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달리 전시회에 가기로 했는데 친구가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다음으로 미루었다. 평소 같았으면 약속 어긴 친구에게 난리법석을 떨었을 테지만, 그 시간에 선물 증정 이벤트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별 말 하지 않았다. 저녁까지 사 주었더니 친구가, 요즘 왜 그래, 한다.
저녁 먹고 친구 집 앞에 있는 헌책방엘 들렀다. 처음엔 웬 헌책방이냐고 내키지 않아 하던 친구는, 막상 그 곳에서 제가 더 신이 났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건축 관련 서적과 몇 권의 소설을 골라 들고는 무지 좋아라 한다. 나는 네 권을 골랐고 책 값은 친구가 냈다. 그래봐야 '만원'이다.
줄리안 반즈의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말 좀 들어 봐>를 발견했다. 오늘 읽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화자가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는 방식인데, 역시 동일한 사건에 대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니 흥미롭다.
<섹스북>은 보관함에 담아 놓기만 하고 번번이 구입 대상에서 밀렸던 책이다. 친구가 탐냈지만, 내꺼야, 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러시아 순례>, 얼마 전 본 케테 콜비츠의 판화가 표지로 사용되어 반가운 마음에 골라들었다. 고리끼는 <어머니>와 단편집 정도를 읽었다. 요즘 다시 러시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상 시집>, 전에 분명히, 이상의 시집을 갖고 있었는데, 사라져 버렸다. 빌려주고 잊은 것인지, 누가 들고가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대체 언제 다 읽을 셈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