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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기둥 1
송대방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사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서양 정신사 전반에 대해 해박하고 독창적인 시야를 갖고 있는 저자의 지성이 돋보인다.
파르미지아노의 '긴 목의 성모'라는 그림을 화두로 연금술의 세계관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그렸다. 이탈리아의 한 미술사학도가 만나는 살인극과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를 이중구조로 결합시킨 치미란 구성은 작가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임을 보여준다.
유황(남성)과 수은(여성)의 결합으로 금(완전성), 즉 두 세계의 일치와 반대되는 것들의 합일을 얻을 수 있다는 연금술의 이상. 저자는 그 이상이야말로 르네상스인들이 진정 추구하던 것이었다고 말한다. 헤르메스신으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이성이 크리스트교와 결합돼 다양한 알레고리들을 만들어낸다. 그 우의를 풀어가는 것이 이 소설이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 '에코적'이라는 것. 탐정소설같은 시나리오에 해박한 역사적 지식을 버무린 '에코의 자식들' 중에서는 내용이 충실하고 재미있지만 물리고 물리는 구성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