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외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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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가 재미없다가 또 재미있다가 다시 재미없어졌다가 했는데, 과학저술로서 아주 탁월한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재미있었다>.

책은 복잡한 네트워크들이 어떤 구조를 갖는지, 취약점과 강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네트워크 연구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개념들을 아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데다,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웹과 같은 친밀한 네트워크와 종래의 각종 수학퍼즐들을 소재로 풀이하고 있어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도 읽을 수 있다.

점(노드)들이 있고, 점들을 잇는 끈(링크)들이 있다. 점과 점들이 끈으로 연결돼 그물(네트워크)을 형성한다. 점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동시에 그물 자체도 커진다(성장).
점들 중에는 인기있는 것들(허브)이 있는가 하면, 별볼일 없는 점들도 있다. 대다수는 이런 별볼일 없는 점들이지만 몇개의 허브는 아주 많은 연결망을 갖고 있어서 네트워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20:80).

재미난 것은, 저자가 네트워크 연구의 역사를 설명하고 풀이해주는 방식 자체가 위에서 단순화시킨 네트워크의 특징적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선 비슷비슷한 점들로 이뤄진 특색없는 그물(노드1-무작위적 네트워크)에 대해 알려준다. 노드1에 머무는 동안 독자들은 그물망을 구성하는 기본개념들과 함께, 네트워크에 주목하기까지 19세기말부터 과학자들이 어떤 노력들을 기울였는지를 맛있는 과자(에피소드들)를 먹으면서 배울 수 있다.

노드2. 네트워크의 점들은 아무렇게나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연결된다. 왜? 점들이 몽땅 똑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인터넷의 바다를 매일매일 항해하지만 아무 곳이나 내 홈에 링크시키지는 않는다. 나의 취향에 따라,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즐겨찾기를 만든다. 그런데 새로 홈페이지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으니 전체 인터넷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 나의 즐겨찾기 자체도 갈수록 늘어난다.

몇개, 사실은 상당히 여러개의 허브를 가진 이 그물망이 <척도 없는 네트워크>다. scale-free를 혹자들은 <축척이 없는>이라 번역하던데 이 책에서는 <척도 없는>이라는 말을 썼다. 직역한 말 말고, 더 적당한 우리식 용어가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노드2에서, 독자는 네트워크에 대한 개념이 한층 진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어 저자는 네트워크 상의 불균형(부익부 빈익빈) 문제(노드3), 네트워크 이론과 양자역학의 만남(노드4), 네트워크의 생존력과 취약점(노드5) 들을 차례로 풀어나간다. 네트워크라는 신기한 동물을 보자기로 가려놓은 뒤 살짝 밑단을 올려 먼저 다리를 보여주고, 그 다음 엉덩이까지 보여주고, 관객들이 '우와~'하며 감탄할라 치면 배랑 가슴을 보여주면서 '지금껏 본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머리까지 보여주는 식의 서술방식.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은 이런 이야기구조 때문인 것 같다. 여러개의 노드들을 거친 독자들은 머리 속에 링크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구조>에 대한 그물같은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책 뒤쪽 절반에서는 긴장감이 확 떨어지는 점. 네트워크 이론은 전염병에도, 인터넷에도, 경제에도, 생태계에도 모두 적용된다는 것을 동어반복식으로 써놓고 있어 지겨운 감마저 들었다. 더우기 아직 네트워크 연구는 초기단계 아닌가.

챕터의 첫머리를 종종 '전직 항공기 승무원 개탄 듀가스는 어쩌구 저쩌구'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저널리스틱한 글쓰기>도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는다. 이런 식의 글쓰기는 프리드먼이나 <보보스>류, 그리고 그것들을 흉내낸 최근 한국의 몇몇 사람들 글에서 많이 봤다. 작은 것에서 큰 이야기를 뽑아내는 것은 때로는 능력이지만, 이걸 논리구조가 아닌 문장 스타일에서 자꾸 사용하면 침소봉대에 입맛 물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낸다. 이런 몇가지 티들만 아니라면 <링크>는 아주 훌륭한 책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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