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쉽게 교체할 수 있기 위해 통조림처럼 평평하게 만든 머리, 번개를 끌어들이기 위해 목에 박아 넣은 큰 못, 위압감과 순수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복잡 미묘한 표정. 우리가 생각하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이미지는 이 영화에서 시작됐고 완성되었다. 이후에 제작되는 모든 프랑켄슈타인 관련 영화들은 이 영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의 이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잘못 알고 있다. 아마도 그런 오해를 증폭시킨 것은 바로 영화 포스터 때문이 아니었을까? ‘프랑켄슈타인’이라는 타이틀 밑에 그려진 괴물의 이미지는 ‘괴물=프랑켄슈타인’이라는 공식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이후에 나오는 속편들의 제목 또한 그런 오해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아들, 집, 기타 등등.>) 그만큼 이 영화에 등장한 괴물의 이미지는 강력했다. 이 모든 것은 이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웨일(James Whale)의 비전과 잭 피어스(Jack Pierce)의 분장, 괴물을 연기한 보리스 칼로프(Boris Karloff)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었다.
페기 웨블링(Peggy Webling)의 희곡을 각색한 영화는 메리 셸리의 원작과는 꽤 많은 차이가 있다. 원작에서 주인공인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친구인 앙리 클레르발이 영화에서는 헨리 프랑켄슈타인(Henry Frankenstein), 빅터 모리츠(Victor Moritz)로 서로 뒤섞여 있다. (조금 더 들어가자면, 영화에서 프랑켄슈타인의 정확한 이름은 ‘하인리히 헨리 프랑켄슈타인, Heinrich “Henry” Frankenstein’이다. 이 중 ‘하인리히’는 원작에서 프랑켄슈타인이 생명의 신비에 빠져들도록 한 16세기 독일의 마술사이자 오컬트 작가이자 신학자이자 점성가이자 연금술사인 ‘하인리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 폰 네테쉼, Heinrich Cornelius Agrippa von Nettesheim’에서 따온 것이다.) 게다가 빅터 모리츠는 절친인 헨리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애인 엘리자베스 라벤차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원작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프랑켄슈타인의 창조 행위는 영화의 1/3을 할애하면서 감독의 역량을 맘껏 쏟아 붓는다.
영화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지만, 찜찜한 구석을 지울 수는 없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악이라기보다는 백치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살인을 저지르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떤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그가 (방금) 배운 논리에 따른 행동이었다. 공동체에 속하고 싶지만 남들과 같지 않아 공동체에서 배척당하는 괴물. 후에 팀 버튼(Tim Burton)이 창조해낸 수많은 사랑스런 괴물들의 모체가 바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다.
2014년 1월 21일 블루레이로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