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를 이제야 읽었습니다. 벌써 한 해도 전에 얻어와서 집에 굴리고 있었는데, 회사 안 가고 버려진 책처럼 저 자신도 뒹굴뒹굴 하는 김에 책장을 펴들자마자 후다닥 읽었습니다.

토토는 도쿄에 사는 여자아이입니다. 전철을 탈 때에는 역무원이 되고 싶고, 친동야(광고맨)를 보면 친동야가 되고 싶고, 스파이가 되고 싶다가 선생님이 되고 싶다가, 수시로 꿈이 바뀌는 여자아이인데 '주의가 산만'(이런 말 듣는 아이들 주변에 많이 있었죠^^)하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하죠. 소학교 1학년인 주제에 퇴학을 당해서, 요즘식으로 말하면 '대안학교'에 해당되는 도모에학원으로 전학을 갑니다.

혼자서 종알종알 떠들어도 4시간씩이나 들어주는 고바야시 교장선생님과 낡은 전차를 개조한 학교. 이 책은 새 학교에서 토토가 만나는 친구들과 수업,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예전에 하이타니 겐지로의 '토끼의 눈'(우리나라에는 처음에 '어른학교 아이학교'라는 이름으로 번역됐다가 후에 완역됐었죠)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교육문제를 담은 비슷한 책이었어요. 그 책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뒤에 하이타니의 군국주의 동화를 읽고 몹시 실망하긴 했었지만- 그 책이 교사들의 입장에서 쓴 것이었다면, '창가의 토토'는 어디까지나 아이의 눈으로 기억을 더듬었다는게 다릅니다.

토토는 저자인 테츠코의 어릴적 애칭인데, 테츠코는 지금은 아사히TV에서 자기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20년째 진행하고 있는 저명인사라고 합니다. 작가의 후기를 보니 안타깝게도 도모에학원은 2차대전 때 폭격으로 불타버렸고, 고바야시 선생님은 60년대에 숨지고 말았다는군요.

어릴 때 어른들한테 뭔가 '눌린' 기억 다들 하나씩, 아니 수만가지씩 갖고 있을 겁니다. 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려서 뭘 배운다거나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중압감은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자체가 무겁고 딱딱하고, 더우기 옛날에는 반공새마을교육까지 겹쳐서 자연이니 아이들의 꿈이니 하는 것들은 완전히 무시를 했었잖아요.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생각 하면서 재미있게 읽고, 또 토토의 소아마비 친구가 죽었을 때 조금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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