으니, 마지막에도 나의것. 무덤 속에서도 나의 것이야" 
  

 

2.  

<치명적사랑>은 자주 가는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됐다. 작은 아씨들이 나오기 전 출판사의 의뢰로 쓰여졌다는 <치명적사랑>은 당시에 발표 되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퇴짜 당한다. 아니 써달라더니, 쓰고 나서 출판사를 위해 개작까지 했다는데 퇴짜? 하긴 이혼과 불륜과 재혼. 그리고 성직자와의 사랑인데. 지금도 충분히 자극적인 소재이니 그때는 오죽했을까. 올콧이 글 속에 그때의 환경을 현실적으로 말해주며, 살짝 비꼬는 부분을 보면.  

"템페스트씨, 아저씬 세상을 많이 아시죠. 그리고 어쩌면 할아버지 때문에 저에게도 관심이 좀 있으시죠. 그래서 감히 여쭈는 것인데요, 이 지겨운 생활을 더이상 참을 수 없게 될 때, 제가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밥 벌이를 하려면 무얼 하면 될까요?"  

"돈 없는 여인들이 대개 그렇듯이 가정교사가 되어서 고된 일로 아까운 청춘을 보내는 것입니다"  간단한 대답이었다. 

"저는 아는 것도 없고 또 너무 어린 것 같애요." 

"배우가 되어보십시오. 꽤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재주가 없어요, 재주가 있다해도 우선 돈이 없구요" 

"바느질 하는 여인이 되어 건강과 활력을 다 바쳐 <띠와 섶과 솔기>를 박는 일은 어떻겠습니까?" 

"싫어요. 전 바느질은 질색이고 잘할 줄도 몰라요" 

"그럼 당신으로 하여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게 내벼려 두다가, 당신이 그것에도 싫증이 날 때쯤 죽어버릴 돈 많은 노인과 결혼하는 게 좋겠습니다" 

맙소사. 돈 많은 노인과 결혼이 최후의 선택이라니. 남일 같지가 않다. 당신들의 조상이 그랬고, 예전 우리의 조상이 그랬다.  
  
연재물로 쓰여진거라 24장으로 나뉘어져있는데 한장마다 글이 길지 않고, 문체도 단순해서 읽기 쉽지만, 그래서 의외로 빨리 읽히지만 크나큰 재미를 얻기는 힘들다.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품이라는. <작은 아씨들>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던 내게 이 책은 꽤나 큰 선물이었다. 고전은 고전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읽는내내 난 극악의 찌질이 템페스트와 막장 막장 하면서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드라마의 남주가 겹쳐졌다. 그는 돈이 많고, 여자를 끄는 매력이 있으며, 성격은 최악인데 거기에 잔인하다. 그는 사랑하면서 집착하고, 집착하기때문에 사랑한다. 거짓투성이인 그의 삶에 단하나 정직한 게 있다면 그녀에 대한 마음일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지 집착이든지. 그는 그것때문에 그녀를 찾는데 인생을 소비한다. 홀린 것처럼 그녀를 찾았고, 그녀를 설득했다. 그리고 결국엔 그녀를 따라 죽음을 맞는다. 그는 그럴 운명이었다. 

로자몬드는 운명에 순응하지 않았다. 뛰쳐나갔고, 용감히 싸웠다. 그녀를 자극하는 그의 새치혀에 농락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템페스트를 사랑했었고, 사랑했다. 그를 사랑해서 바라던 행복을 <차지해>버렸지만.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그녀의 인생은 처음 1장에서 말한 것 처럼 되었다. 그녀는 인생은 짧았고, 불안과 절망에 빠지긴 했어도 한때는 신났었다. 그리고 그 즐거움에 대한 대가를 치뤘다. 죽음으로. 그녀는 죽음으로 편해지는가 싶었지만 그는 그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망치는 내내 궁금했다. 그가 그녀를 찾고 있는 건지. 이상한 일이다. 그녀는 그를 피해다니지만 그가 자신을 찾는지 궁금하다니? 궁금하면서 불안했고, 불안한 와중에 또 다른 사랑에도 눈을 돌린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에게 잡힌다. 피하지만 피해지지 않는. 혹시나 그녀도 그걸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내치면서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그에게 웬지모를 승리감을 맛보지 않았을까? 그녀는 그를 사랑했으니까. 그녀의 첫 사랑이었으니까. 거짓이긴해도 한때는 그녀의 남편이었으니까.  그의 사랑에, 그가 자신을 찾아냄에 정말적이었다고 해도 한편으로는 뿌듯했을것이다. 봐라. 이 남자가 나를 이렇게 사랑한다. 그녀는 죽음에도 자신을 따라오는 그에게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 남자는 나를 사랑하니까. 그걸 내가 아니까.    

 

3. 

어떤 사랑.

내가 아는 사랑은 죽음까지는 갈 수 없다. 내가 아는 사랑도 분명히 집착이지만 그걸로 그가 괴롭지는 않다. 왜? 그에게 나는 같이 있어도 아웃 오브 안중이니까. 그가 보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니까. 그는 부담스러우면서 나를 만나고, 난 그걸 알면서 늘 부담스럽게 만든다. 그도 나도 결코 편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랑하니까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면 집착을 하게 되고, 집착을 하게 되면 미움이 생긴다. 내가 아는 사랑은 그렇다.

비가 온다. 오늘은 비가 와서 다행이다. 

 

4. 

나는 가수다를 보는데 박정현이 가왕 조용필의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특유의 새소리로 우아하게 예쁘게 부른다. 
그녀는 노래하면서 작곡한 사람의 마음이 되어 본다고 한다. 
발음 문제로 가사 전달력에 지적을 자주 받았던 박정현인데. 이때는 정말 가사가 귀에 쏙쏙 박혔다.
"잘했어. 정현아" 하며 조용필에게 칭찬을 받고 싶다고 하던데. 말해 주고 싶었다.
가왕 조용필이 얼마나 이 노래를 담담하게 부르는지. 그럼에도 묻어나오는 분위기가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
그리고 너의 목소리와 호소력에 엄청난 칭찬을 하실거라고. 가왕이라면 그럴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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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0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적과의 동침도 생각나고 소설 테스도 생각나고, 코끼리에게 물을에서 오거스트도 생각났어요. 사랑한다면서 집착하고, 사랑한다면서 학대하는 그 사람들 말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서재 이름도 코끼리에게 물을이군요! 이제사 눈치챘어요.^^

최근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자주 듣게 되었어요. 스케치북 다시 보기 하다가 장기하 버전도 듣고, 얼마 전 위대한 탄생에서 정희주도 불렀고 어제는 박정현이 불렀네요. 누구도 조용필 만큼 부르진 못했지만, 저마다의 매력으로 잘 불러주었어요. 역시 가왕이에요. 조용필 공연 가보고 싶은데 제일 싼 A좌석도 99,000원이에요...ㅜ.ㅜ

버벌 2011-05-11 03:18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면서 언젠가 봤던 여러 이야기들이 떠오르더라구요. ㅎㅎ 한번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결코 재미있지는 않습니다만.... 정말 치명적인 사랑이야기입니다.

새러그루언은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녀의 글보다. 그녀가 했던 행동에 더 마음이 갔던. 새러그루언은 책을 쓰기위해 3년 넘게 준비 작업을 거쳤다고 해요.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자료 조사를 하고. 전 어떤 이유라도 일을 그만두게 되면 그녀처럼 전업 작가로 나서지 못할것 같아요. ㅠㅠ 그녀가 참 부러웠습니다. 새러그루언과 같은 상황의 작가는 많을거에요. 하지만 왜 유독~ 새러그루언이 눈에 들어왔는지 참......... ㅎㅎㅎ

저도 조용필 가고 싶습니다~ 정말 꼭!! 가고 싶습니다. ㅠㅠ 그분의 노래를 정말 좋아합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콘서트 실황을 중계해주는데.. Q를 부르시더라구요. 보슬비를 맞으면서 반쯤 눈을 감고, 특유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정말 반해버렸음다~~

양철나무꾼 2011-05-1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사랑을 모르겠어요.
사랑도, 미움도, 집착도, 바람도 모르겠어요.
단지...마음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제겐 지랄맞은 비인데...누군가에겐 다행인 비군요~^^

버벌 2011-05-11 03:19   좋아요 0 | URL
제가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그렇다라고 말을 해주면 참 좋을텐데요.
무엇인지는 몰라도. 참 마음 아프게 하네요.
정말 지랄같아요. ㅎㅎㅎㅎ

비가 와서 전 다행이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어요. ^^
그런데 양철댁님 왜 지랄맞은 비일까요?

다락방 2011-05-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있어도 아웃 오브 안중이라니. 그러니까 집착을 하게 되죠. 아웃 오브 안중인걸 아니까, 그러니까 나만 좀 봐 달라고, 나는 니 생각을 하는데 너는 왜 나를 생각하지 않느냐고, 그러니까 부담스럽게 만들게 되는거죠. 이런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인것 같아요.

버벌님의 글만 보면 이 책 엄청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어디를 가든 나를 찾아내고 쫓아온다니, 그게 경멸스러우면서도 한껏 으스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버벌 2011-05-13 15:35   좋아요 0 | URL
네. 어쩔수 없는것. 마음대로 안되는 것. ㅎㅎ

네. 로자몬드는 그게 싫다고, 절망하지만 한편으로 기뻤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책 속엔 안나오지만 내가 만약. 만약에 제가 로자몬드였다며 자신을 그렇게나 쫓아다니는 그 인물이(좀더 성격적으로 제대로 된 사람이었다면 더 좋았을테지만요) 으스댈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책은...... 움...... ㅎㅎㅎㅎㅎㅎㅎ
읽어보세요. 쉽게 읽혀요 의외로. 하지만 재미를 찾아선... 움움..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5-1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적인 작품들도 막장 드라마 같은 것이 많죠.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도 그렇잖습니까...근친상간, 돈만 바라보고 결혼하는 장면 등...

박정현 누나의 노래는 최고입니다.'편지할게요'는 제가 좋아하는 노래죠.저는 조용필보다 박정현이 더 잘 부른다고 봅니다.물론 조용필의 '미워 미워 미워'도 좋아합니다.

버벌 2011-05-13 15:39   좋아요 0 | URL
사람의 기억엔 다 차이가 있나봐요. 전 아주아주 어릴때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습니다. 제 기억속의 김약국의 딸들은 굉장히 재미가 있었어요. 요즘 흔히들 말하는 막장 막장하며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드라마들과 비슷한 구도였어요 막장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을거에요. 제 기억이 다행인건지. 아닌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또 한번 읽어볼 기회가 있을테죠. 하지만 이 기억은 계속 갈 것 같습니다. 어릴때의 기억이란... --> 전쟁과 평화에서도 남주인공보다 나타샤의 첫 사랑이었던 찌찔한 보리스만이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걸 보면 참.....

저는 박정현도 조용필도 너무 좋아합니다.

루쉰P 2011-05-1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노이에자이트님 서재에 일본 대하소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시는 댓글을 보고 한 번 놀러왔어요. ^^

헤..저도 나름 스토커적 사랑을 추구할 것이다라고 자부하면서 한 명만 걸려라 완전 사랑해 줄거야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지만 저 '치명적 사랑'만큼은 못 하겠는데요. 사랑이라는 것이 자기 파괴와 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파괴를 한다면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리네요.

근데 좀 저 정도의 사랑이면 무서운 건 사실이에요. ^^

버벌 2011-05-13 19: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노이님은 제가 야단 맞을수도 있다고 하네요.

맞아요 좀 무서운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중요한건 로자몬드도 그를 사랑한다는 것이지요. 그의 그 스토커성 사랑에도 그녀가 피했지만 그를 사랑했다는 거요. 그가 그렇게 다가옴에 나중에는 너무도 싫어한다고 책 속에 나와있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랐어요. 그녀는 그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실망(?)을 하지 않았을까? 라구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안녕하세요 루쉰님. 반갑습니다. ^^

루쉰P 2011-05-13 21:06   좋아요 0 | URL
그의 스토커성을 사랑할려면 그만한 매력이 있어야 할텐데...따라쟁이님의 말씀처럼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싶은 정도의 추남이라면 버벌님의 이론이 맞을지...갑자기 진지하게 고민됩니다.

근데요..추남이 여성에게 집착의 사랑을 보인다면 그 여성이 받아줄까요? 갑자기 확 궁금해지네요.

저도 너무 반갑습니다. 사실은 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좀 늦게 서재에 왔네요. 오자마자 급 질문드려 죄송해요.

버벌 2011-05-14 17:0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따라쟁이. 어케 아셨데요. 저 따라쟁이인거. ㅎㅎㅎㅎ

추남이라. 글쎄요. 저역시 이기적인 사람이라. 사람을 볼 때 외모부터 보는게 사실입니다. --> 자기 생각 안하고 말이죠. 하지만 외모만으로 안되는 것이 있더라구요. 외모는 외모일뿐.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템페스트는 집착이 강한 아주 아주 못된 남자지만 로자몬드를 진심으로. 너무나도. 죽음도 같이 할 정도로 사랑했어요. 로자몬드는 그걸 알았구요.

추남이든 미남이든 일단 전 그런 스토커를 당해 본적이 없어. 받아줄지 아닐지도 갈피가. ㅡㅡ;;
혹시라도 (그럴일은 없겠지만) 그런 일이 있게 되면. 알려드릴게요.

루쉰P 2011-05-16 00:35   좋아요 0 | URL
아, 진지한 답변 감사합니다. 그래도 역시 추남은 첫 만남부터 거절 당하기 쉽군요. ^^ 그래도 굴복하지 않고 집착을 하면 스토커가 될텐데....이런 이런...진심이 통할 때까지 시간과 스토커로 판명되는 시간과의 싸움이 되겠네요. 추남에게는 ^^

누군가를 죽을 정도로 사랑하는 것과 스토커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또 고민을...

근데 버벌님이 템페스트 같은 사랑을 받으신다면 받아주실 것 같은데요. ^^ 이건 뭐랄까? 그냥 추남의 직감이죠. ㅋ 하여튼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질문에 당황하지 않으시고 성실하게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가는 블로거님 홈피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루이자 메이 올콧은 절대 "작은 아씨들"만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대충의 줄거리와 리뷰를 보고 급 관심이 생겼는데 제목을 까먹어서 그대로 시간은 흘러 흘러~ 오늘 드디어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목을 확인 했더니 이젠 품절이네요. 찾고 있습니다. 중고 밖에는 없나봐요. 중고책을 구입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책 값과 택배비가 같은 가격이면 (쿨럭) 그냥 중고라도 사야하나 봅니다. 그 전에 헌 책방을 뒤질까요? ㅠㅠ 

글의 감상문을 올렸던 블로거님 말로는 루이자 메이 올콧이 출판사의 의뢰로 쓴 것인데 흥미진진한 소설을 써달라는 의뢰가 무색하게 그때 사회에선 지극히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이 나와서 퇴짜를 놓았다고 합니다. 더더욱 흥미가 갑니다.
보신 분 계신가요? 저는 지금 너무 보고 싶어요!!    -> 결국엔 중고 결제!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윌리엄 왕자님이 결혼을 했습니다.  
왕자와 평민의 동화같은 결혼식이라고 타이틀이 뜨던데 그게 맞는 말일까요? 뭐 귀족이 아니니 평민은 맞습니다만.

김연아는 실수에도 불구하고 쇼트 부분 1위를 했습니다. 여왕은 여왕입니다.

기아는 어제에 이어 또 졌고. 니들 도대체 왜 그러니? 

위대한 탄생에선 정희주가 탈락했습니다. 김태원 멘토의 제자 3명은 여전히 살아 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셰인이 떨어지지 않아서 기쁩니다.

전 한 달만에 라면을 먹었고, 아직 두드러기는 나지 않았는데 몸무게는 1.5킬로가 불었습니다. 훌라후프 30분과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저울에 올라갔는데 오히려 0.1킬로가 더 쪄서 급 우울증에 빠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단것을 먹기위해 냉장고에 남아있던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아마도 내일 아침엔 엄청난 두드러기가 올라 올 것이고, 포동 포동한 얼굴로 돌아가겠죠. 새로 온 유니폼은 너무나 몸에 딱 맞는데 내일은 급 살이 삐져 나올 것 같습니다. 팀장님은 말씀하시겠죠. 너야 행동하기 불편함을 감수 할 수 있겠지만 보는 사람들의 불편한 입장을 모두 감수 할 수는 없는 거잖니. 

여동생은 아직도 귀가 전입니다. 전 새벽근무를 나가기 위해 자야 하는데 아직 이불에 눕지 않았구요.
새벽에 비틀거리며 여동생이 들어오면 잠이 깨겠죠. 그대로 눈이 말똥 말똥한 채로 일을 나갈 것입니다.  

위의 치명적 사랑을 알게 해준 블로거님은 당분간 글을 올리기 힘들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할 수 없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데.
시원 시원하고 과감하게 엄청난 정보를 올려주시는 그 분의 글을 당분간 볼 수 없다 생각하니 슬픕니다. 

 

 

 

 

 

 
어플로 받아 둔 모든 게임을 완료 했습니다. 그래서 위의 치명적 사랑과 함께 장바구니에 담아둔 스도쿠를 결제 했습니다. 당분간 두뇌 회전을 위해 힘쓸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완료하면 이제 뭘 해야 할지 슬슬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일년 동안 버려둔 잔린사의 키트를 마저 마무리를 할지, 어플을 통해 또 다른 게임을 찾아 볼지.  

내일은 아니 오늘은 제발 기분이 좋은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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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30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o image로 떠서 트랙백을 안 걸어놓으셨군요.
무슨 책인가 궁금하여 찾아 봤습니다.
재밌을 것 같아요, 꼭 찾을 수 있으시길~^^

오늘 페이퍼엔 왕자, 여왕이 등장하는 것이 님은 공주 컨셉?^^
전 기아 때문에 꿀꿀한건지, 비 때문에 꿀꿀한건지 모르겠지만...님의 쾌청을 기원할게요~^^

버벌 2011-04-30 23:32   좋아요 0 | URL
엇 안뜨나요? 내 눈에만 뜨나요~ ㅋㅋㅋㅋ
중고 결제 했습니다. 다음주에나 도착할 것 같아요. 읽고 나서 알려드릴게요 ^^
기분은 남자때문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오늘은 비가 와서 오히려 기분은 괜찮네요.

마노아 2011-04-30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도 좀 전에 라면과 아이스크림을 먹었어요. 게다가 초코렛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입이 너무 달아서 커피를 연거푸 마셨네요. 내일 걱정은 우리 내일 하도록 해요. 오늘은 즐겁게 보내는 겁니다!

버벌 2011-04-30 23:24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오늘 그 유명한 이승환님의 스탠드 마이크 돌리기 쇼를 보고 왔습니다. 약속시간이 촉박하다며 일어나지만 않았어도. 두곡정도는 더 들었을텐데 아쉬웠어요. ㅎㅎ 저는 웨일 본 것으로 만족합니다. 오늘 콘서트는 순전히 웨일 보러 간거에요. 흐느적 팔을 저으며 노래를 하는 모습은 정말 뿅 갈정도 멋있었어요. 웨일 ㅠㅠ

전 오늘 고로케와 계란이 들어간 김밥과 커피 4잔을 마셨습니다. 짐 두드러기가 난리가 났어요. 큰일입니다. 내일부터 작심하고 다시 식이 관리 들어가야 해요. 이눔의 두드러기 ㅠㅠ
 

1.

눈이 마주치자 그 분은 웃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얼굴 윤곽은 희미했지만 웃고 있다는 것은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끝난 뒤였고, 다음 일을 시작할 때까지 약간의 여유 시간이 있는 상태였다. 손에는 커피잔이 들려 있었는데 두드러기가 걱정 됐지만 너무 마시고 싶어 아래층 선배님께 사정해서 주머니에 담아온 **믹스 커피였다. (우리층은 커피 귀신이 너무 많아 2:2:3 비율로 타마시는 병 커피뿐이다. 난 지독히도 비율을 못 맞춘다. 그래서 언제나 같이 근무하는 선배님께 부탁을 하는데 이 날의 선배는 최고참! 손바닥 비비기 애교를 떨지도 못하는 레전드 그룹의 선배다. 후배의 손 맛을 알기에 손수 타 드시는 그분께 감히 내 것도 타 달라는 소리를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 분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커피잔을 숨기고 고개를 숙였다.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곁을 지나치길 기다렸는데 그 분이 걸음을 멈춘다. 주름이 자글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 이거. 한 손은 휠체어를 밀고, 한 손으론 방금까지 커피를 들고 있던 내 손을 감아쥔다. 사탕 3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웃어버렸다. 그리고 진심으로 말했다. 어머니 이거 저 주시는 건가요? 저 단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심심한께 먹으라고. 어찌까 짜잔한거라서 주기도 뭣하네. 아뇨 아뇨. 저 이거 좋아해요. 사탕, 초콜렛 이런거 좋아해요. 그래? 그럼 하나 더 줘야것네. 주머니를 뒤져 마저 남은 사탕 한 개를 내 손에 쥐어준다.  


  


 일하다 보면 가끔 간식거리가 들어온다. 커피, 통닭, 과일, 피자, 빵 등등
 난 이 날까지 4일 연속 오후근무였는데 3일을 비싼 "회"로 간식을 받는
 어마어마한 복덩이였다. (나머지 하루는 오리 훈제와 유명 베이커리의
 빵을 한아름 받았다) 두드러기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선배들 먹는 것만
 바라보며 상추만 씹었던 반쪽짜리 복덩이. 하지만 난 이상하게 이날 받
 은 사탕처럼 지나가다 내 손과 주머니에 넣어주는 마음에 감동을 잘 받
 는다. 
 

할머닌 간병하는 동안 궁금한 입을 달래려고 주머니에 두고 하나씩 하나씩 입에 넣었을 것이다. 밤 잠 없는 할아버지 때문에 같이 날을 새며 하나, 운동하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하나, 할아버지 식사시중을 끝내고 늦은 식사를 한 후 입가심으로 하나, 답답해 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휠체어를 밀어 산책을 하며 할아버지 입에 하나, 자신의 입에 하나. 불편한 잠자리에 어깨와 허리를 두들기며 또 하나. 주말이 되면 손주들 재롱에 웃으며 한 주동안 줄어든 주머니를 다시 사탕으로 볼록 채워둔다.

그 사탕을 나에게 양보를 하며 짜잔한(?)것이라 걱정을 한다. 난 고마운데. 사탕도 고맙지만 사탕에 담긴 마음이 고마운데. 그 마음을 미안해 하는 마음이 더 고마운데. 거절하지 않는 나에게 고마워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운데. 가시는 할머니 손을 잡고 여러번 쥐었다 폈다를 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해서, 그래서 그렇게 했다. 

 

2.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20년만에 다시 읽었다. 중학교때 읽은 후 교생 선생님에게 선물을 했던 책. 내가 다른 이에게 선물을 한 최초의 책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책에 관련 된 여러 부분의 최초 중 하나다, (최초 구입, 최초 완독, 최초 선물받은 그리고 선물을 한, 최초 리뷰, 최초의 작가, 최초로 빌린 책, 최초의 추천  등등) 그리고 선물을 했기에 당연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 책이었다. 


앵무새 죽이기는 없냐? 얼마 전 동생이 물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고, 앵무새 죽이기를 찾고 있었다. 없는데. 왜 없어? 안 읽었어? 읽었어. 동생은 말이 없다. 말 없이 셀린저를 들고 책장을 뒤적거리다가 이번에는 1984를 찾는다. 민음사 책들 사이에서 1984을 꺼내주면서 난 물음을 되풀이 한다. 왜 없지? 왜 다시 구입을 안했지? 줄거리를 떠올렸다. 망할! 생각 나는 건 주인공 여자애가(이름도 생각 안 난다고!!!) 나무 구멍에서 은박지를 발견했다는 장면뿐. 나 이거 얼마전에도 아이들 책 물어보는 선배에게 보라고 권유해준 것 같은데? 갑자기 초조해졌다. 초조함에 급 결제를 하고, 택배를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읽고 있던 해저 2만리는 저만치~ (쏴리) 어렸을 적 내가 읽었던 앵무새 죽이기는 절판으로 표지는 옆과 같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표지보다 예전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오역이 판치는 번역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순위에 항상 올라있다지만 그때의 난 그런 것도 모르고 읽었다. (내가 무슨 수로 그런것을 알겠나. 무작정 읽었다.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그저 책장 넘기는 것을 거들뿐~~ @@;;)  

새로이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 나가며 들은 생각은 내가 정말 이걸 읽긴 읽었나? 왜 이 장면이 이 책에서 나오지? 난 다른 책에서 읽은 것 같은데? 따위의 물음들. 완독 후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나는 참 <앵무새 죽이기>를 건성으로 읽었다잉~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 작가 하퍼 리를.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서문 대신 쓴 한 쪽짜리 "책을 시작하면서"를 읽자마자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모임에 당당히 등장했고, 초고속으로 순위가 올라갔다. 

책을 시작하면서.

<앵무새 죽이기>에 서문이 없는 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독자로서 나는 서문을 아주 싫어합니다. 서문이라고 하면 나는 사망한지 이미 오래된 작가들과 몇십 년 동안 잊혀졌다가 다시 햇빛을 본 작품과 연관짓습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출간된 지 올해로 33년이 되었지만 아직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도 조용히 지내고 있지만 역시 살아 있습니다. 서문이란 즐거움을 방해하는가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고 호기심을 눌러버립니다. 서문에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어떤 경우에 쓴 약을 마셔야 할 시간을 잠시 늦춰준다는 점입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무엇인가 여전히 말해야 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지금까지 서문 없이도 살아 남았습니다.  

                                                                                                                            하퍼 리 1993년 2월 12일

하하하하하. 
엄청난 공통점을 발견했다. 나도 그녀도 서문을 아주 싫어한다. 난 서문을 끔찍히 싫어하는데 고등학교 시절 서문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사 선생님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책 읽기 전 서문을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너무 싫어하는데 어쩔수 없이 읽고는 있다. (너무 너무 읽기가 싫을 정도로 길고, 지루하면 넘어가기도 하나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딱 세번 있었던 것 같다. 대충이라도 읽어야 했다. 어쩔수 없다. 그냥 그렇게 정해놔서 읽고 있다. 그러니까 읽.고.는 있다. 제길)

<앵무새 죽이기>의 큰 줄거리는 인종차별과 편견이다. 난 주 내용인 팀 로빈슨 사건의 결과보다 보이지 않는 이웃 부 래들리에게 더 관심이 갔다. 젬과 스카웃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딜이 부를 불러 내기 위해 하는 행동들을 보고 부가 걸어나와 말을 걸어주길 바랬다. 스카웃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녀가 인사를 하면 부가 대답을 해주는 그런 상황이 말미에 등장하기를 바랬다. 젬과 스카웃이 지나다니는 길목의 나무 구멍에서 발견한 시계와 메달등을 궁금해 할때 난 소리치고 있었다. 부야. 부가 준거야. 애들아 부가 준거라고. 그리고 장담한다. 스카웃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처음에 거기서 발견한 츄잉껌을 씹으면서 궁금해하는 스카웃의 머릿속엔 틀림 없이 부가 준거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맞았다.

스카웃은 알고 있었다. 젋었을 적 실수로 인해 많은 세월을 편견 속에 소외되어 살아온 이웃을, 자신이 자라는 걸 보고 애정을 품고 있었을 자상한 이웃을. 소문 때문에 들었던 무서움이 궁금증으로 그리고 친근감으로 넘어가고, 마침내 만나게 된 이웃을 누가 알려주지 않았어도 한 눈에 알아본 스카웃이 그에게 인사를 할때 그녀와 함께 나도 울고 말았다.  

난 구석에 서 있는 남자를 쭈뼛거리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꾸짖으실까봐 팔을 재빨리 내렸다.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일을 무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서 있다가 내가 가리키자 팔을 내리고 손바닥으로 벽을 지긋이 눌렀다. 그 손은 지나칠 정도로 창백했다.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 병자 같은 창백한 손이었다. 너무 희어서 거뭇한 크림색 벽에 대조되어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나의 시선이 손에서, 모래로 더렵혀진 그의 카키색 바지로 옮겨졌다. 그리곤 찢겨진 작업복 셔츠안의 마른 체격으로 눈길을 옮겼다. 그의 얼굴은 손만큼이나 창백했으며, 튀어나온 턱이 유일한 그늘을 만들어 줄 뿐이었다. 뺨은 푹 패었고 입술은 크고 얇았다. 관자놀이 부근이 보일 듯 말 듯 들어가 있었고, 회색 눈은 너무 흐려서 장님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머리카락은 생기가 없고 가늘어서 마치 깃털 같았다.

내가 그를 가리켰을 때 그의 손바닥이 가볍게 미끄러져 내려오느라 땀과 기름기가 섞인 손자국이 벽 위로 그어졌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벨트에 걸었다. 석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라도 들은 듯 희미한 경련이 눈위로 스쳤다. 내가 경이로움으로 그를 쳐다봄에 따라 서서히 긴장감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의 입술 위로 수줍은 미소가 드리워지고 갑작스레 흐르는 내 눈물로 그의 영상이 흐려졌다. 
 
안녕, 부. 
 
나는 울먹이는 소리로 겨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부 래들리는 집에서만 생활한다. 처음에는 남들 시선을 피했을테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시선을 남들이 피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웃들과 식구들이 그를 가두었고, 나중엔 스스로 자신을 집에 가두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건 그에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이웃이 그렇게 말했기에 그는 당연하게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이상한 그는 몸도 마음도 병들었다. 그는 창 밖으로 보이는 이웃의 스카웃과 젬에게 관심이 갔다. 해가 바뀌고, 그가 나이 들수록 그만큼 성장하는 스카웃과 젬을 지켜봤다. 그들의 놀이를 지켜보고, 그들이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집으로 접근하는 것도 봤다.

아이들이란. 그는 아이들을 보고 웃고 있었을 것이다. 밖으로는 나갈 수 없지만 그는 그만의 방법으로 그들에게 애정을 표현한다. 껌, 행운의 동전, 시계 그리고 비누로 만든 조각. 그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곳에 물건들을 숨겨두지만 아이들은 꼭 발견 할 것이라 확신했을 것이다. 막혀버린 구멍 때문에 젬이 쓴 편지를 받지 못한 부 래들리. 그가 편지를 받게 되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줬을까? 자식들.. 하면 웃었을까? 아니면 이상한 그에게 편지를 쓰는 아이들을 이상하게 생각 했을까? 어떤 마음이 들었든 그는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스카웃과 젬으로 인해 닫혀 있던 심장이 모처럼 기분 좋은 운동을 했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그는 보게 된다. 밤중에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그는 뛰쳐나왔다. 편치 않은 몸을 하고 비틀거리며 아이들에게 향했다. 자신은 남들에게 이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 아이들은 이웃이었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봐온 세월만큼 자라난 그의 애정은 그를 움직이게 했다. 아이들이 무서운 이웃을 스스로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그는 사력을 다해 뛰었고, 결국 구해냈다. 

스카웃은 그런 그에게 감사하기 이전에 마침내 보게 된 수수께끼의 이웃에 대한 반가움이 더 컸다. 스카웃은 그에게 다가갔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다. 그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집에까지 같이 가주겠니? 

그는 나즈막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의 음성이었다. 나는 우리집 계단 앞에 섰다. 그의 집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아서 아저씨, 팔을 이렇게 구부리세요. 이렇게. 네, 됐어요.  
 
나는 그가 팔을 구부리자 팔짱을 끼었다. 그는 나를 위해 몸을 약간 구부려야 했다. 스테파니 아줌마가 이층 창문에서 내려다보기라도 한다면, 아서 래들리가 마치 여느 신사처럼 나를 호위 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길 모퉁이에 있는 전신주에 다달았다. 딜은 저 굵직한 전신주를 껴안고 래들리 집을 바라다보며 얼마나 오랫동안 호기심을 키웟었던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오빠와 함께 이곳을 지나쳤던가. 나는 생애 두 번째로 래들리 집 대문으로 들어가서 현관 계단까지 올라갔다. 그의 손이 문고리를 더듬고는 부드럽게 내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는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이웃사람들은 초상이 나면 음식을, 병중에 있을 때는 꽃을 날랐고, 자질구레한 일들에는 적은 일손이나마 돕고 있었다. 부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비누인형 두개, 고장난 시계와 줄, 행운의 동전 두닢, 그리고 우리의 생명을 주었다. 그러나 그 이웃은 우리의 보답을 거절했다. 우리는 그것들을 꺼내온 그 나무에게도, 그에게도 아무 것도 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스카웃은 늘 래들리의 집을 바라봤다. 그리고 지금 래들리를 데려다 주고 그의 집 앞에 서서 처음으로 그녀의 집을 바라본다. 래들리의 눈으로 자신의 집을 바라본다. 그녀의 아버지는 말했다. 남의 입장에 서 보지 않는 이상 결코 그 사람을 이해 할수 없다고. 그녀는 마침내 그 말을 이해한다.

 

 
3.  

막내 동생이 술이 잔뜩 취해 나와 여동생이 자는 방에 들어왔다. 여동생은 자고 있었고, 난 게임중이었는데 무작정 이불 위에 누워 벌게진 얼굴로 여동생을 깨운다. 실험실에서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간의 약간의 감정 싸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배려의 문제였고, 좀 더 자세히는 남의 입장에 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이해 할수 없는 상황때문이었다. 내 동생은 못난 사람쪽이었다. 잠에서 깬 여동생이 떠듬떠듬 동생의 등을 쓸어내리며 위로했다.

내가 물었다. 그 사람 잘났잖아. 동생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잘난 척 하는 게 당연 한 거잖아. 그 사람은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너무 당연한 거 잖아. 컴퓨터를 끄고 돌아 앉았다. 남동생은 나를 보고 있었고, 잠에서 깬 여동생도 뭐? 라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말해주었다. 그 사람 입장에선 너를 무시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거라고. 그 사람 입장에서 네가 못난게 맞기 때문에. 그리고 그건 변하지 않을거라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네가 힘들 필요가 없다고. 여기서 문제는 숨기지 못한 그 사람. 돼먹지 못한 그 사람의 문제라고. 그 사람이 불쌍한 거라고. 그리고 실컷 동정해 주라고 했다. 그만큼 잘났으면서 그걸 남들에게 인정 받기 전에 손가락질 부터 당하게 될 그 사람을 동정해 주라고 했다. 너는 그 사람 보다 못 난게 맞아. 그냥 인정 해. 그리고 보여 줘. 자기 보다 못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인정 받는 걸 보면 얼마나 배가 뒤틀리겠어. 그리고 물었다. 만약 네가 그사람 처럼 모든 게 갖춰진 상황에 태어나서 자라고, 그 사람 위치에 오르게 되면 그 사람 처럼 생각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이 녀석 잔다. 여동생의 말했다. 야. 저거 발로 차서 밖으로 쫓아버려. 나쁜 녀석.
  
<앵무새 죽이기>는 하퍼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셀린저가 생각난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와 조세희, 마거릿 미첼도.


   

 

 

 

 

 

 

덧붙임. 
 
요즘 이녀석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그 최단신, 최연소 키스톤 콤비



22일 lg전에서도 기가 막힌 키스톤  플레이를 보여주던데.
요즘 출중한 방망이를 보여주고 있는 무등 메시 선빈과 찌롱이 치홍.
선빈아. 어쩌니. 너 발이 안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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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4-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벌님 글 참 잘쓴다.
:)

버벌 2011-04-25 11:50   좋아요 0 | URL
헉! 와락~ ㅜㅜ

낮에나온반달 2011-04-2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담가도 울고 갈 명언이군요. 남동생과 여동생이 부럽습니다. 멋진 언니 누나가 있어서요.

버벌 2011-04-25 11:53   좋아요 0 | URL
명언은요.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동생과 남동생은 저를 반달님이 말하듯 멋.진 사람으로 생각치 않아요. 그저 나이 들어 시집도 못한 노처녀. 봉! 으로 생각 할 뿐이죠. 슬픈 일입니다.

다음날 남동생에게 속은 좀 어떠냐 물으니. 잔소리쟁이... 라는 말만 되돌아왔어요. ㅜㅜ

마노아 2011-04-2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때 앵무새 죽이기를 읽었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선물했는데, 나에게 참 좋은 책이었는데 지금 제게는 이 책이 없네요. 다시 구입해서 재독해야 할 책이라는 확신을 새겼어요. 인용하신 부분을 울면서 보았더랬어요. 안녕, 부! 그 말이 오래오래 가슴에 남았죠.
버벌 님의 조언이 제 마음도 달싹거리게 하네요. 아, 근사해요!

버벌 2011-04-25 12:00   좋아요 0 | URL
저는 후회했답니다. 20년이라뇨. 무려 20년동안 제대로 읽지 않았어요. 문제는 난 그책을 읽었어. 라고 생각하고 있어다는거. 줄거리도 주인공 이름도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데. 무작정 좋은 책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읽지도 않은 돈키호테도 등장하는 인물들 이름은 다 알고 있다구요.) 다시 봐도 좋을 책이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지금 락방님에서부터 마노아님까지 차례로 댓글 읽는 동안 몸이 둥둥 떴는데 지금은 하늘에 붕~ 떠있는 상태에요. ㅎㅎㅎㅎㅎ

2011-04-26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4-2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무새 죽이기 읽은 때를 밝히시며 은근히 나이를 드러내셨군요.그러면 버벌 님은 사복입고 학교 다닌 세대인가요?

버벌 2011-04-27 20:29   좋아요 0 | URL
아는 분은 아는... 제가 올린 글들에서 충분히 짐작 가능한 제 나이. ㅎㅎㅎ 교복 세대입니다. 두발 자유화는 되기 전이라 짧은 단발 머리 하고 다녔죠. 그리워라~

노이에자이트 2011-04-27 21:11   좋아요 0 | URL
음...그러시구나!

버벌 2011-04-28 19:45   좋아요 0 | URL
ㅎㅎ 교복 세대십니까?

노이에자이트 2011-04-28 23:00   좋아요 0 | URL
온라인에선 고향은 밝혀도 나이는 안 밝힌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평등한 관계를 위해서죠.단, 이쁜 여자에게는 나이와 무관하게 누나라고 부른다는...

버벌 2011-04-28 23:28   좋아요 0 | URL
네. ㅎㅎ
 

1.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됐다. 쉬는 날이었고, 책도 컴퓨터도 지겨워 이불 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을 때였다. 여동생은 내 옆에서 삑삑거리며 어플 게임이 한창이었는데 마지막이 얼마 안 남았다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playfirst 의 dash 게임이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내가 유료로 다운 받은 게임이다. 여동생은 돈을 주고 게임따위(?)를 받는다며 궁시렁거렸다. 음악을 듣기 위해 동기화를 하던 중 자신의 아이폰에 유료 게임이 무료처럼 다운 받아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여동생은 쓸데 없는 것이 들어왔다며 난리를 치더니 다운 받아진 4개의 게임 중 3개를 차례로 깨고, 지금 마지막을 달리고 있다. 심심하여 건들기라도 하면 으르렁거린다. 무섭게시리.

 여동생에게 물릴까봐 건드는 것은 관두고 채널을 돌리니 추억의 드라마라며 2003년도 방
 송 됐던 "남자의 향기"를 축약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와 남자의 향기다. 옛 생각이 난다.
 교복의 양갈래 머리를 하고, 로맨틱한 사랑에 두 손 모아 진심으로 황홀해 했던...
 학창시절 소설 "남자의 향기"는 엄청난 화제였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의 사랑, 헌신,
 그리고 죽음. 누가 처음 소설을 교실에 가져왔는지는 생각 나질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듯이 순서를 정해 자기 차례를 기다렸고, 도미노 처럼 앞선 친구의
 눈물에 건네받아 눈물로 뒤 차례의 친구에게 전해주었다는 것.
 친구들의 눈물에 그리고 스포성 이야기에 감동이 반감되어도 여전히 재미있었고, 여전히
 슬퍼서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엔 온통 은혜와 혁수이야기였다. 여학생들은 눈을 빛냈다.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 

세월이 흘러 다시 보게된 "남자의 향기"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생각나게 했지만 그때 받은 감동까지는 가져오지 못했다. 촌스러운 화면과 어쩡정한 전개의 드라마 때문이 아니었다. 순수함이 자리 잡던 마음에 아무리 기다려도 백마탄 왕자는 오지 않는 다는 현실이 들어 찬 까닭이다. 난 냉정해지고, 시각이 조금 어쩌면 많이 삐뚤어지기까지 했다. 지금의 나에게 "남자의 향기"는 초절정 민폐 여주인공의 종결자 은혜와 현실을 모르는 무대포 혁수의 집착으로 결론지어 버린다. (으악~) 폭력을 쓰는 나쁜 놈이긴 하지만 적어도 솔직하기는 했던 철민이 은혜의 손에 죽고 그녀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가는 혁수를 보며 여동생에게 물었다. 네 남자친구도 저럴까? 네가 살인을 하면 감싸주고 대신 감옥에 갈 수 있어? 여동생은 으르릉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아니. 오빠는 나 창피하다고 버리고 도망갈꺼야. 응?  -0-  

기억이 난다.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모여 혁수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괜찮다며 서로를 위로하며 다독였다. 우리는 경쟁하듯 울었다. 나는 제일 많이 그리고 크게 서럽게 울었다. 좀 덜 울던 친구가 화장지를 주고, 나를 안아줬다. 그게 큰 위로가 됐다. 나는 어린애처럼 울었고, 그 친구는 엄마처럼 내 등을 쓰다듬었다. 그땐 그랬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2.

자주가는 홈피가 있다. 자유 여행가였고, 책도 쓰면서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한 홈피다. 그녀의 글이 마음에 든 이유는 여행지과 정보가 아닌 여행지 사진에 담긴 이야기 위주 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야기보다 정보 위주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또 비교적 최근에 결혼을 해서 홈피를 이루는 주 내용이 육아와 가족이야기다. 예전의 그녀의 글이 훨씬 좋았지만 난 아직도 종종 홈피에 들어간다. 그리고 새로 업데이트 된 정보보다 예전의 그녀가 써 둔 여행기를 읽는다. 그녀는 나보다 4~5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용기와 자신감은 그 보다 몇 배는 나보다 많다. 활기찬 그녀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난 늘 가고 싶은 욕구를 누르려 애썼는데 그 중 최고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었다.



며칠 전에도 그녀가 쓴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여행기를 읽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발견한다. 그녀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생일 선물로 걷기로 결심을 한다. 그때의 그녀의 나이는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였다. 내가 20대 후반부터 걷기를 꿈꾸던 산티아고는 어느덧 그녀가 걷기 시작한 나이가 되어있었다. 난 아직 그대로인데. 아니다. 30대만큼 나이를 먹고, 30대만큼 경험을 하고, 30대만큼 생각이 자라고, 30대만큼 현실을 안다. 이상한 기분이다. 가슴은  터질 것 같고, 머릿 속은 쾅쾅 거리는 게 진정이 되질 않는다. 막연한 기대. 난 늘 막연한 기대감만을 안고 살았다. 그건 내 생활 어디에서나 적용되었다. 난 냉정해지고, 시각이 조금 어쩌면 많이 삐뚤어지기까지 했는데 자신에게는 늘 관대하기만 했다. 난 여전히 생각만 한다. 생각만으로는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발견하고 후회하고 생각하고, 타협한다. 그리고 반복한다.

학창 시절의 순수함이 그립다. 10대처럼 생각하고, 10대처럼 즐거워하던, "남자의 향기"를 읽고 10대처럼 울 때가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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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4-1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향기를 저도 10대때 만났기 때문에 욕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20대나 30대에 남자의 향기를 읽었다면 저는 엄청나게 욕을 퍼부었을 거에요. 버벌님이 지적하신 '민폐 여주인공의 종결자 은혜와 현실을 모르는 무대포 혁수의 집착' 에다가 폭력미화라는 이유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남자의 향기는 그러니까, 사춘기때 만나야 하는 그런 책인가봐요. 어쨌든 그 주인공들로 안재모와 한은정(김은정과의 사이에서 이름 엄청 헷갈렸어요)은 저 역들에 안어울렸어요. 으윽. 전 보진 않았지만 말예요.

아주 오래전의 일이네요. 아주 오래전.

버벌 2011-04-14 12:02   좋아요 0 | URL
아주 오래전의 일이네요. 라는 다락방님 말을 곱씹고있어요. 저도 그때 당시 드라마도 영화도 보지 않았어요. 주인공이 안재모와 한은정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네요. 다락방님 말처럼.. 남자의 향기는 사춘기때 만나야하는 책이에요.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2011-04-14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4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4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4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4-1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티아고 순례길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꽤 가더군요.

버벌 2011-04-18 22:14   좋아요 0 | URL
네 그것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4-23 15:52   좋아요 0 | URL
음...

노이에자이트 2011-04-1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한은정 누나! 좋아요! 우리 옆집에 이사오면 좋겠어요.

버벌 2011-04-19 03:23   좋아요 0 | URL
ㅎㅎ 누나인가요? 저에게도 언니.. 가 맞나? ㅠㅠ 우리 옆집에 이사 오는건 반대요. ㅡㅡ;;

노이에자이트 2011-04-20 14:30   좋아요 0 | URL
저는 이쁜 여자는 다 누나라고 한답니다.이렇게 부르는 거 요즘 유행인데 모르시나봐요.버벌 님도 이쁘면 제가 누나라고 불러줄 수 있어요.

버벌 2011-04-20 18:32   좋아요 0 | URL
모르셨나보군요. 전 예쁜 여자가 아니랍니다. 전 "게임하는 질투 많은 여자" 에요 ^^

노이에자이트 2011-04-20 22:59   좋아요 0 | URL
으음...설마...

버벌 2011-04-21 00:34   좋아요 0 | URL
정말임. 하늘땅 별땅 나눠먹기 땅땅땅.

노이에자이트 2011-04-21 14:25   좋아요 0 | URL
버벌 님이 만약 한은정 닮았으면 우리 옆집으로 이사오세요.

버벌 2011-04-22 22:36   좋아요 0 | URL
움. 그럼 절대로 이사 갈 일이.......... ㅡㅡ;;;

노이에자이트 2011-04-23 15:52   좋아요 0 | URL
음...그렇군요.

노이에자이트 2011-04-2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장입고 호피무늬 얼룩진도견을 안고 있는 사진을 찍어서 올려주세요.어떤 연예인을 닮았는지 확인해 봐야죠.

버벌 2011-04-25 11:59   좋아요 0 | URL
연예인을 닮아야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건가요? 누구나 한번쯤 들어왔을. 너 누구? 닮은 것 같다. 라는 말을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 는... 데....요.....

노이에자이트 2011-04-25 16:44   좋아요 0 | URL
연예인보다 더 아름다울 수도 있으면 더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