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이 나이에 아직도 결혼식이라니 조금은 쑥스러운 감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도 안 간 녀석들도 있으니, 40이 넘어서도 결혼식에 가서 사진을 찍을 일은 몇 번 더 남아 있을 것 같다. 결혼한 친구는, 나와는 초등학교 때 굉장히 친하게 지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왠지 모르게 연락이 멀어진 친구다. 내가 결혼할 때 청첩장도 보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와 축하를 해 준 것에 너무 마음이 쓰였었는데, 이렇게나마 축하를 해줄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고나 할까.


   10여 년 가까이 지내고 20여 년 멀리 지냈으니, 삶의 궤적도 멀어지고 친분을 가져온 친구들도 서로 달라졌다. 그래도 은둔형인 나보다는 쾌활하게 지내서인지, 초중등 동창들의 모습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옛 모습을 간직한 반가운 얼굴들.


   은 한 순간이고, 그 이후는 어떻게 이 자리를 벗어날까 하는 몸부림들의 연속이었다. 그냥 악수 하고 제 갈길가면 그만이지, 뭔 그리 핑계들이 많은지. 예전에 친구라는 이름으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었던 무례함들이 불쾌감으로 바뀌는 데는 한순간이었다.


   예전의 기억을 가지고 현재의 모습을 재단하려는 것은 커다란 오류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저지른다. 그게 편하니까. 그러한 오해를 이해라 생각하고, 사람들을 평가하고 끝. 자신의 상황에 비교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사람들만 새로 간직하고 나머지는 버린다. (예전에) 친구라고 불렀던 놈들이 이럴진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도 사람들은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눈에 보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그저 지금의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혹은 손해가 되는지만 파악하려고 하는 마당에, 눈에 보이는 겉모습은 얼마나 중요한가. 


   축하의 자리에 않좋은 소리가 너무 많았다. 친구의 결혼은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그저 추억으로만 간직했으면 좋았을 많은 모습들을 이제는 지워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좀 착찹하다. 가끔씩 인간에게도 RESET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븐 킹의 『셀』처럼, 아예 뇌를 포맷하는 한이 있더라도. 부팅이 되던 안되던, 포맷 하나는 확실하게 보장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