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호주 총선이 실시된다. 상ㆍ하 양원 의원 19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최대 관심사는 집권 12년째인 자유당의 존 하워드(68) 총리가 다시 승리를 거둬 5연임을 이어갈수 있을지 여부.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여야가 엇비슷한 공약을 내놓아 특별한 이슈 없이 진행되는 이번 선거에서는 캐빈 러드(50) 당수를 내세운 노동당이 우위를 보여 오랜만에 정권교체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 이코노미스트 등은 총선을 사흘 앞둔 호주에서 이례적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보수파인 자유당의 하워드 총리 지지율은 40% 안팎을 오르내리는 반면, 러드 노동당수 지지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노동당은 자유당을 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은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이대로라면 하워드 총리가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총리가 2달 전 "총선에서 승리해도 다음번 임기는 3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물러나겠다"고 약속했으나 국민들은 하워드 총리에게 싫증을 느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996년 집권한 하워드 총리는 친미ㆍ친시장ㆍ보수 정책을 취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미국 조지 W 부시행정부와 밀착관계를 유지하며 이라크에 파병,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또 역시 백악관 뒤에 숨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어 호주의 이미지를 해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의 경고와 잇단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선심 행정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러드 노동당수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와 참신한 이미지를 무기 삼아 하워드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식상함을 비집고 인기를 얻었다. 호주국립대학과 버그먼컬리지에서 중국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뒤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1988년 정치에 뛰어들었다. 대학시절부터 쌓은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중국계 이민자들에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작 집권 자유당과 노동당의 정책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호주 언론들의 일관된 지적. 로이터통신은 21일 러드 당수가 총리가 되더라도 친미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정책에서도 보수당의 기존 정책을 뒤엎을 만한 노동당의 새로운 방향성은 보이지 않는다. 하워드 총리와 러드 당수는 최근 한 쇼핑센터를 찾아 유세를 하면서 같은 아기를 차례로 끌어안고 사진을 찍어 `바보들의 총선'이라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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