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하기 전 찾아본 영화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절대 보지 말라는 코멘트가 붙은 별 반개와 한 개, 인간의 잔혹성을 밝혀내는 수작이라며 별 네 개 반 혹은 다섯 개. 그래서 평균 별 세 개다.
호러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인간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장면을 차마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영화도 피하려고 했으나, 마무리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서, 게다가 친구도 이 영화를 주장하여, 결국 낙찰.
Cut
박찬욱도 이병헌도 이 영화가 웃긴다고 말한다. 정의하자면 잔혹 코미디정도라고, 웃긴 장면에서 스스럼없이 웃으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코믹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웃는 관객, 단 한 명도 없었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코미디적 요소에 웃을 수 있는 심적 여유를 이 영화는 주지 않는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얼마나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에서,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웃을 수 있다면, 이미 완벽하게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 있거나 아예 관심 따위 두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거다.
가진 사람은 이승에서 죄 지을 일이 없으므로 저승에 가서도 잘 살거고, 못 가진 사람은 이승에서 죄를 지을 수 밖에 없으니 저승에서도 벌을 받게 될 거라는 임원희의 대사에 아프게 공감한다.
극 중 이병헌이 촬영하는 영화와 겹쳐지는 대사와 이미지가 상당수다. 영화 속에서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듯, 이 영화도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으며, 그 경계란 모호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쨌거나 수작. 세 사람의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강혜정은, 대사도 없는 상황에서 두 남자에게 눌리지 않는다. 다만, 심장 약한 사람이나 인간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보지 말기를. 별 반 개 준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 하다.
Box
좀 모호한 영화다. 마지막 장면이 다소 충격적이긴 하다. <식스센스>를 봤을 때, 반전을 알고 나서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장면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느라 바빴다. 이 영화도 조금 비슷한 구석이 있다. 푸르스름하고 창백한 화면이 느리게 흘러가는데, 별 생각없이 보게 된다. 꿈인지 현실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고, 드디어 마지막 장면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흡’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앞의 장면이 이런 의미였나 다시 생각해야 한다.
Dumplings
세 편 중 가장 끔찍하달 수 있는 작품이다. 인간에게 육체가 무엇이고 젊음이 무엇인지. 젊어지고자 하는 것은 육체의 욕망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무섭고, 욕망을 이루고자 저돌하는 집념이 무섭고, 치명적인 중독은 더더욱 무섭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가장 충격적이고 섬뜩하고 끔찍한 장면인데, 인간이 가장 무섭다. Cut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잔혹성을 보여준다면, 이 작품은 갈망에 사로잡힌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임산부는 절대로 보지 말 일이다. 또 하나, 영화가 끝나도 그 소리는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