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요시다 슈이치에 빠져있다. 나의 독서습관이 한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 그 작가의 나머지 작품도 읽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일본 작가의 경우 그러한 경향이 짙어진다. 얼마전에는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빠져나오나 싶었는데 다시 오쿠다 히데오로 그리고 지금은 요시다 슈이치와 가네시로 가즈키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차례로 드나들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요즘 일본소설의 선인세와 판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일본책하나 계약하는데 2-3백 정도면 되던것이 최근 1-2년사이에 5배이상올랐다고 한다. 이는 일반적인 경우이고 일본내에서 수상을 한 작품은 무려 5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이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각 출판사에서는 무리한 판권료로 인해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한 마케팅을 전개하거나 책값이 오르는 요인이 되니 말이다.  솔직히 이러한 기사를 보니 일본책 구입하기가 두려워졌다. 그러면서도 할 수 없이 구입하게 되는 이유중 하나는 그 중 일부 작품은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소설의 독특한 재미와 흥미로 인해 구입해 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문학현실이 마음 아프다.

  넋두리는 이쯤하고 작품에 대해 얘기 해야겠다. 며칠전 같은 작가의 "퍼레이드"를 읽고 바로 "캐러멜 팝콘"을 읽어서인지 신선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쓰는 독특한 구성이 작품마다 비슷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한 주인공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여 이끌어 가는 구성이 아닌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심리를 풀어내는 요시다 슈이치식 구성이 두권을 연이어 보니 약간은 지루함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를 배제하더라도 나에게는 "캐러멜팝콘" 보다는 "퍼레이드"에 약간의 점수를 더주고 싶었다.

  또 한가지는 책의 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약 300여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그에 못 미치는 듯 했다. 다시말해 늘리기식으로 책을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그만한 가격에 이정도 내용과 분량이라면 비싼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책을 어찌 분량으로 따질수 있냐고 묻는다면 달리 할말은 없다. 어찌보면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비단 "캐러멜팝콘" 뿐만이 아닌 많은 책들이 내용대비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싼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러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요시다 슈이치의 "캐러멜 팝콘"은 책의 내용이나 구성, 전개등이 꽤 탄탄하다.  한 가족과 그 가족을 둘러싼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각 가족 개개인이 주인공이 되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자칫 한사람에 의해 다른 사람의 모습을 비추는 것보다 - 이 경우 제3자의 시선이기 때문에 자칫 편협적으로 흐를 수 있는데 - 좀더 현실감이 더해 보인다.  "퍼레이드"처럼 재미요소는 떨어지지만 잔잔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오늘 저녁에는 일찍 들어가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작품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캐러멜팝콘"은 4명의 등장인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심리적 요소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과 절묘하게 연결시켜 자연스럽게 읽는이로 하여금 흡수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각 등장인물이 어색하고 이해가 되지 않던것이 계절이 바뀔수록 그들에게 점점 더 다가서게 된다. 마치 모든것이 일상생활처럼 받아 들여지고, 처음부터 그랬던것처럼, 우리가 계절의 변화를 의심의 여지없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듯이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와는 일본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읽는이로 하여금 약간은 거부감 - 특히 성(性)에 대해 - 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을 하는가 싶은데 중간을 지나 종말로 다가갈 수록 무게감이 더해짐을 느낄 수가 있다.  많은 책들이 처음에는 무겁다가 결국에는 가볍게 - 해피앤딩으로 - 끝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그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야기를 통해 다시한번 일상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 나오는대로 많은 상을 휩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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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6-12-2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같은 책 리뷰를 위해서 일부 인용해봅니다.

백년고독 2007-01-01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