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광화문처자 > 정주니 인연이 생기고, 인연이 생기니 정이 새록새록 드는구나...
-
-
완역 옥루몽 - 전5권 세트 - 대한민국 대표 고전소설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여담이지만 완역옥루몽이 처음 출간되었다고 하였을 때, 왠~ 그 야한 옥보단이 연상되어 한참을 웃었다. 옥루몽이 최고의 고전소설이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도 어쨋든 그것 하나만으로도 옥루몽은 처음부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소설이다.
옥루몽은 애정소설이면서도 무협소설이고, 정치소설이며, 또한 판타지소설이다. 완역 옥루몽은 천상의 문장을 관장하는 신(문창성군)과 다섯 선녀가 현세에서 차례대로 인연을 맺어 엮어가는 중국을 무대로 한 우리나라 고전소설이다. 소설 전반적으로는 양창곡(문창성군)과 다섯 여자와의 에피소드를 그리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그중의 한 여자인 강남홍(천상의 홍란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여성중심소설이다. 강남홍은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인물로 묘사된다. 문장이면 문장, 음악이면 음악, 무술이면 무술, 도술이면 도술, 게다가 미모까지 겸비한 최고의 여성으로 표현되고 있다. 사실 뭐, 그런 여자가 있기야 하겠느냐마는 어쨌건, 그녀는 양창곡을 도와 나라를 구하고.......
완역 옥루몽에는 해학이 있고, 절개가 있고, 여자의 기개가 있고, 그리고 암투도 있다. 소설 중반부에 나오는 여자들이 펼치는 격구게임은 마치 해리포터의 쿼디치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하여 흥미로웠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거리는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정치와 전쟁에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간신배, 아첨배가 있기 마련. 이들은 올바른 정치가를 모함하여 유배 보내고, 때로는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무릇 인간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양창곡의 의미 있는 말은 우리 정치인들이 새겨봄 직한 말이다.
다섯 권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다. 특히 재미없는 소설의 경우는 중도에 책을 덮기 마련이지만, <완역 옥루몽>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책의 빠른 전개와 필요할 때 적절히 바뀌는 장면전환-다른 인물의 상황이 궁금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바뀌는, 그리고 주인공들의 내면을 알기 쉽게 표현한 작가의 글 솜씨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다섯 권을 읽는 내내 지루하다기 보다는 다음에 어떻게 글이 이어질까하는 기대감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1권부터 5권까지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하면 좋겠지만 방대한 양의 소설 이다보니 어느 부분에서는 지루함이 살짝 나타난다. 특히 4권의 경우 나에게는 그랬다. 하지만 다시 5권에 들어서는 예의 빠른 전개로 또다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또한 페이지 끝에 처리한 각주와 각권의 마지막에 사자성어를 완벽히 정리해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 외적으로도 옥루몽은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책이라는 것이 비단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책의 디자인도 어느 정도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책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먼저 표지에 그림은 이김천 화백의 작품으로 그 크기가 가로 210Cm에 세로 140Cm의 커다란 장지 수묵채화이다. 그린비출판사는 재치 있게도 화백의 그림 중 각권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을 채택하여 표지로 활용하였으며 또한 제목의 서체는 우리나라 캘리그라피 선두주자인 강병인씨가 직접 쓴 것이라 한다. 게다가 엠보스효과 즉 양각(돋을새김)을 주어 손으로 만지면 도드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이러한 모든 면면들이 책을 한층 고급스럽게 만든 요인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하나더, 방대한 양의 책을 편집하다보면 조그마한 실수는 있게 마련. 급하게 출간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지만 몇 군데 1권(p5) 홍난성-홍란성, 3권(p105) 시다리시옵소서-기다리시옵소서, 3권(p152) 속을-속은, 3권 (p169) 술렁리지-술렁이지, 4권(p61) 백의노인을-백의노인은, 5권(p124) 삼고 깊다네-삼고 싶다네 등의 오타는 옥의 티이다. 다음 판 인쇄에서는 수정되어지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