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땅, 보이지 않는 자들 - 알려지지 않은 쿠르드족 이야기
힐미 압바스 지음, 조경수 옮김 / 이매진 / 2003년 9월
절판


날카롭게 울리는 뿔나팔 소리와 함께 물소 수천 마리와 발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지가 진동했고, 남자와 여자와 아이를 비롯한 온 민족이 서쪽을 향해 이동했다. 미지의 불분명하고 새로운 운명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
이윽고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의 골짜기와 산 속에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타라라타는 남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들을 조망하려고 현인들과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갔다. 국경에서 나라 안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들이 그다지 험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타라라타는 거인 백 명에 맞먹는 힘으로 산봉우리에서 바위의 네모난 돌을 떼어내 길에 던졌다. 암벽과 길의 경사가 너무 평평해 보이는 곳에서는, 타오르는 번개가 번ㅉ거이는 주먹으로 바위와 산을 부수어서 깊은 균열과 무시무시한 협곡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고원 방목지를 거쳐 올라온 이곳 최고 봉우리들에서 봉우리들이 너무 온유하고 매혹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강력한 힘으로 사로잡는 빙하와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을 불러와서는 온유한 세상에서 잿빛 안개를 만들게 했다. 바람은 가장 음산한 모습을 하고 산봉우리 주위에서 미쳐 날뛰었다. 이제는 봉우리의 뾰족한 꼭대기만이 멀리서 보일 뿐이었는데, 그러자 타라라타는 평원들에서 저지의 안개 때문에 추위에 떨던 그림자들을 가져와 아주 짙은 구름을 만들어서는 마치 베일처럼 모든 산 위에 걸쳐놓았다.
그렇게 남은 민족의 산들은, 이제껏 어떤 인간 정신이 해낸 것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강화되고 보호되었다. 그리고 인간사의 공간에 있는 지성소는 모든 법의 이행을 수호하고 주재하게끔, 산 자들의 탐욕과 무분별한테서 몰수되었다. 왜냐하면 산 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정의와 부정, 또 그 두 가지에 들어 있는 소명을 몰랐기 때문이다.-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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