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
매트 리들리 지음, 신좌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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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의 작가 매트 리들리의 최신 저서입니다. 원제는 'The Origins of Virtue'. 우리 말로 한다면 '미덕의 근원'이고, 좀더 정확하게 뜻을 살펴본다면 제 생각에는 아마도 '선행의 근원', '인간은 왜 착한 일을 할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작인 <게놈>(제 짧은 소견으로는, 과학서적 중 최고봉이 아닌가 싶습니다)에 비해 독자의 층을 확 넓혔습니다. <게놈>이 전문서적의 냄새를 풍긴다면, 이 책은 '유전자의 문제'를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거든요.

사이언스북스에서 붙인 '이타적 유전자'라는 제목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대비되는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죠. 아주 잘 붙인 제목입니다. 사실 리들리는 논쟁의 선(line) 위에서 놓고 보자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정반대의 '이타적 유전자'라는 제목이 어울리느냐. 유전자의 '이기적 속성'(자신을 끝없이 복제해서 대를 잇고자 하는)이 반드시 우리가 생각하는 '이기적(나쁜놈의 의미)'인 것과 같지는 않다는 거죠. 리들리 식으로 말하자면 '칭찬을 받기 위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었다 하더라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것은 어쨌든 좋은 행동이다'라는 겁니다.

인간의 유전자가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를 따지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들에게 유사 이래 전해내려오는 협동심과 착한 마음 같은 미덕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들이 인간의 '번성'에 도움이 됐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인간 유전자의 이기적 속성(살아남기 위해서는 가끔은 서로 도와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니까 돕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인류사회의 발전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얘기. 성선설과 성악설의 문제를 유전자(본능)의 차원에서 쉽고 재미있게 다뤘기 때문에,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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