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본 적 없는 15살 꼬마에게 생일 카드를 썼다.
생일 카드라니, 그런 거 그 꼬마만한 나이 때 써보고 첨이다.
볼펜을 손에 들고 직접 쓰려니 어색하고 쑥스러운데다가, 도대체 생일 카드에는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고민했다.
아무래도 생각이 안 나서, 소굼님의 서재 탄생일 사전을 찾아보니, 꼬마의 생일이 테레사 수녀님과 같다. ‘이 날 태어난 사람들은 이상이 높고, 남을 보살피기 좋아한다는구나. 너도 베풀 줄 아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재빨리 쓰고, 얼른 선물로 산 도서상품권과 함께 봉투에 넣어서 그냥 보내버렸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이런 카드를 받았다면, 어른들이란 가증스럽다니까, 했을 거다 틀림없이.
별로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의례적인 말 따위,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보내놓고 나니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