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는 섬세한 사람 같다. 이 사람이 그려낸 19세기말 일본의 풍경은 희한하게도 정적이다. 일본이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유신 세력과 봉건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용트림을 하려하던, 서양 문물이 마구 쏟아져들어오고 일본의 '선각자'들이 서양을 따라잡으려고 기를 쓰던 그 때에, 나쓰메 소세키가 그려낸 일본의 한 지식인은 '느림의 미학'을 구가한다. 아버지 돈으로 먹고 놀고 우아방탕한량스런 생활을 즐기며 유유자적 산책과 사색으로 시간을 보낸다. 제법 오래전에 쓰여진 소설인데 어쩐지 새롭다. 이노무 주인공 꼬락서니는 전혀 내 맘에 안 들지만, 그를 통해 작가가 그려낸 어느 시기 어느 나라 지식인의 머리 속과 거리의 스케치는 맘에 든다. 미묘하게, 쾌락적이고 탐미적인 냄새가 풍긴다. 사랑이야기? 소설의 제목은 '그후'다. 그후라니. 언제 이후? 소설의 줄거리로 보면 우아하고 한심한 주인공이 유부녀와의 사랑을 밀고나가기로 결심한 '그후'이고, 독자 입장에서 보면 소설이 끝난 그후'가 된다. 재미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05-04-1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선각자'들에 대항해서) '일본적인 것'을 지키려한 작가라고 들은 것 같네요...맞나요?

딸기 2005-04-1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잘 모르겠어요. 저 소설의 내용으로 봐서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