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냐님이 서재에 셸던의 새 책을 리뷰해놓은 걸 보니... 이 작자의 책들을 골라가며 찾아읽던 기억이 새롭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얼핏 떠올려보기에도 게임의 여왕, 최후심판의 날의 음모, 신들의 풍차, 내일이 오면, 깊은밤 깊은 곳에(음... 이건 영화 제목이고, 원제가 뭐였더라), 천사의 분노, 거울속의 이방인... 등등 엄청 많이 본 것 같은데. 제목들은-- 하도 오래전의 일들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무래도 '게임의 여왕'과 '깊은밤 깊은 곳에'가 가장 재밌었다. '신들의 풍차'와 '내일이 오면'은 제목 밖에 기억 안 나고, '최후심판의 날의 음모'는 태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고보니 재미난 기억이 떠오른다. 꽤 오래전에 보았던 이상무(독고탁 시리즈)의 만화가 있었다. 조선인이 만주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금광을 탈출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 장면이 알고보니! 이 만화가가 직접 셸던의 책에서 인용한 것인지는 확인 안해봤으니 단언할 수 없지만, 아무튼 셸던의 '게임의 여왕'의 한 장면(전반부 남자주인공이 남아공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탈출하는 장면)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는 사실! 근데 웃기게도... 이 책의 원제는 Master of Games였다 the games 였나 아무튼 그랬는데 울나라에서는 우째 '여왕'으로 만들었는지.

대중소설이라 부를수 있는 장르를 섭렵하다시피 했던 때도 있었다. '대중소설'이라고 하면 어쩐지 소설의 가치를 비하하는 것 같아서 쫌 그런데, '대중소설' 즉 '흥미거리' 정도로 생각하고 읽었다가 의외의 소득을 얻었던 몇권의 책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버트리스 스몰의 '아도라'. 언젠가는 이 책을 다시 읽고 제대로 된 리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어느 세월에~~.

그런고로 간략하게 회상해보자면 이 책은 참으로 판타스틱하고 로만틱한 연애소설인 동시에, 오스만 투르크와 동로마제국이라는 비장화려우아한 배경을 읽는 재미가 넘쳐나는 진정한 역사소설이다. 씰데없이 칼잽이들 나와 설쳐대는 영웅소설류의 대하역사소설은 흥미 없다. '아도라'야말로! 오스만 제국의 융성기를 가져온 오르한의 후궁 테아도라와 오르한의 아들 무라드 1세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데, 스몰의 시선은 아무래도 오스만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듯. 테아도라의 아버지인 칸타쿠제네스는 기독교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권력투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교도를 끌어들인 배신자'일 것이고, 이미 바스라지기 일보직전이었던 동로마의 닳아빠진 기득권층이었던 반면 무라드 1세는 '적이지만 멋진' 인물이었을테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서양 작가들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위해서인지는 알수 없지만 오스만의 초창기 황제들과 살라딘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뉴욕타임스의 멋쟁이 컬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이나 영국의 저명한 역사소설가 월터 스콧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 호호할머니가 된 아도라가 나무 밑에서 무라드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씬은 압권이었다! (당시만 해도 어렸던지라, 이 소설이 어찌나 야하게 읽혔던지! 에구 두근거려라...)

또 하나는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 영화로 만들어지는 소설들은 일단 '대중소설'로 분류해버리는 내게,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은 놀랍도록 현란하고 기이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이 책을 좀 색다른 방식의 '성장소설'로 읽었다. 전작인 '레드 드래곤'은 스릴러물의 성격이 강했지만. 뒤이은 '한니발'의 경우는 베르메르 열풍을 예감케한(결과적인 얘기지만 ^^) '지식의 박물관'이었기에,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

   

그리고 '데이지 공주'! 주디스 크란츠의 또다른 작품 '맨해튼의 여왕'(제목이 맞나 -.-a)은 별로였지만 데이지공주는 최고였다! 대중소설이라면 무릇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엄청나게 재미난 스토리...

   

(어제 빼먹었던 것 추가함) 마이클 크라이튼의 '주라기 공원'도 대단한 작품이었다. 알쏭달쏭한 카오스 이론을 가장 효율적으로(최소한도의 문장으로) 설명한 책. 과학만능주의와 물신주의, 당시로서는 그저 베일에 가려있었을뿐인 생명공학 따위를 선도적으로 비판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정작 영화는, 크라이튼이 싫어했을법한 첨단 영상기법들을 총동원해 원작의 모든 메시지를 삭제해버렸다고 할까.

그밖에 또 뭐가 있었더라... 음냐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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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0-28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기억력 대마왕...스트롱베리.....^^
맞다, 맞아..'게임의 여왕' - 나두 이게 뭔 여왕이라며 황당했던 기억이...거참 엄청 재밌던 책이구....주디스 크란츠도 그저 기본으로 읽어주곤 했쥐...흐흐...거의 출간된 모든 하이틴 로맨스를 수업시간에 읽어주던 나로서는....셀던과 크란츠의 작품들은 하이틴로맨스의 엄청난 업그레이드버전이었던 기억이...
게다가 '아도라'...와와...것두 환장했던 책인데...까맣게 잊고 있엇네....'제노비아' 뭐, 이런 것두 즐겁게 봣지..ㅋㅋㅋ

딸기 2004-10-28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노비아는 뭔지 모르겠당. 아도라는 진짜 재밌었지!
하이틴 로맨스.. 흐흐흐.. HR AR QR 이런거 요새 애들은 모르겠지? ^^
'하이틴로맨스의 엄청난 업그레이드버전'이라니! 절묘한 표현입니다그려 ㅋㅋㅋㅋ
로맨스물 중에서 단연 재밌었던 것은 사랑의 아테네! 이거 신일숙이 만화로도 그렸자나.
만화도 좋았고, 책도 재밌었는데.

딸기 2004-10-28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누구한테 아도라 얘기 했더니, '그거 몰래몰래 읽었는데' 이러더라구.
저 위에서 언급된 책들은, 그러고보면 다 '몰래몰래' 읽은 것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 ㅋㄷㅋㄷ
어째서 우리는 저 아름다운 독서의 날들을 비밀리에 진행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가...

panda78 2004-10-2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HR을 왜 모르나요, 다 알걸요? ^^ 지금도 꾸준히 나오잖아요. 하지만 예전만큼 재미있는 게 별로 없어요.
페니 조던 - 샬로트 램 - 그리고 누군가로 이루어진 3대 작가들이 한물 가서 그런가.ㅎㅎ
저도 아도라 무지 좋아했어요. 버트리스 스몰 것 중 제일 재밌었지요. '슬픔의 바이올렛'으로 다시 나왔더군요. 그게 만화로도 있었다는 사실. 흐흐. 전 만화로 먼저 봤거든요. 나중에 우연히 아도라를 읽는데, 어 이거 본 거잖아? 싶더라구요. 차00씨 만화였던 것 같은데.

데이지 공주며 셀던의 책 등 대중 소설을 섭렵할 수 있었던 건, 작은외숙모 덕분이었지요. 지금은 외삼촌과 이혼하셔서 더이상 책을 빌려 볼 순 없게 되었지만, 집에는 외숙모 책들이 아직도 잔뜩 남아있어서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합니다. ^^;;

신들의 풍차는 여자가 동구권 외교관으로 가서 어쩌구 저쩌구.. 내일이 오면은 누명쓰고 감옥에 들어가 온갖 고생을 겪은 뒤, 교도소장 딸이 물에 빠진 걸 구해주고 가석방되어 대단한 도둑이 되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되는군요.

아 재밌다. 흐흐.

그런데 V.C앤드류스 것은 안 보셨나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땐 다락방 시리즈와 헤븐 시리즈가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었는데. ^^

딸기 2004-10-2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들의 풍차는 스토리 기억 안 나고, 내일이 오면은 이제 생생히 떠오르네요. 내일이 오면을 울나라에서 테레비 드라마로 만들기도 했었어요. 원미경(그때 정말 이뻤는데)이랑 김동현 아저씨가 나오는.

'천국의 열쇠' 랑 또 뭐였더라... 암튼 A J 크로닌 소설도 많이 봤는데, '공포로부터의 도주' 뭐 그런 것들도 있었어요. 완존 추리물.. 이런 류의 재미난 소설을 꼽자면 '자칼의 날'이 빠질 수 없겠죠. 자칼이 몇년전에 체포돼서 지금은 감옥에 가있는 걸로 아는데, 그 소설은 진짜 재밌었죠. 지금도 암살사건만 일어나면 '제2의 자칼'이니 뭐니 할 정도니깐.
앤드류스 것도 물론 읽었습니다. '다락방 시리즈' '헤븐 시리즈' 하니까 읽은 기억은 나는데 스토리는 도저히... '다락방의 불빛'이었나, 엽기 엄마 나오는 소설. 그것도 앤드류스 꺼였나요?

panda78 2004-10-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다락방의 꽃들 이에요. ^^ 엽기 엄마 나오죠. 외할머니가 도넛에 설탕 대신 독약을 묻혀서 어린 남자아이가 하나 죽고.. 그거여요. 영화도 있어요. 가끔 케이블에서 해 준답니다. ^ㅡ^

크로닌 소설도 참 많이 읽었지요... 그 때문인지 의사를 잠깐 동경했었어요. 포사이드의 '자칼의 날'은 그 분야에서는 뛰어난 소설이 아닌가 싶어요. 제프리 아처 것두 재미나게 읽었었구요. 다니엘 스틸에 열광한 때도 있었고... 호호. (사실 지금도 대중 소설에 목 매는 건 변함없건만.. ;;;;)



딸기 2004-10-2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정말 엽기적인 스토리군요 ^^

haewon78 2005-02-20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오면, 이 이렇게 유명한 이야기였군요. 저는 정말 어릴적 3부작미니시리즈 정도로 만들어진 외국시리즈물을 보고 정말 폭 빠졌던 기억이. 톰 베린저와, 어린 눈엔 너무도 미인이었던 여자주인공을 보며 마음이 두근반 세근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