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160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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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은 『성경』과도 같은 책이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대충 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약 200여 년에 걸친 세월동안 『프랑켄슈타인』은 연극, 영화, TV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너무나 많은 변주를 해왔기 때문이다. (일설에 따르면, 1831년 『프랑켄슈타인』의 2판이 출간될 당시 런던에서 다섯 편의 프랑켄슈타인 관련 연극이 상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이렇게 끊임없이 매체를 바꿔가며 각색되는 이유는 시체를 살려낸다는 괴담에 있지 않을까. 음침한 실험실, 공동묘지에서 매일 재료를 취합하는 광기어린 과학자, 그리고 자신의 창조물에 의해 비극에 빠져드는 창조주. 하지만 이런 공포와 드라마틱한 비극은 이후의 각색물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온 것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는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에 대한 묘사는 최소화되어있다. 작가는 창조의 신비, 경외 혹은 공포에 관심이 있기 보다는 그 이후의 문제, 창조자의 역할에 관심이 있다. 당신이 하나의 생명을 창조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주의 영역에 들어선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은 완전무결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하다. 신은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인간은 숨을 수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신의 흉내를 낼 수 있었지만, 신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흉내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계몽주의가 만연했던 18세기, 그리고 '천재'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회고로 진행되는 소설인지라 고루하고 만연한 문체로 진행되어 좀 지루한 감이 있지만, 감내하고 읽을 가치는 충분히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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