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라는 기반과 학생운동 자체의 괴리는 학생 대중들에 대한 정서적 유대의 강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사고되었다. 지식의 문제, 교육의 문제 등은 이제 무의식적으로도 운동의 사정권 안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사실 이는 대중의 지식인화가 아니라 지식인-대중의 분담관계를 전제한 뒤 그 안에서 둘의 유대를 추구한 NL 주류 사상의 심층의 문제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었다.-62쪽
의식화의 처음에는 역시 대학사회 본래의 긴장점에서 출발하지만 (학회) 이후의 활동가 의식화의 과정은 학생회 활동으로, 그리고 사실상 정파 중앙에 의해 내리먹여지는 협소한 정치투쟁 및 대중사업에의 참여 등으로 채워졌다. 일단 활동가가 되고 난 뒤에 활동가 자신이 경험하는 운동이란 결국 일정하게 고착된 관료적 실천이 대부분이었다. 시위에서의 대중동원 여부가 관건이었고 총학생회 선거에서 자기 정파가 승리하는 것이 1년 활동의 목표였다. -63쪽
학생 대중들에 대한 정서적이고 이해중심적인 접근과 활동가들의 과잉 정치주의의 이분법적 세계는 신세대 현상에 대한 최악의 접근의 가능성을 그대로 실현시켰다. 학생 대중들과의 접촉면에서는 신세대들의 소비문화 흡수에 유착하는 문화주의적 접근이 취해지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에 의해 감소되는 학생운동의 급진성은 활동가 이념의 폐쇄성으로 치환, 해결되었다. -66쪽
단, 적어도 학생운동 출신이라면 이 사회에 중심적 모순을 해결하는데 자기가 하고 있는 실천영역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만, 분명히 하고, 그것만 분명하다면 할 일은 얼마든지 많다.-308쪽
여전히 학생운동을 고민하는 친구들의 고민이 너무 추상화되어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로 계속 '말의 성찬'이지 않나 싶다. 다양한 얘기들이 많은데, 담론의 부재를 얘기하면서 담론 과잉이라는 극단적 평가가 있을 만큼, 학생운동이 지나치게 담론의 영역 안에만 있다. 물론 그 자체를 못 세우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생운동의 특성이라는 것이 실사구시가 안되는 점이기도 하다.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어야 실천이 되는 나름의 특성이 있긴 하지만, 문제에 실천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아쉽다.-319쪽
운동적 기득권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 거칠게 표현해서 80년대 화려했던 학생운동의 전성기에 대한 미련, 그것을 여전히 학생운동은 그러하다든지, 혹은 80년대 학생운동을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선배들은 과거 영웅적인 투쟁을 했는데 우리는 왜 못하냐, 그런 강박관념에서 빨리 벗어나라.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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