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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나라의 앨리스 - 재미있는 양자역학 모험 여행
로버트 길모어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문과 쪽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은 과학 이야기만 나오면 심사가 뒤틀리고 콤플렉스가 가동을 한다. "빛은 어떻게 `파동'인 동시에 `입자'가 될 수 있다는 거야", "질량과 에너지가 두 얼굴의 같은 존재라니, 통 뭔소린지." 그러니까 바로 내 얘기다.
과학적 상상력의 부재를 탓하며 머리를 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양자물리학에 대해서는 "신은 주사위놀이(확률 게임)를 하지 않는다"며 격분했고, 양자역학의 아버지라는 닐스 보어조차 "양자론을 생각하면서 혼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니까. 결국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양자의 세계는 앨리스가 돌아다니던 세상만큼이나 `이상한 나라'이고, 모호한 곳 아닌가.
그러니 `양자 나라의 앨리스'라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은 없다. 로버트 길모어의 책은 앨리스를 양자 나라로 끌어들여 양자물리학의 세계를 소개하는데, 여느 개론서들보다 훨씬 그럴싸하다. 다만 앨리스가 지나가는 곳들-하이젠베르크 은행, 코펜하겐 학교, 러더퍼드 성(城), 입자들의 가면무도회 따위-을 다 따라다니기엔 좀 벅찰 수도 있다. 제법 앨리스 분위기를 흉내낸 만화같은 삽화만 보고 술술 읽힐 거라 생각하면 오산. 양자나라 명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니 코펜하겐 학파니 하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양자물리학의 기본개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양자의 세계가 궁금하다 생각했으면 책표지를 넘긴 뒤에, 앨리스가 지나간 여러갈래 길 중 어디를 따라갈지 먼저 마음의 결정을 하는 편이 좋다. 줄거리만 읽거나 물리학 용어들을 쉽게 해설한 네모칸의 도움말 중심으로 읽거나, 혹은 손가락 마크가 그려진 해설을 중심으로 보거나 어느 쪽이든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