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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으면 보이는 상상세상
조대연 지음, 강현빈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2월
평점 :
어릴 적 으슥한 밤이되면 동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돗자리를 깔아놓고 할머니의 끝날 줄 모르는 옛날 이야기를 듣곤 했다. 때로는 경험담을 때로는 할머니의 할머니가 해주셨던 무섭고도 짜릿한 상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었다. 나와 친구들은 밤이 늦도록 이야기에 심취해 새로운 이야기를 요구했고, 그럴때면 으례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또 해주마."라는 할머니의 말에 아쉬움과 내일을 기다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 속 무시무시한 이야기로 인해 친구들은 집에 가기를 겁내했고, 그럴때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가거나 삼촌이 아이들을 이끌고 동네 집집마다 바래다 주곤 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표정과 반응은 가지가지 였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무섭다고 귀를 막는 친구, 소리를 지르는 친구, 뒤에 마치 뭐가 있기라도 하듯이 앞쪽으로 바짝 당겨 앉는 친구 등 각각의 성격이 반영된 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또한 마찬 가지 였는데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던 날에는 화장실가기가 무서워 형이나 동생을 깨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어른들의 옛날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참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다른 재미있고, 웃긴 이야기보다 무섭고-특히 귀신과 관련된- 불가사의하고 경험을 바탕으로한 으스스한 이야기는 더욱 오래 남아 있는 것같다. 아직까지도 그때 들려주셨던 괴기스런 이야기가 남아 있으니 말이다. 달걀귀신 이니 방울귀신이니 목없는 귀신이니 하는 이야기에 우리는 한없이 열광하고 흥분했던게 분명했다. 분명 없는 상상속 인물인데 왜 우리는 마치 우리 주변에 떠돌아 다니는 것처럼 두려워하고 무서워했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밤이라는 어둠과 상상이라는 우리의 뇌구조에 있지 않았나 싶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각자 가지고 있는 상식과 생각을 바탕으로 상상을 하게 되니 더욱 그 효과는 컸을 것이다. 밤에 길을 걷다보면 왠지 오싹하고 마치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은 우리가 무엇인가 두려움을 생각하고 상상하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상은 나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시작되는 상상으로 인해 우리는 비행기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고, 책을 만들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상상이 없다면 상상력이 없다면 매우 단조롭고 지루하지 않을까? 이 책은 동서고금을 바탕으로 상상속 동물이야기, 동서양 귀신이야기, 신화이야기를 맛깔나게 써내려가고 있다. 그저 아이들을 위한 책이거니 하고 펼쳐보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고, 아주 어릴 적 내 기억속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없는 것들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일까를 다시한번 되집게 만들어 준다. 그것은 아마도 보이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이며, 개개인의 상상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제각각이기때문에 더욱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어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어떤 사람은 그저 무섭거나, 재미있다에서 그치는 차이가 바로 세상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이들은 때로 이해하기 힘든 상상속 이야기를 하곤한다. 그럴때 "그런것 없단다"가 아니가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하는 반응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한 상상력을 키운 아이의 미래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보여진다. 고학년 아이에게는 스스로 읽게 해주고, 저학년의 아이에게는 쉬운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들려준다면 아이의 상상력은 더욱 커지고 풍부해 질것이다. 잠자리에 들어 모든 불을 끄고 분위기를 한껏 잡은 다음 귀신이야기도 좋고, 상상속 동물이야기도 좋고, 동서양의 신화를 들려준다면 아이의 밤은 또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아이의 미래, 그것은 바로 지금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있음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