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하기 찾아본 영화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절대 보지 말라는 코멘트가 붙은 반개와 , 인간의 잔혹성을 밝혀내는 수작이라며 혹은 다섯 . 그래서 평균 개다.

 

호러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인간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장면을 차마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도 피하려고 했으나, 마무리에 대한 궁금증이 커서, 게다가 친구도 영화를 주장하여, 결국 낙찰.

Cut

 

박찬욱도 이병헌도 영화가 웃긴다고 말한다. 정의하자면 잔혹 코미디정도라고, 웃긴 장면에서 스스럼없이 웃으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코믹한 장면이 없는 아니다. 그런데 장면에서 웃는 관객, 명도 없었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코미디적 요소에 웃을 있는 심적 여유를 영화는 주지 않는다. 안의 다른 내가 얼마나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에서,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웃을 있다면, 이미 완벽하게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 있거나 아예 관심 따위 두지 않거나 하나일거다.

 

가진 사람은 이승에서 지을 일이 없으므로 저승에 가서도 살거고, 가진 사람은 이승에서 죄를 지을 밖에 없으니 저승에서도 벌을 받게 거라는 임원희의 대사에 아프게 공감한다.

 

이병헌이 촬영하는 영화와 겹쳐지는 대사와 이미지가 상당수다. 영화 속에서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듯, 영화도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으며, 경계란 모호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쨌거나 수작. 사람의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강혜정은, 대사도 없는 상황에서 남자에게 눌리지 않는다. 다만, 심장 약한 사람이나 인간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보지 말기를.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하다.

Box

 

모호한 영화다. 마지막 장면이 다소 충격적이긴 하다. <식스센스> 봤을 , 반전을 알고 나서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장면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느라 바빴다. 영화도 조금 비슷한 구석이 있다. 푸르스름하고 창백한 화면이 느리게 흘러가는데, 생각없이 보게 된다. 꿈인지 현실인지 상상인지 없는 일들이 펼쳐지고, 드디어 마지막 장면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앞의 장면이 이런 의미였나 다시 생각해야 한다.

Dumplings

 

가장 끔찍하달 있는 작품이다. 인간에게 육체가 무엇이고 젊음이 무엇인지. 젊어지고자 하는 것은 육체의 욕망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무섭고, 욕망을 이루고자 저돌하는 집념이 무섭고, 치명적인 중독은 더더욱 무섭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가장 충격적이고 섬뜩하고 끔찍한 장면인데, 인간이 가장 무섭다. Cut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잔혹성을 보여준다면, 작품은 갈망에 사로잡힌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임산부는 절대로 보지 일이다. 하나, 영화가 끝나도 소리는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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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24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리몬스터를 꼭 봐야겠네요.
조금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들마저 매혹적으로 들리네요.^^

urblue 2004-08-2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시려면 식사 하기 전은 피하세요. 뭐 그런 거 신경안쓰는 강심장이시라면 또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쁘지 않았습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15살 꼬마에게 생일 카드를 썼다.

생일 카드라니, 그런 거 그 꼬마만한 나이 때 써보고 첨이다.

볼펜을 손에 들고 직접 쓰려니 어색하고 쑥스러운데다가, 도대체 생일 카드에는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고민했다.

아무래도 생각이 안 나서, 소굼님의 서재 탄생일 사전을 찾아보니, 꼬마의 생일이 테레사 수녀님과 같다. 이 날 태어난 사람들은 이상이 높고, 남을 보살피기 좋아한다는구나. 너도 베풀 줄 아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재빨리 쓰고, 얼른 선물로 산 도서상품권과 함께 봉투에 넣어서 그냥 보내버렸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이런 카드를 받았다면, 어른들이란 가증스럽다니까, 했을 거다 틀림없이.

별로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의례적인 말 따위,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보내놓고 나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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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8-2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생각해준 마음이 고맙게 느껴질거 같은데요:)

urblue 2004-08-2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 위로 감사합니다. (__)

로드무비 2004-08-2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에게서 생일카드 받고 싶어요.^^

mira95 2004-08-2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카드 받아본 지가 언제더라~~ 그래도 그 꼬마는 기뻤을 거에요^^

urblue 2004-08-2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생신이 아마 다음달이죠? 뭐 기억은 하고 있습니다만...
미라님, 저두 카드 받아본 게 언젠지도 기억이 안 난답니다. 근데 카드보다는 역시 선물이 낫지 않을까요. ㅋㅋ
 

어제 케이블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 야심만만이라는 프로의 재방송을 잠깐 보았다.

출연자는 잘 생긴 두 남자 배우(강동원, 조한선)와 나이 지긋한 두 아주머니(박미선, 이성미)였다. 그런데 이 두 아주머니, 맞은편에 앉은 젊은 남자애들을 멋지네, 잘생겼네 하며 연신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이제 20대 중반인 이 애들, 아주머니들의 농담에 제대로 대꾸로 못한다.

보고 있기 불편해서 TV를 꺼버렸다.

오늘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친구는 '왜, 시원하지 않디?' 한다.

친구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당하니까, 남성들이 똑같은 꼴을 당하는 걸 보는 것이 시원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이 지긋한 사람이 나이 어린 이성을 희롱하는게 재미있고 시원하다면, 성희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합리화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 역시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남자들이 농담이나 장난이라며 주위의 여자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서, 반발심으로 일부러 남자 후배에게 짓궂게 군 적도 있고, 의식하지 못하면서 상처를 준 적도 있다. 그런 것들을 자주 보게 되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성희롱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남성들 중에 성희롱의 기준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지만, 이래저래 봐주다 보면 모두가 물들어버리고, 상처 받는 사람만 많아지게 된다.

이런, 그냥 TV 프로 때문에 기분이 좋지 못했다는 얘기를 쓰려고 했던건데, 왜 강성 발언이 나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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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08-2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렇게 써놓고 나면 뭔가 후련하지 않나요? ^^

urblue 2004-08-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마구 떠들고나면 후련해지는 거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

로드무비 2004-08-2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미, 박성미도 그리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닌데...
요즘 이상하게 텔레비전 프로는 아줌마들을 꽃미남에 환장한 모습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불만! 섹슈얼이고 뭣이고를 떠나서...
저는 오로지 김제동의 팬이랍니다.^^

urblue 2004-08-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런 모습 보면 대체 뭐가 좋은지 알 수가 없다니까요.
김제동은, 말에 진심이 배어 있는 것 같아서, 저두 좋아합니다. 좀 많이 귀여워요. ㅋㅋ

mira95 2004-08-2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텔레비젼 프로는 너무 성쪽으로 많이 나가는 거 같아서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이 안 보게 되더군요.. 전 그래서 음악프로만 그것도 노래만 줄창 나오는 걸로만 보게 되더라구요...

urblue 2004-08-2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TV 본 거라고는 파리의 연인 하나뿐이었는데, 이젠 아무것도 없네요.
올릭픽 중계도 안 보는데, 그깟 메달 많이 따서 뭐에 쓰냐, 했더니 친구가 어디가서 그런 말 하지 말래요.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방안에는 항시 소리들이 떠다닌다.

컴퓨터, 공기청정기, 냉장고가 숨죽이며 낮게 웅웅거리고,

열어 놓은 창으로는 행인의 발자국 소리와 올림픽을 시청하는 이웃의 탄성이 새어 들어온다.

 

순간, 사위가 고요해진다.

소리들은 툭툭 방바닥으로 가라앉고, 공간을 채우는 것은 바타이유의 문장들이다.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뽑혀 나온 문장들이 방안에 거미줄을 친다.

간결한 문장들이 이어지면서 공간이 생기고, 공간을 통해 의미의 지평이 점차 확대된다.

커다란 집은, 그러나 허약하지 않다.

짧고 가는 선들이 슬쩍 닿아 있기만 보여도, 거미줄은 필요한 만큼 튼튼하다.

 

이렇게도 소설이 이루어질 있다는 , 미처 알지 못했다.

책장을 덮었을 , 바타이유의 거미줄에 묶여 버린 했다.

 

다다를 없는 나라, 멋진 제목이다.

安南>이라는 원제는 프랑스인들에게는 다소 환상적인 의미를 가질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지나치게 친숙한 이름이다.

바뀐 제목은, 바타이유의 작품이 그러하듯, 아득하고 쓸쓸한 느낌을 준다.

 

고향 프랑스를 떠나 일년 여의 뱃길로 도착한 베트남에서, 고향을 상실하고, 동향인들로부터 잊혀지고,

하느님에 대한 신실한 사랑을 잃어가는 도미니크 수사와 카트린느 수녀의 여정은,

결코 다다를 없는 나라를 향한 부질없는 한걸음마냥 소연(蕭然)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 친구가 되었다.

자신들이 가장 본질적인 것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며,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의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마침내 도미니크와 카트린느는 상대의 존재 속으로 빠져들어갔,

망각 속에서 무한히 존재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 사람 다 평화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들은 행복했다.

 

그들은 다다를 없는 나라에 대한 질곡에 빠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종국에는 닿은 것이다.

인간이 평생 찾아 헤매는, 자기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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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9-1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님의 리뷰를 보고 도서관에 당장 달려가 대출해 3시간 만에 읽었습니다. 그러고 저녁엔 비가 지랄맞게 나리는 데도 불구하고 친구와 종로에서 만나 [엘리펀트]를 봤습니다. 담백한 일요일이었습니다.

urblue 2004-09-1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백한 일요일, 이라...좋군요.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
 

여인과 고양이

 

초하

 

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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