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를 찾아간 것은, 2006 독일 월드컵 운명의 조 추첨을 앞둔 1월7일. 그때부터 10일까지 이 유서깊은, 그러나 가난해 보이는 도시에 머물렀다.

라이프치히는 베를린을 제외한 옛 동독 지역 도시들 중 유일하게 내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도시다. 라이프치히 시민들은 ‘친구가 되는 시간(A time to make friends)’이라는 내년 월드컵 모토처럼, 조 추첨식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8일 오전 10시, 시 외곽에 위치한 젠트랄 슈타디온(중앙경기장)에서 시 당국이 세계 각국 언론인 200여명을 초청해 월드컵을 맞는 기쁨을 설명하는 미디어투어 행사가 열렸다. 젠트랄 슈타디온은 옛 동독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 있던 자리다. 시 정부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과거 1만5000석 규모의 축구장이 있던 곳에 4만4000석 규모의 새 경기장을 지었다. 경기장 외벽은 옛 동독시절 모습 그대로여서, 화려한 시가지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설고 다소 음울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인구 50만 명의 라이프치히 시에는 월드컵 조추첨 행사는 쉽게 접하기 힘든 빅 이벤트였다.




과거 동독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었다는 젠트랄 슈타디온.

하지만 새로 지었다는 이 경기장도, 지방정부의 재정을 반영하듯

서독의 경기장들에 비하면 작고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축구장은 축구장! 난생 처음 그라운드의 잔디를 밟아봤다!



미디어 투어에서 만난 할레의 소녀들. 전통 복장을 입고 초콜릿을 홍보하는 중.

내가 초콜릿을 좀 좋아했더라면 많이 먹어줬을텐데 말이다.


베켄바워 독일월드컵준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옛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를 조추첨 장소로 정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밝혔었다. 시민들에게 이번 행사는 이 도시가 ‘잊혀진 도시’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독일TV의 지빌르 리히트 기자는 “이번 행사는 라이프치히 시민들 뿐 아니라 모든 동독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치히는 동독 정부의 지원을 받던 체육대학이 있었으며 동독 엘리트 체육의 상징이다.

그런가하면 1988년 이곳 성니콜라이 교회 앞에서 열린 민주화를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공산주의 동독의 붕괴를 예고한 전조이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라이프치히는 실업률 18%에 정부 지원 없이는 시 재정이 유지되지 못하는 낙후된 지역이 되고 말았다. 


누가 독일 아니랠까봐... 역시 여기도 스산하고 음산하고 한산한 분위기...

 

 그런대로 멋진 거리. 저런 건물들은 마음에 드는데.

 

 여기는 ‘New City Hall'. 처음에 이름만 듣고 새로 지은 건물인 줄 알았더니,

그냥 이름이 그렇다는 거였다. 건물 안에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폐허처럼 썰렁해서 좀 놀랐다.


 

독일에서 가장 이뻤던 것, 도시마다 세워진 크리스마스 장터.




 

크리스마스 장터의 인형들.

 

 성토머스 교회의 이쁜 문. 여기에 바하의 묘가 있대요.


 

 바하와 멘델스존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아냈음.

바하: 뚱뚱하고 얼굴 넓적

멘델스존: 긴 파마머리



순서가 바뀌었네;; 이게 바로 성 토머스교회입니다.

저 교회를 나와서 어느 고풍스러워보이는 쇼핑몰 앞을 지나다가,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온다는 (파우스트를 안 읽어봐서 내용은 모르겠고)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너무 바빠 독일에서 제대로 못 먹기도 했지만, 아무튼 독일에서 먹은 것들 중에 제일 맛있었다. >.<

(참 싸가지없고 교양 없는 여행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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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1-1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 동상 앞에 걸터앉아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 흥얼대던 때가, 재작년 여행때 유일하게 cdp안 가져온거 후회했던 때였어요. 헤헷...
인상적이었던 건 주말의 1유로짜리 공연.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 아마 드레드덴 슈타츠카펠레 다음으로 오래된 악단이 아닌가 싶은데 - 단원들이 종교음악 연주를 하더군요. 그 소리의 아름다움에 넋나갔던것두, 미칠듯 부러워했던것두 기억나구요. 헤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걸보니 그리워하나봐요. 구경 잘했어요. =)

paviana 2006-01-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잼있는 여행기 올라온 것을 왜 전 이제야 봣을까요? ㅠㅠ
제가 연말에 글케 바빴나? '아프리카도 다녀오셨더라구요. 하하 뒷북이지요..
라이프치히가 동독이었다는것을 지금에야 알았답니다.
전 사진 속의 저런 동네에 광분하는지라, 사진 잼있게 보고 갑니다.
바하와 멘델스존의 차이도 확실히 배우고 가요.^^
벌써 여행기 끝난것은 아니지요? 기다릴게요.ㅎㅎ

딸기 2006-01-1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그러고보니 매너님이 저 동네 취향이로군요.
전 게반트하우스라는 것, 저기 가서 처음;;들었어요. 그런데 안 가봤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