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동료 애 돌잔치에 다녀왔다.

거개 아는 사람들 우르르... 오랫만이라고 악수하고 인사하는데, 대부분 내게 하는 인사가 '하나도 안 변했네.'다. 달리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좀 말랐네.' 정도.

그러고보니 어디 가서든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변한게 없다는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 오랫만에 만난 동아리 선배들도 후배들도, 어쩜 직장인이 되어서도 학생같냐, 변하지 않았다 등을 후렴구처럼 쏟아냈었다. 재작년인가 과 동기 모임에서도, 심지어 군대가느라 7~8년 만에 다시 본 남자 녀석들마저도 내게 학생 때랑 똑같다고 했었다.

난,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변한게 아무것도 없는걸까.

시시때때로 머리 모양도 바꾸고, 하늘하늘 레이스 달린 옷도 입어주고, 저 분홍색 구두에, 예쁜 귀고리도 하는데, 어째서 만날 때마다 바뀐게 없다고 하는건지.  

선배 하나가 내게 직장인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어째서? 역시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는 티가 나는건가. 아니지,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제법 일 욕심을 내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동아리 사람들은 덜 하지만, 과 동기들을 만났을 때는 정말 할 얘기가 없었다. 대개 결혼한 그들은, 아파트가 어쩌고 주식이 어쩌고 자동차가 어쩌고 하는 말들을 쉬지도 않고 쏟아내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나는 말없이 맥주만 홀짝이다가 누가 뭐라면 응? 하면서 웃기만 했다. 이후로는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  

사회 냄새라는게 아마 그런걸 말하는건가 싶다. 나야 뭐 아파트 장만이나 재테크에 관심없고, 책이랑 영화만 좋아라하고, 항시 놀러다닐 궁리만 하고 있으니까. 그런 기운이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마구 뻗치기 때문에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거라고, 그냥 혼자 생각해본다.  

아아, 그래도, 달라진게 없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마냥 심심한 사람인 것같이 느껴진단 말이지. (사실 심심한 사람 맞잖아. 서재 이름도 심심한 서재면서. -_-)

이미지 바꿨다. 이런 거로나마 변신하련다. 이번엔 유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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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5-2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해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신발 한 켤레처럼 떨어지면 짝짝이가 되는 것같이 어설플 정도로 이상해지게 붙어다녔는데도 아주 잠깐 떨어져지내서 다시 만나면 할 이야기들이 사라져버리게되거든요. 사회란 곳이 그런 거같아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해도, 일단 사회에 한 발 들이게 되면 모든 게 달라져버리게되나봐요.
그러고보니 이게 포인트가 아닌데?
암튼 전 분홍구두와 이쁜 귀고리를 한 블루님이 궁금하다고요!

sudan 2005-05-27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나랑 똑같다니까요. 흐흐.
저 뻔뻔함의 유카리-예민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는 좋아하는 캐릭터에요. 마음에 들어요.
홍대에서 갈비찜 먹고 지금 들어왔는데, 이러다 보면 언젠가 한번 마주칠거에요. 못 알아보겠지만.

클리오 2005-05-2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하나도 안변했네..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기분이 나빠집니다. 여전히 과거의 평범하고 구질한 모습으로 남아있냐는 말 같아서요.. 흐흐.. 그렇게보면 저는 과거의 제 모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가봅니다.. ^^

urblue 2005-05-2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저도 기분이 썩 좋은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좀 더 나아지지 못했다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거든요. 뭐 어디 한 군데 고쳐야 한다거나 바꿔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말이지요. ^^;

수단님, 홍대 갈비찜이라면 어느 집을 가시나~ 진짜 마주치겠네요. 님이랑은 닮은 점이 꽤나 많은 듯.

사과님, 다른 사람이 변하는 모습에는 꽤나 민감해져 버렸어요. 아, 너도 그렇게 변하고야 말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그걸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괜히 씁쓸합니다. 남들이 저더러 달라진게 없다고 하니까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분홍구두도 이쁜 귀고리도 보여드렸잖아요? ㅎㅎ 뭐가 더 궁금하신지?

balmas 2005-05-2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건 안 변하는 게 좋은 거죠, 뭐.
오, 이미지 변화는 좋습니다. ^^;;
추천 하나~

mira95 2005-05-2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 변했다 라는 말 들으면 기분이 좋던데요.. 뭐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저한테는 아직 젊다 라는 말로 들려서요.. 저는 사실 어른이 되기 싫거든요..ㅋㅋㅋ

urblue 2005-05-2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감사 ^^

미라님, 역시 같은 말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겠죠. ^^

바람돌이 2005-05-28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변했다는 말 들으면 기분 좋아요.
이거 나이먹으면서 생긴 변화 맞아요.

바람구두 2005-05-2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age ....
내가 안 챙겨주니까...
너무 손 쉬운 것들로 채우는 느낌.....

urblue 2005-05-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바람 남매인가...헉..썰렁하다..-_-;

바람돌이님, 아, 저는 아직 나이를 덜 먹었나 봐요. =3=3

바람구두님, 흥, 그럼 챙겨주시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