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 소년소녀 문학전집 속에 끼여 있던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등을 몇 번씩 읽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 십여년 전의 TV시리즈 맥가이버에 열광했던 사람, 괜스레 일명 맥가이버 칼(스위스 육군용 칼)과 수도관용 테잎을 집구석에 보관하고 있는 사람, 잡지에 등산 용품 광고가 나오면 괜히 눈길이 머무는 사람, 어차피 출퇴근용으로 밖에 못 쓰면서 버젓이 4륜구동 SUV를 몰고다니는 사람, 도 닦는답시고 산중수도를 꿈꾸는 한의대생들!

주지하다시피, 이 책은 현존 최고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영국 SAS의 생존술 교범이다. 일상 용어에서 '그놈 완전 FM이야', 'FM대로 해라'고 할 때의 바로 그 FM, 즉 Field Manual이 되겠다. 군대라면 지긋지긋한데 왠 FM을 '민간' 출판사에서 찍어내고 난리냐고?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우리나라에까지 소개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래도 21세기 역사의 서장을 장식한 저 911 테러 사건일 것이다. 이후 테러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미국의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책이 바로 미 육군 생존술 교범 (FM 21-76 Survival) 과 영국 SAS 생존술 교범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 육군 교범과 이 책을 비교해 보면 체재나 기본 개념은 대동소이 하지만 (심지어 삽화까지 똑같은 경우도 있었다) 다루는 내용의 방대함에 있어서 미 육군 교범은 이 책보다 많은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SAS 교범의 다이제스트 판이라고 할까? 이는 물론 우열의 문제라기 보다는 특수부대와 전 육군용 교범의 차이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등산이나 야영, 해외 오지 탐험 같은 실질적인 목적에 참고하는 것 말고 '생존술'을 쓰게 될 일이 얼마나 되겠냐만-차라리 생존술을 쓸 일이 안생기고 무사히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흥미 삼아 보는 입장에서는 다다익선.

이 책은 흥미삼아 읽기 시작하더라도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문명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대자연 속에서 나홀로 떨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위에 열거한 사람들 말고도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것일 터. 이 책이 제시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궁리해보는 두뇌 운동은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한편으로 잠잘 곳, 식수 구하기, 먹을 것을 확보하기 위한 채집술 및 사냥, 낚시의 각종 방법을 냉정하고 자세히 묘사하는 부분들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이런 섬뜩한 일들을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 전율의 너머에는 대자연의 힘 앞에서 나란 존재는 아직도 무력한 한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오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을 터이다.

사실 영국 SAS와 함께 즐겁고 신나는 모험의 세계에서 지적 대리 만족을 만끽하기 위해 펴들었다가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깨닫고 자연 앞에서의 겸허마저 배우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인간 실존의 덧없음이나 자연과의 합일 등을 떠들어 대는 어떤 철학책 보다도 더 절실하게 말이다. 아무 말 않기에 오히려 더 절실히 다가온 교훈이랄까.대상 : 소년소녀 문학전집 속에 끼여 있던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등을 몇 번씩 읽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 십여년 전의 TV시리즈 맥가이버에 열광했던 사람, 괜스레 일명 맥가이버 칼(스위스 육군용 칼)과 수도관용 테잎을 집구석에 보관하고 있는 사람, 잡지에 등산 용품 광고가 나오면 괜히 눈길이 머무는 사람, 어차피 출퇴근용으로 밖에 못 쓰면서 버젓이 4륜구동 SUV를 몰고다니는 사람, 도 닦는답시고 산중수도를 꿈꾸는 한의대생들!

주지하다시피, 이 책은 현존 최고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영국 SAS의 생존술 교범이다. 일상 용어에서 '그놈 완전 FM이야', 'FM대로 해라'고 할 때의 바로 그 FM, 즉 Field Manual이 되겠다. 군대라면 지긋지긋한데 왠 FM을 '민간' 출판사에서 찍어내고 난리냐고?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우리나라에까지 소개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래도 21세기 역사의 서장을 장식한 저 911 테러 사건일 것이다. 이후 테러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미국의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책이 바로 미 육군 생존술 교범 (FM 21-76 Survival) 과 영국 SAS 생존술 교범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 육군 교범과 이 책을 비교해 보면 체재나 기본 개념은 대동소이 하지만 (심지어 삽화까지 똑같은 경우도 있었다) 다루는 내용의 방대함에 있어서 미 육군 교범은 이 책보다 많은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SAS 교범의 다이제스트 판이라고 할까? 이는 물론 우열의 문제라기 보다는 특수부대와 전 육군용 교범의 차이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등산이나 야영, 해외 오지 탐험 같은 실질적인 목적에 참고하는 것 말고 '생존술'을 쓰게 될 일이 얼마나 되겠냐만-차라리 생존술을 쓸 일이 안생기고 무사히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흥미 삼아 보는 입장에서는 다다익선.

이 책은 흥미삼아 읽기 시작하더라도 의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문명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대자연 속에서 나홀로 떨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위에 열거한 사람들 말고도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것일 터. 이 책이 제시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궁리해보는 두뇌 운동은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한편으로 잠잘 곳, 식수 구하기, 먹을 것을 확보하기 위한 채집술 및 사냥, 낚시의 각종 방법을 냉정하고 자세히 묘사하는 부분들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이런 섬뜩한 일들을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 전율의 너머에는 대자연의 힘 앞에서 나란 존재는 아직도 무력한 한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오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을 터이다.

사실 영국 SAS와 함께 즐겁고 신나는 모험의 세계에서 지적 대리 만족을 만끽하기 위해 펴들었다가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깨닫고 자연 앞에서의 겸허마저 배우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인간 실존의 덧없음이나 자연과의 합일 등을 떠들어 대는 어떤 철학책 보다도 더 절실하게 말이다. 아무 말 않기에 오히려 더 절실히 다가온 교훈이랄까.

 

 

200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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