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바트 비룡소 걸작선 16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대도둑 호첸플로츠>의 작가 프로이슬러가 쓴 동화입니다. 어린이도서를 전문적으로 펴내는 비룡소에서 출판했는데, 제가 어렸을 때 보던 동화보다 훨씬 예쁘네요. 책을 처음 받아본 순간, 참 깔끔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크라바트라는 떠돌이 소년이 사악한 마법사의 방앗간 직공으로 들어가 마법을 배우면서 못된 마법사를 물리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숱한 민담처럼 내용이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이야기의 얼개는 민담의 구조를 그대로 빌어왔지만 문장이 아름답고 정교하고, 꿈같습니다. 문장 자체가 '판타스틱' 합니다.

동화나 전설에 항상 나오는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금기(taboo)'라는 것이죠. 오르페우스가 지옥에서 유리디케를 데리고 나오는데 뒤를 돌아보면 안 되듯이 뭔가를 돌아보면 안 되고, 입밖에 꺼내면 안 되고, 꼭 삼세번을 해야하는데 모자라면 안 되고...

이런 금기들이 민담이나 전설마다 등장하는 건 아마도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이겠지요. 기존 질서를 깨지 말라는 광범위한 메시지로 해석한다면 너무 지나친 걸까요. 그 금기를 깨는 사람을 바로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해서는 안 되는 금기가 있고, 그 금기를 수호하는 악역이 등장하고, 영웅을 둘러싼 '사랑'이 이야기에 적당히 기름칠을 해주는 것이 전설의 일반적인 구조인 듯 싶습니다. 이렇게 모두들 겁내고 꺼리는 금기를 깨뜨리면서 주인공은 성장을 하고, 결국 영웅이 되고야 맙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라바트는 '스승이자 적인' 마법사를 물리칩니다. 마법사가 크라바트에게 방앗간(성공과 富)이라는 미끼를 던졌지만 별로 강인해뵈지 않는 작은 영웅 크라바트는 사랑의 힘으로 이겨냅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인생사의 진실인지는 제가 세상을 더 겪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의 힘으로 사악한 적을 이기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 아직은 그저 동화로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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