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가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고, 따뜻하다. 바나나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해체되어가는 자아의 문제, 가족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따뜻한 시선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읽는 동안 왠지 마음이 잠시 아파지고, 다 읽고나면 따뜻한 무언가가 상처를 덮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음이 아파지는건 소설의 줄거리가 슬퍼서가 아니라,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상처가 우리 모두가 하나씩 갖고 있는 오래되고 감춰진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 '시간과 치유, 숙명과 운명에 대한 소설'이라고 후기에 밝혔듯이 갈라진 것과 흩어진 것, 부서진 것들의 치유를 주제로 하고 있다. 사람의 심리나 행동은 언제나 '상투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얼핏 제멋대로인 것 같은 일탈 속에도 희망만 있다면, 결국 본질은 같은 것이 아닐까. 6개의 단편들 모두 재미있다. 또 6개의 단편들이 일관된 흐름과 정서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