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이 출시되는 왕가위(王家衛)감독의 <열혈남아>의 한자 표기가 잘못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블루레이와 디브이디 공히 "旺角下問"으로 되어 있는데, 오기다. "旺角卡門"이 맞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원래 이 영화의 원제는 <몽콕하문>이다. 그런데 수입사에서 이런 이상야릇한 제목으로는 흥행이 별로일 것이라 생각했는지, 당시 유행한 홍콩 느와르 영화들의 분위기에 편승해 조금은 촌스러운 제목의 <열혈남아>로 개봉이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한국에서 빅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기이한 사실은 왜 <旺角卡門>이 <몽콕하문>으로 불리게 됐는지다. 이 제목은 일반 홍콩영화처럼 사자성어가 아니라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旺角'은 홍콩의 번화가인 '왕자오'를 가리키고 '卡門'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음차어이다. 해석을 하자면 <왕자오 (거리)의 카르멘>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왕자오'는 영어식 표기인 '몽콕'으로 '카르멘'은 그냥 한글 음차 '하문'인 국적불명의 사자성어로 둔갑했고, <열혈남아>의 원제는 <몽콕하문>으로 굳어지게 됐다.

 

   아마도 <旺角卡門>이 <旺角下問>으로 둔갑하게 된 이유에는 제작사의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그런 게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몽콕하문을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면 '卡'자가 대개 '?'로 표기된다. 그 '?'를 확인하기 귀찮아 '하'자 중 가장 유명한 '下'를 표기하고, 그 옆에 표기된 '門'자 조차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 '問'으로 표기한 게 아니었을까. (혹시 아래한글 자동 한자바꾸기로 돌려 첫 번째 변환 단어를 넣은 것은 아니겠지...) 기왕에 원제를 표기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표기하던가(IMDB나 Wikipedia 정도만 검색해도 정확한 제목이 나온다), 그도 아니면 검수라도 한 번 했으면 됐을 것을. 아니면 한글제목 옆에 작게 표기라도 하지, 아웃케이스, 슬리브, 디스크, 소책자 보이는 곳마다 오타를 큼직하게 박아놨으니... 이러다 <春光乍洩>은 <春光社說>로 출시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든다. 


   설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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