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현대사회의 이기를 거부하는 아미시(Amish) 공동체가 미국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물질만능주의로 치닫는 사회 전반의 흐름과는 거꾸로 가는 현상인 듯해 어쩐지 반갑습니다.

AP통신은 펜실베이니아주 등지의 몇몇 공동체에 집중돼 있던 아미쉬 인구가 지난 16년 동안 2배로 증가했으며, 거주지역도 크게 늘었다고 20일 보도했습니다.
아미쉬 공동체가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 카운티의 엘리자베스타운 컬리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아미쉬 인구는 2008년 8월 현재 22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미쉬는 워낙 고립돼 살고 사회보장 등록도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인구를 추산하긴 어렵지만, 1992년 12만3000명에 비하면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아미쉬는 가족당 평균 6.8명의 자녀를 두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가 늘고 있는 집단이 되고 있다는 군요. 특히 사회 전반의 고령화와 반대로 아미쉬 공동체에서는 인구 절반이 21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미쉬 공동체 숫자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아미쉬 마을이 있는 주(州)는 1992년보다 7개 늘어나 28개 주가 됐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 카운티와 오하이오주 홈즈 카운티, 인디애나주 라그란지 등에는 3만~5만명 규모의 큰 공동체들이 형성돼 있습니다. 아미쉬 인구를 조사한 돈 크레이빌 교수는 “아미쉬 같은 소수파 공동체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어느 때보다도 번성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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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ish Gath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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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ybailers

 
아미쉬는 기독교 재침례교회의 일파로, 17세기말 스위스-독일 지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아미쉬라는 말은 창시자인 야코브 암만(Jakob Ammann)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특유의 소박한 회색 옷차림과 간소하고 검약한 생활로 잘 알려져 있지요. 2006년 10월에는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의 한 아미쉬 학교에서 인질극이 일어나 세상의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아미쉬 안에도 여러 종파가 있는데, 전통적 생활방식을 가장 충실하게 지키는 구(舊)암만메노파(Old Order Amish)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들의 생활은 독특한 교회 율법인 ‘오르트눙(질서)’에 따라 이뤄집니다. 이들은 데무트(겸양·복종·순종)를 의무로 삼고 미국문화의 핵심인 개인주의를 배격한다고 합니다. 노동을 줄이는 자본주의적 효율성도 거부하고요.
전기를 쓰지 않고, 전화 사용도 제한합니다.
자동차 소유와 운전을 금지돼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도 받지 않으며, 사회보장제도에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또한 어떤 종류의 군 복무도 거부합니다. 이를 어기거나 반대하면 파문됩니다. 심지어 ‘인간을 공허한 존재로 바꿔놓는다’는 이유로 사진 촬영도 금지한다고 합니다.
대개 교회 건물을 짓지 않으며 개인 집에서 예배를 본다고 하니, 이런 점은 한국 교회들도 제발 좀 본받았으면 좋겠네요.

아미쉬 공동체는 바깥 세계와는 되도록 연결을 끊고 산답니다. 전형적인 아미쉬 학교는 8개 학년 학생들이 교실 하나에서 같이 공부하는 형태라고 하고요. 그 이상의 고등교육은 하지 않는다는군요. 전원생활이 기본이기 때문에 육체노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적은 수의 공동체 내부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전질환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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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ish 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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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sh Quilts for Sale 

대부분의 아미쉬 신자들은 소규모 농장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며 나무 가구, 양철 용품 따위를 만들어 팔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인구가 늘면서 아미쉬 공동체들이 전통적인 동부 보금자리를 넘어 땅값이 싼 농업지대로 옮겨가 농장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내부적으로는 기존 생활방식을 고수하는데에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식구가 늘어나면 아미쉬 문화를 대표하는 4륜마차 대신 택시를 불러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는 자동차를 멀리해야 하는 아미쉬 생활원칙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아미쉬 공동체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와 마찰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들의 독특한 생활 모습을 구경거리로 삼는 ‘관광객’들과의 갈등도 벌어진다죠.
아미쉬 공동체는 낭비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건축법규도 무시합니다. 켄터키주 메이필드에서는 새로 생겨난 아미쉬 마을 주민들이 4륜마차를 타고 다니다가 전조등이 없다는 이유로 기소되기도 했다는군요.
하지만 아미쉬 신자들은 당국에 도로를 놔달라, 전기를 들여달라 요구하지도 않으며 범죄도 낮고 조용히 격리된채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지요. 그래서 아미쉬 공동체가 들어선 곳들은 땅값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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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23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미쉬들의 생활은 85년에 개봉된 영화 '위트니스'에서 잘 보여주었지요~ 전기나 전화 등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 사는 공동체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해리스포드가 나온 영화로 살인을 목격한 꼬마 사무엘과 그 엄마 레이첼이 기억되네요.
청소년소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에 세이커 교도라고 나오는 이들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는데... 어쩌면 이들의 생활을 본받으면 좋을 것들이 있겠지요~~ ^^

딸기 2008-08-25 02:20   좋아요 0 | URL
저는 <위트니스>라는 영화를 보지 못했답니다.
중학교 때였나, 어떤 선생님이 그 영화 보고 와서 문제의 살인 목격 장면을 얘기해주셨는데...
넘 무서웠거든요. 화장실에서 목격하는 거였다죠? 어찌나 생생했던지
저는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지금도 가끔씩 공중화장실 들어가면 그 장면을 상상하곤 해요.

셰이커가 아니라 퀘이커교도 아닐까 싶어요.
퀘이커교도는 검약한 생활로 유명하다더군요. 셰이커라는 것도 미국사 책에 나오는데
덜덜덜덜 떠는 종교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얘네는 너무 금욕적인 나머지
모두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으니까 재생산이 안 되어서 사라졌대요.

순오기 2008-08-25 04:36   좋아요 0 | URL
문제의 화장실~ 떨리긴 하죠~ 등골이 오싹!!

'돼지가 한마리도 죽지 않던 날'에서는 '세이커'라고 나와서 저도 토론회때 '퀘이커'라고 설명했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군요. 번역자의 오류인지는 모르겠어요. 작가인 '로버트 펙'의 자전적 이야기로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그리 오래전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