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 & 사비네
닉 밴톡 지음, 정영목 옮김 / 김영사 / 1993년 12월
평점 :
절판


희한한 책이다. 독특한 포맷;; 정도로 해두자. 그리핀과 사비네는 하나이자 둘이고, 외로운 개체들이다. 책에는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들이 인쇄돼 있거나, 혹은 진짜 편지지에 쓰여 끼워져 있다. 둘의 외로움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외로움은 극복이 아닌 절망이 된다. 현대인의 고독...따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은데. 사무실 어느 구석에서 이 책을 '주운' 것이 언제였더라. 아마도 3년은 된 것 같다. 독특하게 생겼네, 한번 펼쳐봐야지 해놓고는 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뒤늦게 책장을 펼쳤지만(뭐 별로 수고로운 작업은 아니었다) 이 책은 내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또한 나는 보슈, 벡신스키, 제리코, 오키프, 이런 종류의 그림들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다만 잠깐 숨을 고르고 '편지를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이메일로 극히 사무적인 '볼일'을 전달한다든가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는다는가 하는 일은 늘 있지만 그건 편지를 쓰는 것과는 다르다. 지난 연말 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손.으.로. 편지를 쓰는데 어찌나 힘들었던지.

문득 드는 생각. 편지를 쓰는 것은 어떨까. 이 책 사이사이에 붙어있는 편지봉투에 '딸기'라는 두 글자를 넣어 손으로 쓴 편지를 집어넣고, 누군가에게 이 책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책을 받은 이가 다른 누군가에게 편지를 동봉해 책을 보내는 거다. 그렇게 계속 책보내기 & 편지쓰기가 이어진다면 이 책은 점점 두꺼워지겠지? 잡생각에 골몰해보는 어이없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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