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
나얀 찬다 지음, 유인선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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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해 주고픈 책이다. 이렇게 열심히 썼다는 자체만으로. 책 겉모양도 훌륭하고, 이 정도면 ‘고전’ 급은 아니어도 이것저것 묶어놓은(‘짜깁기’라고 하면 좀 비하하는 감이 있으니까 이런 표현으로 바꾼다) 책으로는 꽤 괜찮다.
목차를 보면 알수 있겠지만, 제목 그대로 ‘세계화, 전지구적 통합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보려는 사람에겐 훌륭한 1차 교과서가 될 수 있겠다. 아니, ‘2차 도서’들을 안 읽고 그냥 이 한권으로 세계화의 기나긴 역사를 정리하고 만족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더욱 더 요긴할 것 같다(그러고 보니 요즘엔 세계화를 근대 이전으로 소급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유행인 것 같다).


1차, 2차 도서 운운한 것은 이 책이 말 그대로 ‘정리요약본’이기 때문이다. 책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DNA의 이주경로를 살피고(브라이언 사이키스의 <이브의 일곱 딸들>과 루이 카발리-스포르차의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 중세 유라시아의 무역상들의 행로와 부(富)의 이동을 개괄한 뒤(안드레 군더 프랑크 <리오리엔트>) ‘인도의 콜센터’로 대표되는 세계화의 현장(토머스 프리드먼 <세계는 평평하다>)을 짚어간다.
중간 중간 세균 이야기(윌리엄 맥닐 <전염병의 세계사>와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도 나오고 무기 이야기도 나오고, 사회문화적 측면도 간간이 짚어준다. 읽기 지루하지도 않고 분량도 ‘적당히 방대하면서 적당히 요약본인’ 수준이니까 참 좋다.


그런데 굳이 저렇게 내가 괄호 열고 내가 읽은 책들 이름을 넣어가며 잘난 척을 한 것은, 저 괄호 속의 책을 읽은 사람들에겐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기 언급한 책들을 읽고나서는, 그 뒤에 읽은 책들 상당수가 재미 없어져버렸다. 돌고 도는 참고문헌의 목록이 이젠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잘 정리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겐 별로 뼈다귀를 건질 게 없는 책이 돼버렸다. 내용이 참신하면 뼈다귀를 건지고 사례가 방대하면 살붙이들을 건지는데, 이 책은 정리요약본이니 반찬거리도 많이 건지진 못했다. 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나는 그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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