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애를 쓰고 기를 써도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속으로는 타들어가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평범한 분들의 모습을 볼 때면 진정 존경심이 솟아오른다.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라지만, 때로는, 정말로, 삶은 가혹하다는 것을 느낀다.
공중파 뉴스를 끊은 지 일주일이 넘었다. 뉴스가 더이상 NEWS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특보랍시고 계속 같은 상황만 보여주는 뉴스들. '사고'가 아니라 마치 그 누구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재난'으로 보도하는 뉴스들. (아니, 재난으로 몰아가는 해경과 언딘.) 진척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매번 재방송처럼 똑같은 상황만을 보여주는 뉴스들. 보도는 없고 중계만 일삼는 뉴스들. 더 이상 볼 이유가 없었다. 아마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세월호 관련 뉴스들에 국민들을 지치게 만들어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게끔 만들려는 누군가의 술책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
그나마 취재하고 탐사하고 보도하는 방송은 JTBC가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이후 항상 수면에 잠겨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 알려주었으니까. 그런 JTBC에서 어제 또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민간인 잠수사들이 발견한 시신을 언딘이 개입해 방치하게했다는 뉴스.
이젠 뭐가 터져나와도 경악할만큼 놀랍지는 않지만, 이 뉴스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사고 초반에 들렸던 수많던 유언비어들이 더이상 유언비어가 아니게 된다면, 난 그 사실을 감히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홍가혜라는 미친 여자가 세월호와 관련한 온갖 유언비어를 다 끌고와 MBN과 인터뷰를 했을 때, 그 모든 설마들이 사실이었다고 얼마나 놀라고 분노했었던가! 하지만 곧 그가 허언증 증상이 있으며 인터뷰 내용은 사실에 입각한 게 아니라 어디선가 들은 얘기라는 말을 들은 순간,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을 쓸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그 사실들이 또 뒤집히려고 하는 것 같다.
솔직히 두렵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실들이. 하지만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여야겠지. 떠난 아이들이 알려준 그 짐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만 할 것이다.
아마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저 위에 계신 잃을 게 많은 분들은, 지키기 위해 상상도 못할 노력을 할테니까. 그리고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어버린 우리들 또한 관성의 법칙에 밀려 쉽게 방향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변화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게 살아남은 자의 의무일 것이다.
잊지말고 분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