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 첫 책은 노엄 촘스키와 프랑스 학자들의 대담/인터뷰를 엮은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시대의창 刊).정작 촘스키의 언어학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숙명의 트라이앵글>이라든가 <불량국가>, 몇해전 읽은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등등의 책들과 몇편의 단문들로 해서 낯설지는 않다. 사실 촘스키는 글 자체는 비비 꼬여 있지만 말하는 내용이 명확.명쾌해서 오히려 책읽는 재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저자 중의 한 명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새로운 사실(fact)들을 얻기 위해서라면 촘스키의 책을 읽을 필요는 없겠지. 오히려 외신이나 사료들을 찾아 읽으면서 행간읽기 연습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촘스키의 펜에서 나오는 신랄함, 그것이 주는 원초적인 배설감을 얻기 위해서 읽는다면 또 몰라도. 레바논 내전에 대한 백서 형태로 구성된 <숙명의 트라이앵글>을 제외하면 사실 촘스키를 읽으면서 나는 별다른 충격이나 감동을 받지 못했었다. 촘스키와 함께 미국의 진보적, 실천적 지식인을 대표하는 하워드 진의 글을 접하면서 세상을 오래 지켜본 老학자에게서 전해오는 강인한 시대의식에 감동 또 감동했었던 것과는 달리.

그런 면에서 보면 <누가 무엇으로...>는 오히려 괜찮았다. '드니 로베로와 베로니카 자라쇼비치가 인터뷰하고 레미 알랭그레가 삽화를 그리고 강주헌이 옮기다'라고 책 표지에 써있는데, 삽화는 맘에 안 들었지만 프랑스 학자 2명의 인터뷰 방식은 꽤 괜찮았고 번역도 좋았다. 아무래도 인터뷰 글들이다보니 에세이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촘스키의 예의 그 <비꼬기>가 아닌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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