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7 매일 시읽기 40일
There‘s a Certain Slant of Light
- Emily Dickinson
There‘s a certain Slant of light,
Winter Afternoon ㅡ
That Oppresses, like the Heft
Of Cathedral Tunes ㅡ
Heavenly Hurt, it gives us ㅡ
We can find no scar,
But internal difference,
Where the Meaning, are ㅡ
None may teach it ㅡ Any ㅡ
‘Tis the Seal Despair ㅡ
An imperial affliction
Sent us of the Air ㅡ
When it comes, the Landscape listens ㅡ
Shadows ㅡ hold their breath ㅡ
When it goes, ‘tis like the Distance
On the look of Death ㅡ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 에밀리 디킨슨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내려,
겨울 오후에 ㅡ
성당의 장중한 음악처럼
무겁게 짓누르며 ㅡ
천부(天賦)의 상처를 주네, 그 빛은 ㅡ
우린 상흔을 찾을 수 없어,
그러나 내면은 다르다네,
바로 거기에, 의미가 있어 ㅡ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ㅡ 아무도 ㅡ
그것은 봉인된 절망이라 ㅡ
하늘이 우리에게 보낸
장엄한 고뇌라 ㅡ
빛이 찾아들면, 풍경은 귀를 기울여 ㅡ
그림자들은 ㅡ 숨을 죽여 ㅡ
빛이 떠나가면, 죽음의 얼굴을 한
거리처럼 아득하여라 ㅡ
올해 이사온 집은 1층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층간 소음 걱정 없고, 아이들이 마음껏 쿵쿵거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집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다. 아쉬운 것을 딱 하나 들자면, 햇빛이다.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집안에 들이치는 햇빛에 눈이 자꾸 간다. 베란다를 살짝 넘긴 지점까지만 햇살이 뻗는다. 아들방은 북향이라 빛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런데 웬일, 며칠 전 아들방을 보니 빛이 어룽어룽거리고 있지 않은가. 관찰 결과, 맞은편 아파트 앞동 창문에 비친 해가 줄기를 길게 뻗어 아들방까지 이른 것이었다. 그 빛은 한 시간 가량 머물다 사라진다.
창문으로 비껴 들어오는 햇살을 볼 때면 항상 떠오르는 시가 에밀리 디킨슨의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이다. 대학원 시절 이 시를 원문으로 읽었을 때의 감흥을, 나는 잊지 못한다. 번역본 시를 올리려다, 아무리 읽어도 원문의 감흥을 느낄 수가 없어 내 느낌대로 번역해 보았다. 시는 소설보다 원문의 느낌을 살려 번역하기 까다로운데,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더욱 그렇다. 디킨슨은 조각가가 세심하게 돌을 깎듯 언어를 조탁한다. 시어들이 섬세하면서 강렬하다.
에밀리 디킨슨은 철저한 은둔생활을 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햇살 가득한 남향 방에서 책상에 앉아 날마다 시를 썼다. 그 방에는 두 개의 창문이 나 있다고 마리아 포포바는 증언한다. 포포바가 <<진리의 발견>>에 쓴 글을 읽고 나는 디킨슨의 ‘한 줄기 빛‘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비스듬한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칼이다. 마음의 상처는 ˝the Seal Despair(봉인된 절망)˝이고 ˝imperial affliction (장엄한 고뇌)˝이다. 누구나 저마다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꺼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보았던 이들은 알 것이다. 아무리 꺼내 보이려 해도 끝끝내 꺼내지지 않는 ˝봉인된˝ 슬픔이 마음밭에 묻혀 있다는 것을. 이 시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고 나는 느꼈다. 포포바의 글을 옮긴다.
- 에밀리 디킨슨이 세상을 떠난 지 131년 후 나는 그녀의 침실에 서서 그녀가 품은 진실의 환영을 좇는다. 그녀의 시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는 어둠과 그녀 방으로 쏟아지는 햇살의 샘물이 빚는 대조가 인상깊다. 두 개의 벽에 난 큰 창문들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또한 나는 그 방의 크기에 깊은 충격을 받는다. 디킨슨이 쓴 마호가니로 된 썰매 모양의 침대는 어린이가 쓸 법한 크기이고, 벚나무로 만든 책상은 가로세로 45센티미터로 거의 축소 모형처럼 보인다. 체화된 인지 embodied cognition에 관해 최근 발견된 사실이 떠오른다. 외부 환경의 물리적 변수가 우리 내면의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힌 어느 연구에서는 넓고 개방적인 공간과 높은 천장이 창의력을 끌어올린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 . . 의도적인 제약은 창의적인 돌파를 이끄는 강렬한 촉매제이다. . . 45센티미터의 정사각형. 1700편이 훨씬 넘는 시들.
/ 이 물리적으로 작디작은 공간에서 에밀리 디킨슨은 무한을 창조했다. 아름다움과 의미, 진실의 무한이다.(진리의 발견 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