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3-4 심봤다!!! 쌍둥이자리 유성우 

2020년 12월 13일 저녁 시간. 긴급히 타진된 밴드 톡. ˝오늘 유성우가 내린대요.˝ 뭐? 진짜? 첫 눈 내린 날, 유성우도 내린다고?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매년 12월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밤 10시.옷을 단단히 껴입고 아이들과 함께 별들이 잘 보일 만한 장소를 찾아 나섰다.
인공의 빛이 들이치지 않는 어두운 공간으로.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화성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하는 유튜브 실시간 중계를 켜놓고 아이들과 함께 목이 빠져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눈이 내린 뒤 구름 걷힌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서울에서 화성으로 이주 와 가장 많은 별들을 본다. 아이들과 함께. 오리온 자리 쪽으로 유성이 많이 떨어진다 하여 그쪽을 열심히 쳐다보았다. 그때 쉬잉~유성이 떨어졌다. 우와~~~~ 나만 보았다. 아쉬워하는 아이들. 10분쯤 기다렸을까?
아주 밝은 유성이 대각선으로 길게 땅으로 떨어진다. ˝우와 우와 우와 우와!!!˝ 이번에는 셋 모두 보았다. 아들이 말한다. ˝엄마, 심장이 터질 것 같아.˝ ㅋㅋㅋ 심장이 터질 것을 우려했던가. 이후론 하늘이 이만큼 밝은 유성을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딸이 두 개, 아들이 한 개를 더 본 후 너무너무 추워(드디어 영하로 떨어져 발이 동태가 될 지경인지라) 열한 시쯤 집으로 퇴각했다.

나는 아쉬웠다. 하여 식구들 모두 잠든 2020년 12월 14일. 밤 12시 10분. 옷을 아까보다 더 껴입고 밖으로 나섰다. 오리온 자리가 이동했다. 방송에선 북두칠성이 보인다고 하는데, 내가 있는 곳에선 북두칠성을 찾을 수가 없다. 다른 별자리들은 몰라서 봐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하여 나는 오로지 오리온 자리에만 의지한 채 하늘이 가장 넓게 보이면서 가장 어두울 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10여 분의 탐색 끝에 드디어 찾았다. 아파트 뒷산, 가로등이 많이 비치지 않는 생태교. 이 자리에서 40분을 서 있는 동안 네 개의 유성을 보았다. 일곱 개를
채우고 싶었으나 춥기도 춥고, 무엇보다 내내 목을 쳐들고 있느라 목을 가누기 힘들어 발길을 돌렸다. (나중에 알았는데, 유성우를 볼 땐 누워서 보란다) 집으로 들어가기 직전, 아쉬움이 발목을 잡아 그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는 거야 하는 심정으로 우리 동 건물 뒤쪽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유성이 휙 지나갔다. 일곱 개!!! 심봤다!!!

유성 일곱 개를 보았다고 내 인생에 무슨 개벽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유성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나는 참 즐거웠다. 2020년 11월 2일부터 읽기 시작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덕분에(오늘로 43일째) 나는 이제 유성우의 실체를 안다.

˝유성우는 하늘이 선사하는 자연의 불꽃놀이인 셈이다 . . . 유성 하나하나는 겨자씨보다 작은 미세한 고체 알갱이다. 흐르는 별이 아니라 나풀나풀 떨어지는 먼지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이렇게 작은 고체 알갱이는 지구 대기에 들어오자마자 대기와의 마찰로 인하여 고온으로 가열돼 빛을 방출하지만, 지상에서 약 100킬로미터 상공에 이르기 전에 완전히 소멸되고 만다.(172)

˝유성들은 혜성이 남기고 간 부스러기들이다. 태양 근처를 통과하는 일이 반복되면 혜성은 태양의 중력과 열의 영향으로 여러 덩어리로 쪼개지고 중발하여 점차 분해된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 그 혜성의 원래 궤도에 흩어진다. 따라서 혜성과 지구의 궤도가 서로 만나게 되는 지점에 유성의 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 무리와 지구가 만날 때 유성우 현상이일어난다.˝ (172)

어제와 오늘, 육안으로 간간히 유성을 보면서 ˝부스러기˝ ˝먼지˝ 주제에 왜 저렇게 예쁜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모스>>를 읽지 않았다면, 나는 추위를 무릅쓰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노력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얻어 걸리면 보는 거지, 애써 찾아 보는 일 따윈 없었을
것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나의 예상(어려울 것이다, 재미없을 것이다)과 다르게 의외로 술술 읽히고 뜻밖에도 엄청엄청 재미있다. 과학은 역사와 맥을 같이하며, 상상과 논리가 결합된 추론 동화처럼 읽힐 수 있다는 걸 반백 년 넘어 알게 되었다. 이제라도 알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삶이 하마터면 무재미로 빠질 뻔했는데, 내 인생에 과학이 들어와 또 하나의 재미가 곁들여지게 되었다.

나를 이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이었다. 그녀는 과학이 시라고 말했다. 자신이 이 말을 하기 전 과학을 시로 아름답게 풀어낸 앞서 나간 자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 중 한 명이 요하네스 케플러이다.

​​˝​아들에게 천문학의 매력을 일깨워준 이가 바로 어머니 카타리나 케플러였기 때문이다. 여섯 살의 케플러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 근처 언덕에 올라 1577년의 대혜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광경을 입을 딱 벌리고 지켜보았다.˝(진리의 발견 30)

2020년 12월 13일. 일요일밤 10시. 나는 중딩 딸, 초딩 아들과 혜성 대신 유성을 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수학에 젬병들이라 천문학자가 될 싹수들은 없다. 그러나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 느낌을, 엄마의 호들갑 떠는 비명 소리를 몸에 간직하고는 살 것 같다. 2020년 11월 19일 밤. 딸과 잠자리에 누워 그 날 읽은 <<코스모스>>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딸아, 네 영어 이름 이니셜이 뜻하는 바는 농협(NH) 외에 또하나가 있다. 뭔 줄 아니? 바로 암모니아야. 암모니아 분자식이 NH3래.˝ 딸은 대경실색 ㅋㅋㅋ . ˝딸아, 매년 6월 30일을 전후로 황소자리 베타별 방향에서 유성우를 볼 수 있댄다. 엄마 별자리가 황소자리다. 엄마 죽거든 6월 30일에 떨어지는 유성우를 보거라.˝ 딸은 시큰둥하게 ˝응˝하고 대답함. ㅋㅎ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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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12-15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똥별 봐서 좋으셨겠네요 저는 한번도 못 봤어요 언젠가 볼 수 있다는 말 듣고 밖에 나가봤지만, 눈 오는 날이어서 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별도 잘 안 보여요 예전에는 겨울 새벽에 밖에 나가면 별이 보이기도 했는데, 인공불빛이 아주 많아져서 그런 거겠지요 별이라도 보이면 좋을 텐데, 달은 잘 보여요 집 앞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달은 언제나 잘 보이겠지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0-12-18 21:52   좋아요 0 | URL
저도 반백년만에 첨 봤어요^^ 희선님은 저보다 일찍 보실 수 있어요. 매년 6월, 12월에 유성우 떨어진대요. 앞으론 다른 곳에서 같이 봐요~~~~^^

라로 2020-12-18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세요, 7개나 보셨다니!!! 제 딸아이의 킨더가든때 장래희망이 우주인의사가 되는 거였는데 지금 열심히 꿈을 향해 가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 이렇게 우주에 관심 많은 사람들 만나면 더 반가와요!!^^ 그런데 올려주신 사진은 잘 안 보여요!!ㅠㅠ 그리고 책 님이 <코스모스> 읽으라고 자꾸 부추기시네,,,ㅎㅎㅎㅎㅎ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0-12-18 21:55   좋아요 0 | URL
어머 따님이 우주인의사를 향해 가고 있다고요. 넘넘 멋지네요. 이런 꿈을 어릴 적부터 꾸었다니, 떡잎이 달랐나 봅니다. #코스모스 는, 짱짱 추천. 라로님도 분명 걍 반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