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서 마약 밀거래는 정부, 전통적 가족, 콜롬비아의 진정한 부(富)인 코카, 유황분 적은 석탄, 에메랄드 사업을 독점하는 과두들에 대한 중상류층이 경제적 무기였다.
"젊어서 고통스럽게 죽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빈곤의 고리를 끊어 가족에게 좋은 일이라도 하려고 하죠. 마약 밀거래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요. 콜롬비아는 미성년자를 성인 재판정에 세우지 않습니다. 범죄조직들은 그것을 악용하여 아이들에게 흉악한 행위를 대신 하도록 시키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만일 그러다가 잡히거나 죽으면 가족에게 돈으로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또 실제로 약속을 지킵니다. 그래서 아이가 죽으면 아이 부모를 새 집으로 이사시킨다, 형제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다 하며 수선을 떨어요. 그것은 국가라면 도저히 해 줄 수 없는 일이죠. 콜롬비아에서는 사춘기 소년 누구나가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예멘에서는 그렇게 못하죠. 범죄에 한계가 있어요. 이슬람법이 강력한 도덕적 기준이 돼 주기 때문이죠."-48쪽
콜롬비아는 울창한 숲과 밀림,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원시적이고 야생적인 모습이 꼭 천지 창조의 사흘째를 맞는 지구의 모습같았다. 브라질을 제외하면 콜롬비아는 남반구 최대의 조류와 곤충 서식지다. 미국 남동부 전체 면적의 4분의1 크기만한 콜롬비아는 강력한 중앙정부를 세우기는 불가능하고 무정부 상태와 게릴라가 활개치기에는 그만인, 그야말로 신의 걸작품이라 할만한 지형을 가진 나라다. 조지프 콘래드는 콜롬비아를 ‘뱀들의 천국’이라 불렀다.
콜롬비아는 항상 크기가 지나치게 크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작았다. 도시들은 서늘하고 방어하기 쉬운 고지대에 밀집돼 있어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산지에 위치한 도시의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마존 강과 오리노코 강의 원주민 지역들로 분리돼 있고 침투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정글 저지대를 개발할 가능성도 없었고, 굳이 개발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103쪽
콜롬비아는 에스파냐 식민주의자들에게 착취당한 노예와 인디오들의 세계였고, 에스파냐 사제들은 현대 이란의 아야툴라들 만큼이나 광신적이고 잔인했다.
... 콜롬비아는 20세기 초의 커피공화국에서 20세기 말의 코카인 공화국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콜롬비아 저지대의 삼림은 제거되었고 귀중한 목재는 강탈당했다. 아마존 강 유역의 천연고무도 자동차 확산이 가져온 수요 때문에 남아날 길이 없었다. 그로 인해 폭력적인 프론티어 사회가 형성되어 범죄와 이주율이 높아지면서 고지대 도시문명을 위협하게 되었다. 1945년에서 1964년 사이 농민들은 자유파와 보수파로 갈라져 내전이 일어나 20만 명이 숨졌다. 그 악몽 같은 내전은 너무도 무의미하여 라 비올렌시아 La violencia 라고만 간단히 알려지게 되었다.-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