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대륙과 문명의 세계사 1
리처드 J. 리드 지음, 이석호 옮김 / 삼천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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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지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 뒤 19세기 이후 주요 지역들의 역사를 훑는 책이다. 두께가 상당하다. 지역과 테마가 교차하게 돼 있어서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거대한 대륙 전반을 다루는 것이니... 


서방의 대륙 침략과 땅 나눠먹기가 진행되는 사이 아프리카인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에 띈다. 어느 식민지에서나 비슷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일부는 열강에 저항했고, 일부(혹은 대다수)는 그저 희생됐거나 협력했거나 열강의 움직임 속에서 발 디딜 터를 잡기 위해 애썼다. 협력하면서도 밀고당기기를 했고, 얻어낼 것을 얻어내면서 '서구식' 국가를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 저자는 이 모든 과정을 아프리카인들의 주체적인 '응전의 역사'로 본다. 


20세기, 독립 전후, 그리고 그 후의 아프리카 역사를 전하면서 서구를 향한 저자의 시선은 식민주의를 다룰 때보다 오히려 더 냉혹해진다. 역사를 만들고 끌어가려는 사람들을 옥죄고 참견하고 어긋나게 만든 것이 서구였기 때문이다. 다만 개괄서인지라 나라마다의 사정이 상세히 나오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인상은, 유럽에서 온 기독교도들과 사헬 남쪽의 이슬람 부흥운동을 비롯해 종교적인 맥락을 중시한다는 것. 저자의 전공이 우간다 쪽이었는지, 우간다 지역에 과하게 비중을 실은 느낌도. 서아프리카가 동아프리카보다 발전해 있었다는 저자의 일관된 주장도 좀 생소하다. 


이 책과 같은 시리즈에 속한 <현대 유럽의 역사>를 일전에 읽었는데, 두 책의 한계와 아쉬운 점이 묘하게 겹친다. 편집자가 꼼꼼히 정성들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길면서도 엉성하다는 점. 책의 만듦새만이 아니라 원본 자체도 비슷한 스타일인 것같다. 특정 '테마'를 좀 많이 강조해서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든가, 그렇다고 딱 집중되거나 일목요연한 것도 아니며 산만하다든가. 


삼천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시리즈인 듯 싶어서 굳이 주문해서 펼쳐들었는데 사실은 조금 실망했다. 아프리카인들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역사를 쓰려 애쓴 측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영국인이 아프리카인들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서술한 아프리카의 역사'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현대'의 전반부를 차지하는 19세기는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열강의 식민지가 되어 뜯겨나가고 피 흘린 역사다. 책을 보면 그 아픔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 '열강' 중에서 주축은 프랑스와 영국이었는데 책에는 '영국은 이러저러했다, 영국령 아프리카는 이러저러했다' 길게 설명한 뒤 '프랑스령에서도 뭐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식으로 서술돼 있다. 같은 맥락에서, 19세기에 영국에서 벌어진 기독교도들의 노예 반대 운동에 너무 힘이 실렸고 영국 기독교도들 얘기가 지나친 비중으로 적혀 있다.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대륙을 초토화시킨 대서양 노예무역에 대해 오해하기 딱 좋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건 번역. 문장은 얼핏 보기엔 매끄럽지만 옮긴이 주석이 거의 없다. '네그리튀드'에 대해 주석을 달았는데, '(이 번역자 자신이 번역한) 에메 세제르 책에 나온 개념'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붙여놨다. 정작 네그리튀드가 뭔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채. 번역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옮긴이 주석을 다는 것이 번역 일의 최소한 3분의1은 차지한다는 것을. 그만큼 귀찮고 성가시지만 그게 책 만드는 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정성인데... 정성에 비하면 책값이 좀 과하다.


번역자가 아프리카 전문가인 모양인데, 이 책에서 '아프리카 역사의 일부'라 못박아 집어넣은 북아프리카-마그레브 역사에선 빼놓을 수 없는 게 '이슬람'이다. 소코테 '칼리파테 Caliphate 제국'이라는 번역은 너무 심했다. 다른 페이지에선 칼리파, 칼리프가 혼용되는 걸 보니 어쩐지 쪽번역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간다, 우간다, 부간다가 거푸 나오는데 어슷비슷한 이 용어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같은 건지 다른 건지 설명도 없다(굳이 덧붙이자면 오늘날의 Uganda 땅에 있었던 Ganda 민족의 왕국이 Buganda였다). 뜬금없이 '히자즈 지역에선~' 이라고 써놨는데, 히자즈는 홍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한 아라비아 반도의 서쪽 지역을 가리킨다. 사이사이에 번역을 잘못한 것으로 추측되는 문장들도 보인다. 분명 저자는 아프리카인들의 자율성과 서방의 편견을 지적하고 있는데 문단 안에서 완전히 거꾸로 된 문장이 보인다든가.


아쉬운 대목이 많긴 했지만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를 다룬 이렇게 두꺼운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는 반갑고 좋다. 사실 이 책은 아프리카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전에 나온 아프리카에 대한 두꺼운 책들 모두 마찬가지다. 책들이 나빠서라기보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원체 아는 것이 없어서다. 

이산에서 나온 존 아일리프의 <아프리카의 역사>, 휴머니스트에서 펴낸 마틴 메러디스의 <아프리카의 운명>과 같이 읽으면 좋을 듯. 메러디스의 책은 스크랩을 해놓으려고 밑줄 많이 그어놨는데 게으름 탓에 결국 못 했다. 현대 아프리카의 나라별 사정과 쟁쟁한 지도자들 얘기가 생생하게 나와 있어서 엄청 재미있었다. 실은 이 두 책이 넘나 괜찮았기 때문에 아프리카 역사를 조금만 더 훑어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책을 산 건데 좀 많이 모자랐던 것이라.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라는 책도 나와 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가격이... 가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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