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1 엄마의 말뚝
박완서 작가의 적나라한 솔직함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입 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속내를 글에 담아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청량 음료처럼.
중딩 딸이랑 같이 읽으려고 절판된 중고서적을 구매했더니 아이고야, 엄마의 말뚝 1 과 단편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만 있더라. 꺼이~~~
먼저 읽은 딸에게 이 엄마와 저 엄마 중 누가 낫냐고 물으니, 딸의 시큰둥한 대답, "오십보백보야." 우문현답이었음. ㅋㅋ
엄마의 말뚝은 출판사 판본이 정말 많구나. 장삿속?? 맑은소리 판본(이 출판사 없어진듯)은 중학생들이 읽기 좋게 글자도 크고 요즘 쓰지 않는 옛말 설명도 되어 있다.(그래서 나도 읽기 편했다)
엄마가 억지로 조성한 나의 우월감이 등성이 하나만 넘어가면 열등감이 된다는 걸 엄마는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을까? 우월감과 열등감은 다같이 이질감이라는 것으로 한통속이었다. - P85
그러고 보니 나의 의식은 아직도 말뚝을 가지고 있었다. 제아무리 멀리 벗어난 것 같아도 말뚝이 풀어준 새끼줄 길이일 것이다. / 나는 내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 ‘신여성‘이란 말을 마치 복원한 성벽처럼 옛것도 아닌 것이, 새것도 못 되는 우스꽝스럽고도 무의미한 억지라고 느꼈다. 나는 앞으로 다시는 그것을 복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지나간 것일 뿐이다. 다만 새끼줄 몇 발의 길이에 지나지 않더라도 지나간 세월 역시 부정되어선 안 될 것 같았다. - P105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여자들끼리의 진정한 의미의 성의 있는 위로가 무엇인가를. 그것은 오직 자기보다 좀더 불행한 경우를 목격하게 하는 것뿐이다. - P122
비로소 나는 내 아픔을 정직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결코 내 아픔을 정직하게 신음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교하고 가벼운 틀니는 지금 손바닥에 있건만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또 하나의 틀니의 중압감 밑에 옴짝달싹 못 하고 놓여진 채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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