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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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장하준 교수의 '개혁의 덫'을 읽고, 좀더 '정식으로 펴낸' 저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펼쳤다. 이미 '개혁의 덫'에서 맛뵈기로 접했던 논지들이라서 쇼킹함은 별로 없었지만, 선진국의 위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은 역시나 통쾌했다.

저자가 스스로 밝힌 이 책의 경제사 연구방법은 '역사적 접근법'이다. 주류 경제사학자들이 당대의 이데올로기(지금 같으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느라 방기해버렸던, 역사를 통해서 경제 제도/정책의 변화과정을 분석한다는 것. 목표는 분명하다. 앞서 말한대로 신자유주의를 목청높여 외치는 선진국들의 위선을 까발기는 것이다. "봐라, 과거에 너희들도 전부 보호무역주의 했었고, 정부가 경제에 개입했었다구. 이제와서 안면 몰수하고 개도국들을 압박하는건, 뒷사람 못올라오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비겁한 짓이라고!" 이것이 이 책의 논지다.

저자가 지적하는 선진국의 '위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지금의 선진국들도 과거 선진국이 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나라는 산업혁명의 종주국 영국과, 지금 자유무역의 선봉장이 되고 있는 미국이다. 단순히 관세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보호장벽 말고도, 선진국 정부들은 다종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에 개입해 성장을 시켰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국들과 일본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저자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를 댄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국가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의 선진국들이 오늘날의 개도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곧, "지금의 개도국들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과거 선진국들이 시행했던 것 같은 개입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를 다시 바꿔 말하면 "지금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이 성장할 수 없도록, 즉 자신들을 따라잡을 수 없게끔, 과거 자기들이 효과를 봤던 개입정책을 못 쓰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이것이 선진국들의 첫째 위선이다.

"우리는 여기서 명백한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적어도 당신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라면 그럴 것이다. 모든 국가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강요한) '바람직한' 정책을 사용한 1980년 이후의 20여년보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을 사용한 1960-80년 사이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 (중략) 게다가 흥미롭게도 현재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정책들은 선진국들 자신이 개발도상국이던 시기에 사용한 정책들과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선진국들의 두번째 위선은 경제정책 자체보다는, 개도국들의 정치/사회/문화 전체에 대한 선진국들의 비난과 관계된 것이다. 선진국들은 개도국들, 예를 들면 우리나라처럼 한때 고도성장을 하다가 금융위기와 같은 타격을 받은 나라들을 아주 몹쓸 나라로 만들곤 한다. 그러면서 국제기구들을 통해 '바람직한 통치제도'에 대해 내정간섭 수준의 충고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완성도, 사유재산권 보장, 지적재산권 보호, 투명한 관료제도, 자유경쟁 보장, 사회보장의 수준, 경제의 도덕성 등등 개도국들을 비난하는 메뉴는 많고 많다. 장하준 교수는 딱 100년전 선진국들의 모습을 들이대면서 이를 반박한다. '비민주적'인 개도국이라 해도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100년전 선진국들보다 민주적인 제도를 갖추고 있고, 사유재산권도 보호되고 있다. 지적재산권 개념이 확립된 것은 선진국에서도 최근의 일이다. 투명한 관료제도와 자유경쟁 등등도 마찬가지다.  개도국의 도덕성을 논한다고? 선진국에서 아동노동이 사라진 것도 근자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어제의 자신들을 잊은채 지금 개도국 비판에 열중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과거의 선진국보다 오늘의 개도국이 낫다'고 말하면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현재 '바람직한 통치제도' 패키지의 일부로 개도국들에 권고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도는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의 원인이기보다는 결과물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결과와 원인을 의도적으로 혼동해버리는 선진국들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개도국들의 진정한 발전을 방해하는 장애물임에 불과하다는 것. 더우기 제도는 개별 국가의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현 개도국들과 유사한 발전단계에 있을 때 갖추지 않고 있던 제도를 강요함으로써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며, 불필요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제도를 강요함으로써 개도국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저자는, 국제기구가 요구하는 것 같은 제도 중심의 해결방안은 개별 국가의 경제실정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기 힘들기 때문에 제도적 해결책보다 집중적이고 신속한 정책개발에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힘의 논리'가 우선되는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개도국들이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막을 현실적인 힘이 있을까? 저자 역시 이같은 냉정한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실린 주장들이 망상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저자 자신이 밝히고 있듯 '먼저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에 관한 사실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국제기구와 협상을 진행하는 개도국 정부들의 판단력과 의지, 그리고 자신들의 견해를 국제개발정책의 주도세력들에게 각인시키는 능력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IMF 구제금융시기 한국 정부가 신자유주의 제도/정책들을 마구잡이로 떠안았던 것은 황당하고 한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신문에 실린 칼럼들을 읽을 때에는 저자의 글솜씨에 후한 솜씨를 줬었는데, 이 책은 문학성-읽는 재미 면에서는 영 떨어진다. 주제가 주제이거니와 통계가 많이 동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내용에 반복이 많이 몇몇 부분은 건성건성 읽었다. 하지만 논지가 명확하고 케이스스터디가 잘 되어있어 읽고난 뒤의 느낌은 오히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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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의 책 - 옹정제와 사상통제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이준갑 옮김 / 이산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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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펜스의 책이 언제나 그랬듯, 이 책도 역시! 느무느무 재미있었다!

중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지만 나는 중국의 황제들, 정확히 말하면 강희제와 건륭제에게 관심이 많다. 주제에 무슨 황제들이냐고? 경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상급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비롯된 관심이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실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이 드라마는 건륭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건륭제 자신이 꽤 중요한 주연급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건륭제 역할을 맡았던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고, 드라마에 묘사된 황제의 이미지에 뿅간 측면도 있다. 변방의 북소리...랄까, 조선(특히 임진왜란 이후)에서 유교 근본주의(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_-)가 판친 것과 달리 중국에서 유교의 역할은 조선에서만큼 절대적이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저런 류의 중국 드라마들이다. 건륭제가 누구인가. 중국 청대의 전성기를 장식한 최고의 황제, 청나라를 저~멀리까지 확대한 팽창정책의 실행자 아니던가.
울나라에서 세종대왕의 여자관계와 가족관계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드라마가 나온다면 아마도 전주이씨 종친회에서 명예훼손 소송을 걸고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 중국(대만이나 홍콩이 아니라 본토) 방송사, 그것도 CCTV가 제작한 '황제의 딸'에 나오는 건륭제는 참으로 인간적이며 호탕하며, 심지어 페미닌 하기까지 하다!

책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드라마 이야기를 좀더 하자면-- 홍콩에서 제작된 하류급 드라마 '회옥공주'라는 것도 있었다. 드라마의 질은 형편없었지만 주인공으로 나왔던 홍콩 배우 손요위는 깔쌈하니 멋졌다. 손요위가 극중에서 맡은 인물은? 바로 강희제다. 강희제는 또 누구인가. 청나라 두 번째 황제, 누르하치(이름도 멋있지)의 대를 이어 청 왕조를 이어받아 한인들을 제압하고 전제군주정의 틀을 마련한 사람 아닌가.
이 인물, 드라마 '회옥공주'에서는 역시 우스워진다. 역할이 코믹해서가 아니라, 황제를 다루는 중국권 드라마들의 방식이 우리나라 사극들과 사뭇 다르기 때문에 생경하면서 재미나게 보이는 것이리라. 중국권 드라마들은 황제를 우리가 생각해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루지만은 않는다. 황제도 인간이므로 우스운 짓도 하고 실수도 하고 군신들과 말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저 그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중국드라마들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심지어 내 경우는, 드라마들을 통해 역사를 보는, 왕조를 보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된 것만 같았다. 강희제를 타이틀롤로 삼은 스펜스의 또다른 저서를 잠시 언급하자면, 이 책은 강희제 스스로 남긴 공식/비공식 기록들을 100% 인용해서 강희제라는 인물과 그 시대를 서술하고 있다. 엄청난 학문적 능력과 문학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책에서 스펜스는 전제군주 강희제의 통치방식과 함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보였다.

이제 '반역의 책'의 주인공인 옹정제에게로 돌아가자. 옹정제는 강희제와 건륭제 사이에 끼인 황제, 즉 청나라의 세번째 황제였다. 강건한 강희제, 화려한 건륭제의 이미지에 눌려있던 옹정제를 스펜스는 어떻게 다루었을까. 옹정제의 치세에 있었던 일을 굳이 책의 주제로 삼은 까닭은 무엇일까. 옹정제는 어떤 식으로 중국을 통치했으며, 또한 그의 시대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과연 그의 시대에 있었던 일은 다른 곳이 아닌 중국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까. 이 질문들에 차례차례 대답하기 앞서 책의 주인공을 소개하자면-- '반역의 책'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옹정제와 '반역자 쩡징'이라는 인물이다.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반역의 책', 즉 '대의각미록'이라는 책이다.

책은 쩡징이라는 인물이 만주족 황제에 맞서 반역을 도모할 것을 제안하는 서신을 '충성심 깊은' 한족 출신의 한 관리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쩡징이라는 인간은 기실 반역이란 것을 할 능력도 없는 인물이었고 그저 시골 몽상가에 불과했다. 쩡징은 체포됐고, 쩡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대로 숱한 사람들이 '반역자'의 대열에 올라 고초를 겪는다. 여기까지는 '예정된 스토리'다.

우리의 주인공 옹정제는 수차례 벌어진 '한족의 역모'의 복사판으로 보이는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여기에 '역사의 묘미'가 있다. 스펜스의 말을 빌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도 일어나곤 하는 것'이 바로 역사다. 무릇 황제라면 반역자를 능지처참하고 3족을 멸해야 할 것이거늘... 옹정제는 이 반역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옹정제와 반역자 사이에는 문서를 통한 대화가 시작된다. 한족만이 인간이고 나머지는 금수라는 한족 특유의 중화사상이 어째서 모순인지, 명 말의 혼란을 청조가 어떻게 바로잡았는지, 백성들이 욕한다는 경제제도들이 실제로는 왜 필요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옹정제 개인에 대한 유언비어들은 어째서 사실이 아닌지를 온갖 자료 총동원해 쩡징에게 보여줌으로써 황제는 논쟁에 승리한다. 황제는 첫번째 충격적인 결심에 이어, 아예 이 모든 과정을 책으로 만들어 백성들에게까지 보여주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해서 편찬된 책이 '대의각미록'이다. 황제와 반역자는 이 책의 공동 집필자가 되는 셈이다. 스펜스는 이런 '있을법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 상세한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옹정제라는 인간의 캐릭터와 청조의 통치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 단면은 참으로 낯설고 신기하고 재미있다.

책의 말미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 건륭제도 주연급 조연에 해당된다. 다름아니라 건륭제는 옹정제가 벌인 저 모든 일들을 '일거에 뒤집는' 반전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집요하고 기묘한 발상이 불러온 일들을 수습하는 건륭제의 방식은 그야말로 '전통적'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재미있는 것 아니냐고 스펜스는 말한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그것을 뒤집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은 중국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일수도 있고(스펜스는 이쪽에 방점을 찍었다), 아니면 역사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일일수도 있다. 우리는 역사를 하나의 경향(반역자=능지처참)으로만 해석하는데에 익숙해있지만, 어쩌면 역사는 지금 우리의 눈에 '신기한 일'로 비치는 그런 사건들로 점철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소설보다 드라마틱하고, 드라마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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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전통
에릭 홉스봄 외 지음, 박지향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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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카시 후지타니의 '화려한 군주'를 재밌게 읽었다. 메이지 유신 이래 군국주의 시기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일본 '근대 의례'의 탄생 과정을 흥미롭게 풍부하게 분석한 책인데, 저자는 홉스봄이 주장한 '만들어진 전통' 개념에서 기본 틀을 빌어왔다고 밝혀놨다. 그 덕에 이 책, '만들어진 전통'에까지 손을 대게 됐는데 읽은 느낌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재미는 없지만 유용한 분석이었다'라는 것이다.

홉스봄과 몇명의 영국 학자들이 쓴 이 책은 우리가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전통'의 상당부분이 실제로는 극히 최근의 시기에 시작된 것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동시에 이렇게 만들어진 전통들이 어떻게 '역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영국 학자들의 저술인만큼 책의 대부분은 영국의 사례를 설명하는데에 할애돼 있다(이 책이 나처럼 영국에 별 관심 없는 독자들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의 대략적인 논지를 설명한 서문을 읽고 나면, 나머지는 케이스 스터디에 해당된다. 저자들이 '만들어진 전통'의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것은 스코틀랜드의 킬트와 백파이프. 일본 만화 '캔디캔디'에서 안소니 등등이 폼잡을 때 걸쳤던 그 옷, 근사한 스코틀랜드 귀족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체크무늬 치마가 실은 직물상인들과 과대망상증 귀족주의자들이 손잡은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스코틀랜드에 이어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의 사례를 차례로 분석한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왕실 의례의 '발명'에 대한 설명은, 분량은 많았지만 별로 재미는 없었다. 근대 민족주의의 정립과 동시에 이뤄진 여타 유럽국들의 사례에 비해 영국 케이스를 지나치게 '특별한' 것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도 좀 들었고, 무엇보다 이 책에 참여한 학자들의 글솜씨가 별로였다. 이밖에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이뤄진 '전통의 발명'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 쪽은 논지도 명확하지 않고 케이스도 많지 않아서 좀 부실했다는 생각.

오히려 재밌었던 것은 홉스봄이 집필한, 20세기 유럽과 미국 등에서 벌어진 '전통의 탄생' 쪽이었다. 홉스봄의 분석 대상은 국가적/공식적으로 제안되고 진행된 의례들 뿐만 아니라 동창회와 축구(!) 등등 다종다양한 '현대의 전통'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현대 축구가 어떻게 '스포츠=귀족의 것'이라는 도식을 넘어서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에게 파고들어갔는지, 그리고 축구의 다종다양한 경기외적인 형식들이 어떻게 '전통'의 성격을 갖게 됐는지를 설명한다. 지금 한창 손톱 물어뜯고 있을 부시와 케리가 미국 예일대 동창인 동시에 해골단(엘리트서클) 멤버들이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런 '동창회 인맥'의 형성과정도 홉스봄의 칼날 아래 놓인다. 전통의 영역을 넓혀 풍부하게 해석해놓은 홉스봄의 글들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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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님이 서재에 셸던의 새 책을 리뷰해놓은 걸 보니... 이 작자의 책들을 골라가며 찾아읽던 기억이 새롭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얼핏 떠올려보기에도 게임의 여왕, 최후심판의 날의 음모, 신들의 풍차, 내일이 오면, 깊은밤 깊은 곳에(음... 이건 영화 제목이고, 원제가 뭐였더라), 천사의 분노, 거울속의 이방인... 등등 엄청 많이 본 것 같은데. 제목들은-- 하도 오래전의 일들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무래도 '게임의 여왕'과 '깊은밤 깊은 곳에'가 가장 재밌었다. '신들의 풍차'와 '내일이 오면'은 제목 밖에 기억 안 나고, '최후심판의 날의 음모'는 태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고보니 재미난 기억이 떠오른다. 꽤 오래전에 보았던 이상무(독고탁 시리즈)의 만화가 있었다. 조선인이 만주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금광을 탈출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 장면이 알고보니! 이 만화가가 직접 셸던의 책에서 인용한 것인지는 확인 안해봤으니 단언할 수 없지만, 아무튼 셸던의 '게임의 여왕'의 한 장면(전반부 남자주인공이 남아공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탈출하는 장면)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는 사실! 근데 웃기게도... 이 책의 원제는 Master of Games였다 the games 였나 아무튼 그랬는데 울나라에서는 우째 '여왕'으로 만들었는지.

대중소설이라 부를수 있는 장르를 섭렵하다시피 했던 때도 있었다. '대중소설'이라고 하면 어쩐지 소설의 가치를 비하하는 것 같아서 쫌 그런데, '대중소설' 즉 '흥미거리' 정도로 생각하고 읽었다가 의외의 소득을 얻었던 몇권의 책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버트리스 스몰의 '아도라'. 언젠가는 이 책을 다시 읽고 제대로 된 리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어느 세월에~~.

그런고로 간략하게 회상해보자면 이 책은 참으로 판타스틱하고 로만틱한 연애소설인 동시에, 오스만 투르크와 동로마제국이라는 비장화려우아한 배경을 읽는 재미가 넘쳐나는 진정한 역사소설이다. 씰데없이 칼잽이들 나와 설쳐대는 영웅소설류의 대하역사소설은 흥미 없다. '아도라'야말로! 오스만 제국의 융성기를 가져온 오르한의 후궁 테아도라와 오르한의 아들 무라드 1세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데, 스몰의 시선은 아무래도 오스만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듯. 테아도라의 아버지인 칸타쿠제네스는 기독교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권력투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교도를 끌어들인 배신자'일 것이고, 이미 바스라지기 일보직전이었던 동로마의 닳아빠진 기득권층이었던 반면 무라드 1세는 '적이지만 멋진' 인물이었을테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서양 작가들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위해서인지는 알수 없지만 오스만의 초창기 황제들과 살라딘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뉴욕타임스의 멋쟁이 컬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이나 영국의 저명한 역사소설가 월터 스콧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 호호할머니가 된 아도라가 나무 밑에서 무라드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씬은 압권이었다! (당시만 해도 어렸던지라, 이 소설이 어찌나 야하게 읽혔던지! 에구 두근거려라...)

또 하나는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 영화로 만들어지는 소설들은 일단 '대중소설'로 분류해버리는 내게,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은 놀랍도록 현란하고 기이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이 책을 좀 색다른 방식의 '성장소설'로 읽었다. 전작인 '레드 드래곤'은 스릴러물의 성격이 강했지만. 뒤이은 '한니발'의 경우는 베르메르 열풍을 예감케한(결과적인 얘기지만 ^^) '지식의 박물관'이었기에,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

   

그리고 '데이지 공주'! 주디스 크란츠의 또다른 작품 '맨해튼의 여왕'(제목이 맞나 -.-a)은 별로였지만 데이지공주는 최고였다! 대중소설이라면 무릇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엄청나게 재미난 스토리...

   

(어제 빼먹었던 것 추가함) 마이클 크라이튼의 '주라기 공원'도 대단한 작품이었다. 알쏭달쏭한 카오스 이론을 가장 효율적으로(최소한도의 문장으로) 설명한 책. 과학만능주의와 물신주의, 당시로서는 그저 베일에 가려있었을뿐인 생명공학 따위를 선도적으로 비판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정작 영화는, 크라이튼이 싫어했을법한 첨단 영상기법들을 총동원해 원작의 모든 메시지를 삭제해버렸다고 할까.

그밖에 또 뭐가 있었더라... 음냐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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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0-28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기억력 대마왕...스트롱베리.....^^
맞다, 맞아..'게임의 여왕' - 나두 이게 뭔 여왕이라며 황당했던 기억이...거참 엄청 재밌던 책이구....주디스 크란츠도 그저 기본으로 읽어주곤 했쥐...흐흐...거의 출간된 모든 하이틴 로맨스를 수업시간에 읽어주던 나로서는....셀던과 크란츠의 작품들은 하이틴로맨스의 엄청난 업그레이드버전이었던 기억이...
게다가 '아도라'...와와...것두 환장했던 책인데...까맣게 잊고 있엇네....'제노비아' 뭐, 이런 것두 즐겁게 봣지..ㅋㅋㅋ

딸기 2004-10-28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노비아는 뭔지 모르겠당. 아도라는 진짜 재밌었지!
하이틴 로맨스.. 흐흐흐.. HR AR QR 이런거 요새 애들은 모르겠지? ^^
'하이틴로맨스의 엄청난 업그레이드버전'이라니! 절묘한 표현입니다그려 ㅋㅋㅋㅋ
로맨스물 중에서 단연 재밌었던 것은 사랑의 아테네! 이거 신일숙이 만화로도 그렸자나.
만화도 좋았고, 책도 재밌었는데.

딸기 2004-10-28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누구한테 아도라 얘기 했더니, '그거 몰래몰래 읽었는데' 이러더라구.
저 위에서 언급된 책들은, 그러고보면 다 '몰래몰래' 읽은 것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 ㅋㄷㅋㄷ
어째서 우리는 저 아름다운 독서의 날들을 비밀리에 진행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가...

panda78 2004-10-2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HR을 왜 모르나요, 다 알걸요? ^^ 지금도 꾸준히 나오잖아요. 하지만 예전만큼 재미있는 게 별로 없어요.
페니 조던 - 샬로트 램 - 그리고 누군가로 이루어진 3대 작가들이 한물 가서 그런가.ㅎㅎ
저도 아도라 무지 좋아했어요. 버트리스 스몰 것 중 제일 재밌었지요. '슬픔의 바이올렛'으로 다시 나왔더군요. 그게 만화로도 있었다는 사실. 흐흐. 전 만화로 먼저 봤거든요. 나중에 우연히 아도라를 읽는데, 어 이거 본 거잖아? 싶더라구요. 차00씨 만화였던 것 같은데.

데이지 공주며 셀던의 책 등 대중 소설을 섭렵할 수 있었던 건, 작은외숙모 덕분이었지요. 지금은 외삼촌과 이혼하셔서 더이상 책을 빌려 볼 순 없게 되었지만, 집에는 외숙모 책들이 아직도 잔뜩 남아있어서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합니다. ^^;;

신들의 풍차는 여자가 동구권 외교관으로 가서 어쩌구 저쩌구.. 내일이 오면은 누명쓰고 감옥에 들어가 온갖 고생을 겪은 뒤, 교도소장 딸이 물에 빠진 걸 구해주고 가석방되어 대단한 도둑이 되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되는군요.

아 재밌다. 흐흐.

그런데 V.C앤드류스 것은 안 보셨나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땐 다락방 시리즈와 헤븐 시리즈가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었는데. ^^

딸기 2004-10-2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들의 풍차는 스토리 기억 안 나고, 내일이 오면은 이제 생생히 떠오르네요. 내일이 오면을 울나라에서 테레비 드라마로 만들기도 했었어요. 원미경(그때 정말 이뻤는데)이랑 김동현 아저씨가 나오는.

'천국의 열쇠' 랑 또 뭐였더라... 암튼 A J 크로닌 소설도 많이 봤는데, '공포로부터의 도주' 뭐 그런 것들도 있었어요. 완존 추리물.. 이런 류의 재미난 소설을 꼽자면 '자칼의 날'이 빠질 수 없겠죠. 자칼이 몇년전에 체포돼서 지금은 감옥에 가있는 걸로 아는데, 그 소설은 진짜 재밌었죠. 지금도 암살사건만 일어나면 '제2의 자칼'이니 뭐니 할 정도니깐.
앤드류스 것도 물론 읽었습니다. '다락방 시리즈' '헤븐 시리즈' 하니까 읽은 기억은 나는데 스토리는 도저히... '다락방의 불빛'이었나, 엽기 엄마 나오는 소설. 그것도 앤드류스 꺼였나요?

panda78 2004-10-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다락방의 꽃들 이에요. ^^ 엽기 엄마 나오죠. 외할머니가 도넛에 설탕 대신 독약을 묻혀서 어린 남자아이가 하나 죽고.. 그거여요. 영화도 있어요. 가끔 케이블에서 해 준답니다. ^ㅡ^

크로닌 소설도 참 많이 읽었지요... 그 때문인지 의사를 잠깐 동경했었어요. 포사이드의 '자칼의 날'은 그 분야에서는 뛰어난 소설이 아닌가 싶어요. 제프리 아처 것두 재미나게 읽었었구요. 다니엘 스틸에 열광한 때도 있었고... 호호. (사실 지금도 대중 소설에 목 매는 건 변함없건만.. ;;;;)



딸기 2004-10-2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정말 엽기적인 스토리군요 ^^

haewon78 2005-02-20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오면, 이 이렇게 유명한 이야기였군요. 저는 정말 어릴적 3부작미니시리즈 정도로 만들어진 외국시리즈물을 보고 정말 폭 빠졌던 기억이. 톰 베린저와, 어린 눈엔 너무도 미인이었던 여자주인공을 보며 마음이 두근반 세근반... ^^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반다나 시바 지음, 한재각 외 옮김 / 당대 / 200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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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나 시바의 '물전쟁'을 읽고서 좀더 체계적으로 쓰인 이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지 했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책,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생태주의에 대한 나의 왜곡되고 못된 인식에 일침을 놓은, 의미깊은 만남이었다.
책은 선진국, 그리고 선진국의 초국적기업들이 주장하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우스꽝스런 권리를 '합법화된 해적질'이라 논박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유전공학의 문제점을 비롯한 기술우월주의/과학적 환원주의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책은 단순히 유전공학의 '윤리적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환원주의적/제국주의적/선형적 가치관 전체를 비판하고 있다. 말하자면 환경운동에 대한 글이라기보다는 환경(생태)-여성-지역-평화로 이어지는 대안적 담론에 해당된다. 생태 환경 이런말들에 대해 모종의 거부감을 갖고 있던 내게는 인식을 전환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제일 먼저 접했던 시바의 글은 유전자조작 식물, 그중에서도 번식기능을 거세해버린 이른바 '프레데터 식물'을 언급한 짧은 논문이었다. 이 책에서는 단편적인 언급을 넘어 생명공학 기업들이 하는 일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기술을 독점하고자 하는 초국적기업과 서방 선진국들의 압력을 제국주의의 식민지 개척의 새로운 단계로 단정한다. 과거 유럽이 제3세계를 '무주지' 즉 생명이 없는 '자연'으로 간주하고 식민지화했듯이, 이제는 생명체(그리고 생명체의 내부-유전자)마저도 '무가치한 자연'이라 주장하면서 식민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제국주의화의 과정은 비서구적 지식체계, 자연과 상호작용하면서 혁신해온 각 지역의 지식체계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이뤄진다.

동시에 시바는, 이 과정이 여성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없애버리는 과정이라고 본다. 즉 서구적-남성적-선형적 가치체계가 비서구적(지역적)-여성적-순환적 가치체계를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시바는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에서 자본주의의 대약진과 '발전' 개념의 확산, 그리고 자유무역 지상주의와 유전공학 혁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모든 다양성을 사상해버리려는 획일화의 과정'으로 보는데 여기서 그녀의 통찰력이 빛난다. 획일화는 지배/억압구조와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 위계질서는 선진국-후진국/서구-제3세계/남성-여성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글로벌한 문제'로 부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공학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기술지상주의/환원주의자들에 맞선 싸움은 단순히 단작이냐 복합경작이냐,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냐 유기농이냐 하는 수준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다양성을 되살리기 위한 싸움이 된다. 이제부터 해나가야 할 정치는 '역동성과 다양성을 통한 재생의 정치'가 되는 것이다.

시바는 인도에서 자신이 주도해왔던 다양한 사티아그라하(투쟁)들을 예로 들면서 몇가지 대안들을 제시한다. WTO의 지적재산권 협정에 대한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경제적 이해관계 대신 지역 주민들의 생태적 권리를 보장하는 '집단적 지적 재산권' 개념이다. 시바는 DNA혁명 이후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는 '생물제국주의'에 맞선 이런 운동들을 가리켜 '생물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이라 부른다. 이런 운동들이 글로벌 자본주의 앞에서 적실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바 같은 운동가들이 '반세계화'라는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그만큼 포괄적이고 포용력있는) 거대한 물결을 이미 일으키고 있으니까. "오늘날과 같은 다양성의 조작과 독점의 시대에 씨앗은 자유의 장소이자 상징이 되었다. 씨앗은 자유무역을 통한 재식민화 시대에 간디의 실잣는 물레가 했던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작은 '씨앗들의 싸움'이 다양성과 역동성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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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28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룬다티 로이 책은 읽다가 접었는데, 반다나 시바 책은 읽을 수 있을런지.. 궁금하긴 한데 말이죠.

딸기 2004-10-2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판다님은 뭐하는 분이시길래 그렇게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많이 보실 수가 있나요? 정말 대단하세요... ^^

panda78 2004-10-2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_ㅜ 스트롱베리님처럼 글 잘 쓰시고 어려운 책 많이 읽으시는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부끄럽사와요. 땅굴 파야 돼요. 흙흙. 제가 읽는 책의 90%는 대중 소설인 걸요. 어려운 책은 내공이 딸려서 엄두도 안 낸답니다.

(그리고, 집에서 노는 사람이지요. 공부한다는 미명 하에 뒹굴뒹굴... ;;;)

딸기 2004-10-2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공부한다는 미명하에 뒹굴뒹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