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 마구간으로 달아나 필마를 만나고 도관을 찾아가 이인異人을 만나다
p.326
“여시아문 일시불재사위국 기수급고독원 여대비구중 천이백오십인구 이시 세존 식시 착의지발 입사위대성걸식 어기성중 차제걸이...”
“수보리 여여소설 여래 선호념제보살 선부촉제보살 여...”
일시불재사위국 → 일시 불 재사위국 (一時 佛 在舍衛國)
입사위대성걸식 → 입 사위대성 걸식 (入 舍衛大城 乞食)
선호념제보살 선부촉제보살 → 선호념 제보살 선부촉 제보살 (善護念 諸菩薩 善付囑 諸菩薩)
진왕 이세민의 명으로 축귀(逐鬼)를 위해 승려들이 암송하는 것은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으로 우리에게는 『금강경』으로 알려져 있다. ‘금강’은 산스크리트어 바즈라체디카(Vajracchedikā)를 뜻으로 풀어 해석한 것으로 ‘바즈라(Vajra)와 같이 강한 힘으로 절단하는 것’ 이라는 뜻이고, ‘반야바라밀’은 산스크리트어 프라즈냐파라미타(Prajñāpāramitā)를 음역한 것으로 ‘깨달음으로 이끄는 지혜’를 가리킨다. 즉, ‘금강반야바라밀경’은 ‘마음속의 분별, 집착, 번뇌 등을 부숴버려 깨달음으로 이끄는 강력한 지혜의 경’라는 뜻이다. 축귀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금강경』은 약 6천 단어 정도의 길이로 대체로 짧은 편이며, 석가모니와 수보리존자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원전』에 언급된 것은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과 「선현기청분(善現起請分)」 부분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會因由分 第一
如是我聞 一時 佛 在舍衛國 祇樹給孤獨園 與大比丘衆 千二百五十人俱 爾時 世尊 食時 着衣持鉢 入 舍衛大城 乞食 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 급고독원에 계시어 아울러 대비구중 천이백오십 인과 같이 하시더니, 이때에 세존님께서 공양 드실 때에 가시를 수하시고 발우를 가지시고 사위대성에 들어가시어, 그 성중에서 차례로 걸식을 마치시고 본처로 돌아오시고는, 공양을 마치시고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 씻기를 마치시고 자리를 펴시고 앉으시었다.
善現起請分 第二
時 長老須菩提 在 大衆中 卽從座起 偏袒右肩 右膝着地 合掌恭敬 而白佛言 希有世尊 如來 善護念 諸菩薩 善付囑 諸菩薩 世尊 善男子 善女人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應云何住 云何降伏其心 佛言 善哉善哉 須菩提 如汝所說 如來 善護念 諸菩薩 善付囑 諸菩薩 汝今諦請 當爲汝說 善男子 善女人 發 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應如是住 如是降伏其心 唯然 世尊 願樂欲聞
그때 장로 수보리가 대중 속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에 옷을 걷어 올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하여 공경을 표시하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위대한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보살들을 잘 호념(護念)하시고 모든 보살들에게 불법을 잘 부촉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어진 남자(善男子)와 어진 여인(善女人)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향한 마음을 일으킨 이는 어떻게 행동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실천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도다. 수보리여, 그대가 말한 것처럼 여래는 모든 보살들을 잘 호염하고 부촉한다. 내가 그대를 위해서 말하노니 잘 들으라. 어진 남자와 여인으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향해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마땅히 이렇게 행동하며 이렇게 그 마음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고자 원합니다.”
쓸데없이 더 부연하자면,「선현기청분」에 나오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말은 『금강경』 전체에 걸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데, 이는 산스크리트어 ‘아누타라사먁삼보디(anuttara-samyak-sambodhi)’를 음차한 것으로 ‘위없이 올바른 깨달음으로 향하는 마음’을 뜻한다. 석가모니는 『금강경』에서, ‘이러한 마음을 내기 위해서는 겉모습이나 현상 및 관념의 덧없음을 알아 이들에 현혹되지 않은 채로 올바르게 관찰해서 깨달음을 향하는 순수한 마음을 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p.332
“이시 무진의보살 즉종좌기 편단우견 합장향불 이작시...”
p.334
“즉시 관기음성 개득해탈 약유지시관세음보살명자 설입대화 화불능소 유시...”
현장이 암송하는 것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Saddharma Puṇḍarīka Sūtra)』 (제7권)의 제25품(品)인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이다. 『요원전』 6회에서 처음 등장했던 현장이 처음으로 외웠던 불경도 바로 이 「관세음보살보문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때는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의 해탈을 위해 독경했다면, 지금은 지용부인과 홍해아를 피할 수 있도록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세음보살보문품」으로 현장은 손오공을 만났고, 손오공은 자신을 괴롭히던 망령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원전』에서 인용한 「관세음보살보문품」의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爾時 無盡意菩薩 卽從座起 偏袒右肩 合掌向佛 而作是言 世尊 觀世音菩薩 以何因緣 名觀世音
그 때 무진의보살(無盡意菩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여쭈시되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은 무슨 인연으로 관세음이라고 합니까?”
佛告 無盡意菩薩 善男子 若有無量百千萬億衆生 受諸苦惱 聞是觀世音菩薩 一心稱名 觀世音菩薩 卽時 觀其音聲 皆得解脫 若有持是觀世音菩薩名者 設入大火 火不能燒 由是菩薩 威神力故 若爲大水所漂 稱其名號 卽得淺處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시되,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 중생이 갖가지 괴로움을 당할 적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한마음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그 음성을 관하고 곧 해탈하게 하느니라. 만일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지니는 이는 혹 큰 불속에 들어가더라도 불이 그를 태우지 못할 것이니 이것은 보살의 그 위신력 때문이며, 만약 큰물에 떠내려가더라도 그 이름을 부르면 곧 얕은 곳에 이르게 되고 (...)”
p.337
“그러고 보니 여기랑 대불당 사이였지? 위지 장군께서 귀신을 놓치신 데가...”
위지 → 울지
p.346
현장과 황포의 만남
현장이 낙태관에서 만난 사내는 황포(黃袍)다. 황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장에서 하는 것으로 한다. 짧게 소개하자면, 홍해아와 마찬가지로 손오공과 현장에게 있어서 아주 지긋지긋한 인연을 이어나가는 인물이다.
이 장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황포가 현장에게 다가올 때 황포의 몸에 찍히는 창호지 도장이다. 오세영 작가도 단편 「투계(鬪鷄)」에서 이런 창호지 도장을 그린 바 있었는데, 모로호시 선생이 표현한 것이 위협과 공포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오세영 작가의 것은 아련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두 거장의 같은 묘사는 한 번 찬찬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첨언하자면, 모로호시 선생이 그린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서 스멀스멀 다가와 현장을 위협하는 장면은 가히 동양의 표현주의, 오리엔탈 느와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p.356
“어디, 황파파蝗婆婆에게 부탁해볼까...”
황파파는 바람의 신으로 『서유기』45회와 98회에 걸쳐 두 번 등장한다. 황파파는 항상 손이랑(巽二郞)과 함께 다니는데, 황파파가 바람주머니를 풀어 바람을 쏟아내는 역할을 맡고 있고, 손이랑은 바람주머니를 뒤에서 잡아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는, 풍향을 전담하기 때문이다. 『서유기』에서는 비중이 미미한 역이었지만 모로호시 선생은 『요원전』에서 황파파와 손이랑, 이 둘을 「반사령의 장」, 「관음원의 장」, 「황풍대왕의 장」, 세 장에 걸쳐 등장하게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들이 등장할 때 풀어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