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g 1 : Le Tumulus - 안개 비앤비 유럽만화 컬렉션 2
보냉 글, 세이터 그림, 유소연 옮김 / 비앤비(B&B)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안개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는 다들 아시겠지만, 헤르만 헤세의 싯구절이죠.

안개 하면 생각나는 나라, 영국이 배경입니다. 그렇다고 헤세풍의 분위기를 연상하지는 마십시오. 셜록 홈즈가 살았던 당시의 런던을 생각하면 될 거예요. 마차가 지나다니고, 안개 속에 가로등이 켜져 있고, 적당히 더럽고 적당히 풍요롭고 적당히 각박한 대도시. 주변엔 항구가 있고, 이미 세상은 현대로 가고 있는데 귀족입네 하면서 폼잡는 이들이 아직 남아 있군요.

영국은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나라입니다.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도 그런 장면이 나오고, 영국 여성작가의 글을 만화로 만든 <사랑의 아테네>(우리나라에서는 신일숙이 그림을 그렸죠)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해변을 돌아다니면서 화석(이건 고고학은 아니고 고생물학이겠군요)이나 바이킹의 유적을 찾는 여행객들의 모습은 아주 낭만적이죠. 고고학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저주' 혹은 '마법'과 같은 판타지의 영역과 쉽게 결합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익히 알려진 파라오의 저주 따위 말입니다.

<포그>에는 파라오의 저주가 아닌 '바이킹의 저주'가 나옵니다. 악당으로 이름을 떨쳤던 고대 바이킹 형제의 무덤을 어느 고고학자가 발굴합니다. 전문적인 고고학자라기보다는, 고고학이라는 그럴싸한 취향을 가진 귀족인데, 그에게는 미모의 딸이 있습니다.
당연히도, 무덤을 파낸 귀족은 저주를 받아 죽습니다. 미모의 딸, 그 주변에는 형사와 신문기자가 있는데, 이들이 사건을 파헤쳐가는 겁니다. 고대 바이킹의 저주인가, 혹은 돈을 노리는 악당들의 짓인가 하는 질문은 물론 여기서는 우문입니다.

신파조의 판타지물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떨거지 귀족사회의 분위기라든가 런던 항구의 우울한 분위기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묘사해놨고, 인물 하나하나의 성격도 모두 살아있습니다. 작가가 아주 공을 많이 들여 만든 작품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림이 참 좋습니다. 우울한 초록 주조의 색채, 흡사 모딜리아니를 연상케 하는 개성 강한 얼굴들이 아주아주 맘에 듭니다. 그림 좋아하시는 분들 이 책 읽으시면 아주 좋아하실 거예요. 그림 못잖게 재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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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k 2005-01-2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어만 알면 번역이 가능할까?

문학적 소양,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번역할 경우 이 책처럼 영국 Scotland Yard 를

스코틀랜드 경찰청으로 번역하는 희극을 연출하게 된다.

그것도 책 한권에서 반복적으로...

무식의 극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