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로망 산뽀>는 "시노바즈도오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에도 시대의 정취가 남아 있는 거리이자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은 곳.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곳도 이곳이었다.

마지막날,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후 가방을 모두 짊어지고 시노바즈도오리로 향했다. 역에서 코인라커에 짐을 보관하고 주변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JR 니시닛포리역에서 내려 책에서 안내한 대로 남쪽 출구로 나갔다. 굉장히 시골스럽고 소박한 분위기. 심지어 코인라커도 없다! XX! 캐리어까지 끌고 다녀야지, 별 수 있나.

남쪽 출구로 나가서 왼쪽길로 접어드니 바로 天王寺가 나온다. 지도에도 나온 걸 보면 제법 큰 절인가보다. 우리랑 똑같이 캐리어까지 끌고 다니는 서양사람을 만났다. 생긋, 미소만.

 



 

천왕사에서 이어지는 길은 전부 묘지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는데, '야나카 묘역'이었던가 어쨌던가. 여기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가족묘도 있다.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마음이 들지는 않았기에 패스.
이 주변에는 절이 정말 많다. 족히 수십개는 되는 듯, 거의 서너 집 건너 한 번씩 절이 나온다. 일본인들의 장례는 대개 절에서 치뤄진다고 하던데, 이 주변에 특히 많아 보이는 것이 아마 이 묘지 때문이겠지.



 

묘지의 가운데 큰 길을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접어들어서 골목길로 들어가면, 이름은 잊었지만 <도쿄 로망 산뽀>에도 소개된 무슨 조각가의 박물관이 있다. 물론 찾아갔다. 그.런.데. 세상에, 금요일에 문닫는 미술관이 어디 있나. 정기 휴일이라고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지붕 꼭대기에 올라앉은 남자의 조각 하나만 보고 돌아섰다. 다시 한 번, XX!





 

길을 지나다 <도꾜 로망 산뽀>에서 본 지도랑 똑같은 지도가 벽에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한 장에 100엔이라고, 동전 넣는 통과 함께 몇 장이 놓여 있다. 그 집은 찻집으로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포스터도 붙어 있다. 일단 들어갔다.



 

내부에는 밖에서 본 지도가 테이블마다 깔려 있고 중앙에 인형을 전시한 커다란 장식장이 있다. 전시장은 2층이래서 올라가봤는데, 아마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린 듯한 소품들이 몇 점 걸려 있다.
주인 아주머니가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이라고 대답하고, 들고간 <도쿄 로망 산뽀>에 실린 지도를 펼쳐서 보여줬다. 엄청 좋아한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책을 사야겠다고 해서 책 제목을 적어주었다.





 

차를 마시고 나오려는데 다음은 어딜 갈거냐고 묻는다. "스카이 쟈 바스 하우스 (SCAI the bath house)"라고 답했더니 거기 목욕탕 아니라고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알아요, 미술관이죠." 생긋.

 



달랑 전화번호만 적힌, 뭘 파는지 알 수 없는 가게도 보이고, 그 옆은 약선요리를 파는 곳.

 

우리와 마찬가지로 관광온 듯한 외국인들도 가끔 보인다.
설마 저 집에 전시된 상품들이 "made in china"는 아니겠지...?

 



역시 벽에 붙은 이 지역 지도. 이 집은 가방 가게라는데 입구를 찾을 수 없어 패스.

 



SCAI the bath house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다. 목욕탕이었다고는해도 굉장히 작은 동네 목욕탕이었던가보다. 욕탕이랑 탈의실이 나올까 싶은 작은 크기.
바닥에 색을 칠하고 그 위에 작은 유리구슬을 붙여 독특한 질감을 표현한 여러 작품이 전시중이었다.

배가 고프다. 라면을 먹고 싶은데 라면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중국집에만 라면 메뉴가 있다. 한참을 걷다가 지칠 무렵에 발견한건 오뎅 가게. 몇 개 샀더니, 주인아주머니가 그 앞 의자에 앉아 먹으라고 일러주신다.



이 오뎅가게 바로 맞은 편은 파이를 파는 작은 가게다. 간판도 제대로 없는데, 유리문 한 켠에는 여러 TV와 신문에 실린 집이라는 안내가 조그맣게 붙어 있다. 그럼 먹어봐야지. 맛은, 뭐, 그냥 파이같은데?

 



여기는 시장 골목. 우리의 시장처럼 북적대긴 마찬가지.
장어꼬치랑 양갱을 사 먹었다. 간식 기행이랄까. ㅎㅎ

 



저런 식으로 그림을 붙여놓은 집들이 많았다. 간판인지 그저 장식인지 잘 모르겠다.

 



마치 제 집인양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검은고양이.

 



목공예품을 파는 가게인데, 가격이 꽤나 비싸서 깜짝 놀랐다. 저 위 새장은 몇 만엔쯤 붙어 있었던 듯.

 



떠나기 전 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시장통에 있는 작은 가게인데도 커피맛은 깜짝 놀랄만큼 맛있다. 그렇게 맛있는 카푸치노는 거의 마셔본 적이 없다. 애인은 커피가 맛있는 나라 좋은 나라,라고 한다. 참.
일본 만화를 보면 동네에 꽤 맛있는 작은 가게가 있고 동네 사람들이 제 집 드나들듯 와서 쉬었다 가고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집도 그런 모양이었다. 문 앞에 내 놓은 저 탁자에 와서 앉은 아주머니들이랑 주인 할아버지(60대로 보인다)가 잡담을 나누며 웃는다. 가게 안에는 웬 할아버지도 한 분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쿄 로망 산뽀>에서 소개한 것은 실은 "시노바즈 스트리트"라기보다는 니시닛포리역에서 시노바즈 스트리트에 이르는 중간 지대이다. 거기에 실린 몇몇 가게들은 당최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지만 동네의 분위기는 꽤나 괜찮았다. 도쿄에 간다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

마지막으로, 저 카페에서 출발하여 니시닛포리역으로 돌아갔더니 그곳은 북쪽 출구다. 그리고 커다란 코인라커가 눈에 떡 들어온다. 세번째로 XX! 칫!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6-11-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깨끗하네요^^

딸기 2006-11-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으아... 넘 가고시포요!
하나헨로...라고 쓰여있는 건가요 -.-a 저 찻집 느무 이쁘네요

비연 2006-11-0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동경 갈 기회가 있는데 꼭 가봐야겠네요^^
저도 지금 도쿄 로망 산뽀 읽고 있는데...ㅋㅋ

2006-11-07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11-0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거리 말씀이신가요? ^^ 담배 꽁초나 쓰레기 떨어진 것도 없고, 깨끗하긴 합니다. 오래된 동네라 낡은 건물들이 많기는 하지만요.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 이후로 거의 없어졌을 법한 옛날식 건물들이 도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좀 신기하지요.

딸기님, 에...일본어는 거의 잊어버려서리.. ( '') 그러고보니 하나헨로인 것 같기도... (.. ) 암튼, 이쁘죠? 안에는 테이블이 네 개인가 밖에 없어요. 방명록을 쓰라고 주셨는데, 다들 그림을 그려놨더라구요. 그래서, 그림 못 그리는 저희는 그냥 나왔습니다. 흑흑.

비연님, 많이 걸어야하니까 편한 신발 신고 가세요. 저 찻집에서 파는 지도도 하나 사시구요. 꽤 자세하답니다. 밖에서는 100엔, 찻집 안에서는 50엔에 팔아요.

2006-11-0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1-0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혼여행 때 관광도 많이 하신 모양이네요^^ 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인가요? 그런 놈 치곤 너무 귀티가 흘러요.

urblue 2006-11-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길고양이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 사진을 찍고 난 후 유유히 걸어서 건너편 가게 앞으로 옮겨 앉더군요. ^^;

Mephistopheles 2006-11-0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XX 3번만 외쳤다면 좋은 여행이 아니셨나 생각됩니다..^^

nada 2006-11-0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어 꼬치랑 양갱..ㅎㅎ 귀여워요. 가끔 길거리 음식 먹으면 정신연령이 깎이는 것 같아 좋아요.

urblue 2006-11-08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하루에 세 번이더라도, 뭐, 나름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

**님, 그렇지요? 사야님도 말씀하셨는데, 땅값 비싼 동네에 저런 허름하고 독특한 외양을 한 건물이나 가게들이 그냥 남아 있는 건 좀 신기해요.

꽃양배추님, 전 길거리음식도 좋아해서 가끔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만, 정신연령이 깎이는 것 같아 좋다니, 님이 더 귀엽습니다. ㅋㅋ

blueblack7 2006-11-1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뿐 거리~^^
간식기행 가고프네요~

프레이야 2007-02-0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 인상적이네요. 검은 고양이의 눈도...
몇달 전 결혼하셨나 봐요. 늦게나마 축하합니다.^^ (불쑥^^)
내내 행복한 생활 가꾸어 나가시길~~~

urblue 2007-02-09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