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3월
평점 :
듣는다는 건 마음을 쓴다는 것
20210408 #시라는별 26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벤저민
- 메리 올리버
어쩌면 좋아?
내가 빗자루를 들면
벤은 슬그머니 방에서 나가.
내가 불쏘시개를 갖고 법석을 떨면
마당으로 뛰쳐나가.
그런 다음 벨이 돌아오면, 우리는
한참 동안 껴안고 있지.
납작 엎드린 가슴에서
심장의 달음박질이 진정되는 소리가 들려.
그러면 난 벤의 어깨를 쓰다듬고
발에 입맞춤하고
사냥개의 긴귀를 어루만지지.
그러면서 말해. 베니,
걱정 마. 새 삶을 살아도 과거에 시달리는 게
어떤 건지 나도 안단다.
메리 올리버의 <<개를 위한 노래 Dog Songs>>를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나는 동물에 무심한 사람이지만, 메리 올리버가 노래하는 개들의 이야기라면 언제든 기꺼이 들을 수 있다. 이 시집은 지난 해 출간된 <<천 개의 아침>>만큼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읽혀 참 좋았다.
정겹고 따스하고 친근하고 평화롭다. 개와 인간 간의 교감이 넘쳐 흐른다. 개도 사람도 서로에게 눈을 맞추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들 사이에 대화가 오고간다.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는 대화들이다.
벤저민은 매를 맞고 산 강아지로 보인다. 빗자루만 보아도 슬글슬금 꽁무니를 빼고, 불쏘시개를 보면 후다닥 도망친다. 얼마나 무섭고 떨리는지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시인은 그런 벤저민의 몸뚱이를 어루만지며 심장의 요동을 가라앉히는 말을 속삭인다.
걱정 마. 새 삶을 살아도 과거에 시달리는 게
어떤 건지 나도 안단다.
아!
그래!
이거야!
마음을 알아주는 말은 장황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말을 나눌 수 있는 건 우리가 진짜
듣기 때문이고, 그건 . . . . . .
˝그래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을 쓰기 때문이지.˝](<리키가 말하기에 대해 말하다> 중)
듣는다는 것은 마음을 쓴다는 것. 메리 올리버는 사랑하는 개들과의 유대를 통해 그것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마음에 봄바람을 들이고 싶다면 읽으시라. 후회가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