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황금나침반 / 2007년 2월
절판


베트남과 이라크를 비교하는 것도 잘못이다. 베트남에서 워싱턴은 바이러스를 박멸하고 주변 지역을 예방접종하면서 전쟁의 주된 목적을 성취했다. 그리고 황폐한 땅으로 변한 베트남이 주권을 마음껏 누리도록 철수했다. 이라크의 상황은 아주 다르다. 이라크는 완전히 파괴시킬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당이다. 너무나 가치가 큰 땅이다. 따라서 진정한 주권이나 제한적 민주주의도 너무 위험해서 쉽게 허락할 수 없다. 가능하면 이라크는 완전한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 -258쪽

"2005년1월의 선거가 실행되었던 이유가 미국 주도의 점령 당국이 제시한 세 안을 거부한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의 강경한 입장 덕분이었다"고 보도한 파이낸셜타임스의 결론에 반박할 평론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중동 전문가 앨런 리처즈도 "미국은 애초에 조기 선거를 반대했지만 아야톨라 시스타니가 추종자들에게 길거리로 뛰쳐나가 조기 선거를 요구하라고 지시하자 워싱턴은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확인해주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야톨라 시스타니는 돌격 명령을 내렸다. 새 정부는 미국의 지도자나 미국이 지명한 지도자가 아니라 직접 선거로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야톨라 시스타니의 뜻이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고 보도했다. 종군기자 패트릭 코크번은 "미국이 시아파 폭동을 진압할 수 없다는 게 확실해지면서 조기 선거는 미국의 일관된 입장인 것처럼 즉시 돌변했다"고 덧붙였다.
... 이라크에서 점령군은 어쩔 수 없이 선거를 허락했지만 그 선거를 뒤엎어 버릴 방법을 궁리했다. 미국 측 후보자 이야드 알라위에게 온갖 이점이 주어졌다. 그러나 알라위는 12퍼센트의 득표로 3위 밖에 하지 못했다.
...선거는 ‘민족별 인구조사’를 방불케 했다. 시아파는 대부분 시스타니의 시아파 후보에게 투표했고, 쿠르드족은 쿠르드족 후보에게 투표했다. 수니파는 선거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미 점령군에 대한 비폭력적 저항의 승리였다. 투표가 있던 날,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뜨거운 열정과 용기를 가슴에 품고 "이 땅에서 자신들의 정당한 힘을 요구하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달려갔다.
... 미국의 목표를 지지하는 엘리트 계급이 권력층을 차지하는 상의하달식 구조를 띄는 ‘민주주의’가 미국의 바람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요쉬 드레젠은 "이라크의 차기 정부를 끌어갈 듯한 사람들은 일요일의 선거가 끝나고 권력을 공식적으로 쟁취하자마자 철군을 요구하기로 약속했다"는 보도로 워싱턴의 고민을 요약해 주었다.-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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